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국 내 북한인권 단체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현실을 다룬 장편 애니매이션 영화 시사회를 워싱턴에서 열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을 담은 첫 상업 애니메이션 영화 ‘트루 노스(True North)’의 미국 내 첫 시사회가 지난 3일 워싱턴DC에서 열렸습니다.
일본 넷플릭스에 이어 영국 넷플릭스로도 소개되는 3D 애니메이션 ‘트루 노스’의 미국 시사회는 워싱턴의 민간단체 북한자유연합이 마련했습니다.
[녹취: ‘트루 노스’ 트레일러]
94분 분량의 장편 애니매이션 트루 노스는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 한인 박요한과 그의 가족 이야기입니다.
북한에서 당에 충성했던 아버지가 갑자기 실종된 뒤 영문도 모르고 끌려간 곳은 거대하고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조선인민경비대 제2915 군부대’, 즉 함경남도 요덕군의 요덕15호 정치범수용소.
탈출을 시도한 수감자들의 공개처형 장면에 충격을 받은 9세 소년 요한은 시간이 흘러 청년이 됩니다.
아버지를 원망했던 요한은 간수들과 어울리며 수감자를 폭행하기도 하고 이런 행동은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요한은 ‘누가 옳고 나쁜 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보라’는 어머니의 말을 가슴에 새깁니다.
[녹취: 트루 노스 트레일러]
영화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내 실상을 극적으로 그리면서 동시에 사람을 짐승처럼 취급하며 일회용 물건처럼 부리는 수용소에도 우정과 인간미가 싹트는 훈훈한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영양 실조로 손이 까맣게 타고 피부가 벗겨졌다는 탈북 여성의 증언까지 총40여 명 탈북민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트루 노스’
[녹취: ‘트루 노스’ 트레일러]
한국계 일본인 에이지 한 시미즈 감독이 2020년 제작한 이 영화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내 실상을 담은 첫 상업 애니메이션입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미즈 감독은 VOA에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를 주제로 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시미즈 감독]”She gave me a book, actually the English title is Camp 14 by Shin Donghyuk,the Japanese title is different, but she gave me a book 10, 11 years ago…”
시미즈 감독은 11년 전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카나이 도이 일본 지국장으로부터 받은 책 ‘14호 수용소 탈출’을 읽고 작품 제작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어머니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부모님 말을 안 들으면 나쁜 일이 생긴다는 의미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로부터 ‘북쪽의 산으로 데러간다’ 라는 말을 어릴 적부터 들었던 시미즈 감독은 어머니가 17세에 카치로라는 이름의 재일 한인 남성을 사랑했지만 그가 북한의 거짓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가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미즈 감독은 어머니가 1960년대 북한으로 간 수많은 일본인 가운데 한 명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상낙원으로 믿고 북한으로 간 재일 한인들이 간첩 누명을 쓰고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 것을 알았던 시미즈 감독은 만약 어머니가 그와 함께 북한에 갔다면 자신의 운명이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것이 작품 제작의 동기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미즈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상상과 탈북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썼고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또 작품 제작을 위해 정치범 수용소를 경험한 탈북민들을 만났습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 등지에서 만난 탈북민들은 수용소 피해자, 경비병 근무자, 일본에서 북한으로 건너갔다가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사람 등이었습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7국 산하 관리 정치범수용소 경비대에서 8년간 근무하다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안명철 씨도 그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녹취: ‘트루 노스’ 메이킹 필름] “수용소가 위성에서 내려다보면 어떤 북한의 한 개의 도시같이 보여요. 사이즈가, 한 개 캠프 사이즈가 서울시 3분의 1이에요..” 공장도 있고..”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 NK 워치를 이끌고 있는 안명철 대표는 영화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에서 정치범수용소 안에 탄광, 공장, 차량 수리소 등이 갖춰져 있다고 말합니다.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민간단체 원코리아의 이현승 워싱턴 지부장은 눈물을 흘리며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 지부장은 VOA에 정치범 수용소에 들어가 운명이 바뀐 사람들이 자신의 친구와 그들의 가족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지부장] “열다섯 살 때 저희 학급 친구들이 3년 동안 정치범수용소에서 있었던 친구가 돌아왔더니 제가 한번 물었어요. 생활이 어떤지 그 친구가 아마 상상을 못 할 거다 하면서 한마디 하더라고요. 그리고 더는 말을 안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아버님이 거기서 죽었어요. 형이 거기서 불구가 됐습니다. 그리고 어머니하고 아들만 살았어요. 동생만 살아서 왔어요. 3년 만에 한 가족의 운명이 확 바뀐 거죠.”
시사회를 주최한 북한자유연합의 수잔 숄티 대표는 이 영화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자료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숄티 대표] “I think it's going to be a really powerful weapon. And to spread the truth about what's happening in these camps and hopefully create more pressure on the regime to shut these camps down because we should not be letting this go on day after day. You know when the Holocaust happened…”
숄티 대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히틀러가 자행한 유대인 학살을 놓고 국제사회는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 맹세했지만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영화가 북한 정권의 수용소 폐쇄를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사회에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 시미즈 감독과의 첫 번째 작업이 될 것이라는 숄티 대표는 12만여 명이 수감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영상이 희박한 만큼 그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습니다.
숄티 대표는 이 영화가 최근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들의 소송에 증거 자료로도 채택됐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지난 2014년 재일 한인 북송사업을 납치와 강제실종 등 반인도적 범죄로 분류한 가운데,지난 2018년 5명의 피해자들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14일 일본 도쿄지방법원의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1959년에서 1984년까지 북한 정권이 벌인 재일 한인 북송사업으로 북한에 갔다가 탈출해 일본으로 돌아온 재일 한인 피해자 가족이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만이었습니다.
시미즈 감독은 트루 노스의 미국 내 넷플릭스 서비스를 위해 작업 중이고 미국 내 대학가와 정치계에도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시미즈 감독] “ It is about the prison camp and atrocity, but my focus has been on human dignity and humanity. The thing that moves us, you know, is compassion, friendship, humor, romance. You know, everyone has the hope and dream anybody cares about his or her family. So I wanted to emphasize that.”
시미즈 감독은 영화에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행위가 담겼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성에 중점을 두었다며,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연민과 우정, 유머와 로맨스 같은 부드러운 감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수용소 피해자들을 통해 깨달은 것이라는 시미즈 감독은 누구나 자신의 가족을 위한 희망과 꿈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루 노스는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비롯해내슈빌 영화제와 폴란드 바르샤바, 오스트리아 국제 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되거나 수상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