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중 헤어진 북한의 두 아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100살 할아버지의 사연이 뉴질랜드 한인 언론을 통해 소개됐습니다.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이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은 두 아들을 만나는 것이고, 그 것이 안 되면 소식이라도 듣는 것입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한 세기를 살아온 김인영 할아버지는 70년이 지난 지금도 태종, 태성이라는 이름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하루도 잊은 적 없는, 이제 일흔이 훌쩍 넘은, 북한에 두고 온 두 아들의 이름입니다.
뉴질랜드의 한인 방송 ‘해피월드 TV’는 최근 김인영 할아버지의 사연을 다룬 다큐멘터리 ‘무궁화 할아버지’를 제작해 방영했습니다.
아들들을 만나는 데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뉴질랜드 시민권을 신청했다는 김인영 할아버지.
1922년 4월 16일 황해도 황주군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북한 사법국에서 근무하다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이후 단 한 차례도 고향 땅을 밟을 수 없었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과 마지막으로 만난 건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당시 6사단과 함께 북진하던 중이었습니다.
곧 돌아오겠다며, 기다리고 있으라는 약속은 70년째 지켜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생전 마지막 소원은 두 아들을 만나는 것이고, 그것이 안 되면 소식이라도 듣는 것입니다.
또 그렇게 다시 돌아가지 못할 곳인지 모르고 떠나온 것에 대한 미안함을 두 아들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녹취: 김인영 할아버지(해피월드 TV)] “내가 일을 잘못 처리하고 잘못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고 지혜롭게 잘 살아다오.”
할아버지는 그마저도 어렵다면 두 아들이 그저 이 어려운 세상에서 강하고 지혜롭게 잘 살아주기만을 바란다고 말합니다.
뉴질랜드로는 한국에서 만난 부인과 함께 이민했습니다.
현지에서는 한국 국화인 무궁화 보급에 매진하면서 ‘무궁화 할아버지’로도 불립니다.
뉴질랜드 한인 2세들에게 한국인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어 8월 8일 ‘무궁화의 날’을 홍보하고 무궁화 관련 책자를 만들어 나눠주기도 합니다.
할아버지 집 뒷마당에는 여러 종류의 무궁화가 심어져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의 묘와, 그 옆자리에 마련돼 있는 할아버지의 묘 주변에 무궁화나무를 심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오클랜드 시내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 주변에 무궁화나무 심기 사업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시 의회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할아버지가 거주하는 뉴질랜드에는 실향민 1, 2세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모임을 통해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북한의 평양냉면과 남한의 떡갈비를 나눠 먹으며 남북통일을 소망합니다.
[녹취: 김인영 할아버지(해피월드TV)] ”남북이 왕래하고 소식이라도 전해줄 수 있는 큰 틀이 잡혀질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죠.”
하루빨리 남북통일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남과 북이 서로 왕래하고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겁니다.
100세 나이에도 건강관리를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는 행여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두 아들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감사의 마음으로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하는 ‘무궁화 할아버지’.
현지 언론은 김 할아버지의 뉴질랜드 시민권 신청이 곧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