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유럽 국가 슬로베니아가 북한 인권 실태에 거듭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됩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논의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인권 침해 가해자 처벌과 대북 제재 이행을 적극 옹호하고 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럽연합을 대표해 지난달 말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북한인권결의안을 제출했던 슬로베니아가 북한 인권 유린 문제를 거듭 제기했습니다.
슬로베니아 외무부는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슬로베니아가 유럽연합(EU)의 틀 안에서 북한인권결의안 추진에 협조하고 있다”며 “결의안에 언급된 주요 우려 사항이 수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슬로베니아 외무부 이메일] “The main concerns mentioned in the resolution have remained the same for a number of years. To mention just a few: severe human rights situation in the DPRK, also due to the absence of improvements in the past years; lack of accountability for human rights violations by those responsible; humanitarian situation and its impact on the human rights situation remains to be worrisome.”
“인권이 지난 몇 년 동안 개선되지 않았고,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없으며, 인도주의적 상황과 이것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이 여전히 우려스럽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이 3년 연속으로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각국이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건설적인 비판을 수용해 대화에 참여하며, 현장에서 인권 상황의 구체적인 개선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슬로베니아 외무부 이메일] “We believe it is important for states to cooperate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s is mentioned above, to engage in dialogue by accepting constructive criticism and to respond appropriately, and to promote concrete improvements in the human rights situation on the ground.”
앞서 유엔 총회 제3위원회는 지난 17일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 동의) 방식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결의안은 다음 달 유엔 총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입니다.
슬로베니아 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유럽연합을 대표해 “북한이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접근 요청을 거부하는 등 인권 관련 유엔 메커니즘에 협력하지 않고, 남북대화나 다른 유엔 회원과의 관여에도 긍정적인 진전이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슬로베니아 외무부는 북한의 이런 행동을 국제법 위반이자 제재 적용 대상으로 규정했습니다. “슬로베니아는 유엔에서 국제법 원칙과 인권 존중을 거듭 요구하고 있으며, 따라서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 유지에 찬성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슬로베니아 외무부 이메일] “In the UN, Slovenia repeatedly calls for respect for international legal principles and human rights, and is therefore in favor of maintaining sanctions where violations occur.”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재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슬로베니아와 EU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에 부과된 제한 조치를 공동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유엔 안보리는 이미 인도주의적 제재 면제를 허용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슬로베니아 외무부 이메일] “Slovenia and other EU Member States have jointly implemented the restrictive measures against the DPRK imposed by th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by way of adopting relevant EU legal acts. The UN Security Council does already allow for humanitarian exemptions.”
다만, “대북 제한 조치와 함께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면서도, 개방적인 대화 채널을 보존하고 가뜩이나 심각한 주민들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는 이중적 접근법을 계속 지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슬로베니아 외무부 이메일] “Slovenia continues to support the double-track approach of the EU, which encloses continuous pressure with restrictive measures, whereby preserving open channels for dialogue and not worsening conditions of civilians that are severe already. Unity and activity of EU and UN SC continues to be of utmost importance.”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말 유엔 안보리에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또다시 제출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2019년에도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했습니다. 양국은 그해 12월 16일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에서 북한의 해산물·의류 수출 금지 규정, 북한 노동자 송환 규정을 폐지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결의안에도 유사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슬로베니아 외무부는 “한반도 정세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이 지역의 안보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북한이 최대한 빨리 비핵화와 비확산 회담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슬로베니아 외무부 이메일] “Slovenia follows the situ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closely and we hope that the security situation in the region will not escalate further. We hope that the DPRK will return to the denuclearization and non-proliferation talks as soon as possible.”
슬로베니아는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다음 해인 1992년 한국, 북한과 각각 외교 관계를 수립한 남북한 동시 수교국으로, 그동안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슬로바키아 등과 함께 국제무대와 사회연결망 서비스를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규탄해 왔습니다.
북한은 미-북 비핵화 협상 실무 담당자였던 최강일을 지난해 8월 슬로베니아 주재 대사로 임명했는데, 당시 슬로베니아 외무부 대변인실은 VOA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근무 중인 최 대사가 슬로베니아 대사로 부임했으며 두 나라 대사 업무를 동시에 수행한다고 확인했습니다.
대변인실은 슬로베니아 정부가 북한의 핵 개발과 인권 침해에 대한 메시지와 우려를 북한에 전달하고 있고 유엔과 유럽연합의 대북 경제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고 있다며, 이 모든 메시지와 우려를 최강일 북한 대사에게도 전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