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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오미크론' 출현에 비상… 북중 국경 개방 미뤄질 듯


25일 북한 평양.
25일 북한 평양.

중국과의 국경 개방을 준비해 온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새로운 변이종인 ‘오미크론’의 등장에 방역 고삐를 더욱 죄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북-중 국경봉쇄 해제는 물론 종전선언 등 한반도 이슈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종인 ‘오미크론’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또다시 델타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5배나 강한 새로운 종류의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돼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중앙비상방역부문에서는 새 변이 바이러스들의 급속한 전파상황에 대처해 일군들과 근로자들이 최대로 각성 분발해 국가비상방역사업의 완벽성을 철저히 보장하도록 하는 데로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일군들은 자기 부문, 자기 단위에서 보다 위험하고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는 공간과 허점들을 빠짐없이 찾아 대책하기 위한 대중적인 방역 분위기를 계속 고조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사람들이 방역 규정을 소홀히 하는 데로부터 대유행전염병의 악순환에 다시 빠져들고 있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철저한 방역 규정 준수를 당부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북한이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방역 고삐를 한층 더 죄면서 당초 이달 중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졌던 중국과의 국경 개방 시기가 또 다시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최근 북-중 간 물자교역 재개를 위한 준비 동향이 지속해서 관측됐다고 밝혀 온 한국 정부는 ‘오미크론’의 등장이 북-중 교역 재개 여부 등 한반도 현안들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은 이미 초특급 비상방역 단계를 선포하고 국경 봉쇄 등 고강도 방역조치를 실시하고 있어 ‘오미크론’ 변이 발생에 대응해 별도의 추가 조치를 취하는 동향은 아직까지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종주 대변인] “북-중 국경 봉쇄 해제 문제는 북중 간 협의 그리고 접경지역의 방역시설 등 정비 동향, 코로나 확산 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될 사안으로, 이번 오미크론 변이 발생이 미칠 영향을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은 앞서 델타와 람다, 뮤 등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할 때마다 주변국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주민들에게 방역 강화를 주문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당국이 ‘오미크론’ 등장 이전부터 이미 주민 정치사업 자료를 통해 방역을 강화하는 추세였다며 중국과의 국경 개방이 또 다시 미뤄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기존에 있던 변이만 갖고도 ‘위드 코로나’(신종 코로나 사태로부터의 일상회복 조치)로 전환한 국가들을 비난하는 기사들을 북한이 많이 썼거든요. 그런데 지금 위험성을 알 수 없는, 세계를 긴장케 만들고 있는 ‘오미크론’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 상황은 북한의 방역 강화, 국경 봉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탈북민 출신의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단둥과 혜산 등지에서 북-중 무역업자들이 국경 봉쇄 해제를 기대하면서 거래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압록강 철교 열차 운행 재개와 관련한 동향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조 소장은 중국측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사회질서 안정 차원에서 탈북민들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북한은 북한대로 방역 차원의 주민 통제가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이번 10월 사회안전성 주민 정치 사업 자료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국경봉쇄를 더 강화하고 중국에서 일하다가 넘어 온 사람들 또는 다시 중국에 일하려고 넘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넘어가지 말라 또 넘어갔다 왔으면 자수하고 자백하라 이렇게 정치 사업이 진행되고 그렇게 되지 않으면 연선에 나오면 포고에 나왔다시피 무조건 쏴 죽인다 이렇게 돼 있거든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새 변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이심각한 수준으로 판명될 경우 한반도 현안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미국을 포함해 한반도 문제 당사국들은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해결을 바라지만 변이 바이러스 출현은 그런 시도 자체를 제약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일단은 종전선언이 당연히 영향을 받을 거고요, 종전선언을 하려면 어떤 형태로든지 협상을 해야 하고 이게 한미가 만든 안을 그냥 일방적으로 전해 주는 게 아닌, 설사 전해 준다고 하더라도 그것도 접촉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한국이나 미국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이것을 또 하나의 계기로 삼아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 들이겠다라는 건데 지금 화상대화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물리적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지금 어렵다는 것이고.”

박 교수는 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남북한 정상을 초청한다고 해도 코로나 상황이 악화될수록 성사 가능성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미크론’은 홍콩까지 퍼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화권 전체가 긴장 상태입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달 이탈리아 로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직접 제안한 교황의 방북 구상에 대해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요원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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