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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연말기획: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한반도] 5. 미-중 갈등 고조와 북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취임 첫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취임 첫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올해도 계속되며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전략적 경쟁이 이념과 체제 경쟁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길은 한층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VOA는 2021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분야별로 돌아보는 다섯 차례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미-중 갈등 고조 속 한층 복잡해진 북한 문제를 짚어봅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취임 후 연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부터 “내 재임 중 중국이 최강국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첨예한 미-중 경쟁시대를 예고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That’s not going to happen on my watch because the United States are going to continue to grow and expand.”

같은 달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첫 외교정책 연설에서 미국과 중국 관계를 ‘21세기 최대 지정학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중국과의 경쟁, 협력, 대립 의지를 밝히면서도 “공통분모는 힘의 위치에서 중국과 관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China is the only country with the economic, diplomatic, military, and technological power to seriously challenge the stable and open international system...”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외교 행보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주최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의 비공식 안보협의체인 ‘쿼드’의 첫 대면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내세우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다른 나라들과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중국에 보낸 것입니다.

지난 6월 미국 주도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도 중국을 겨냥한 자리였고, G7 정상들은 중국을 향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탄압 중단과 홍콩의 자치권 보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에 대한 철저한 조사 등을 촉구했습니다.

나토 정상들도 과거 주로 러시아에 맞춰졌던 정상회의 초점을 이번에는 중국으로 이동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존중’을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의 주장은 ‘근거 없는 비난’이라며 내정간섭 등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중국은 또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 기업들을 무더기로 수출통제 대상에 연달아 추가하고 홍콩 민주화 시위 탄압을 근거로 중국 고위 관리들을 무더기로 제재하자 보복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이른바 ‘반외국제재법’으로 맞대응했습니다.

미-중 간 상호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각종 ‘맞대응’ 조치가 이어진 가운데 지난 11월 15일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It seems to me our responsibility as leaders of China and the United States is to ensure that the competition between our countries does not veer into conflict…”

세 시간 반에 걸쳐 화상으로 진행된 이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시 주석은 ‘건강하고 안정적인 양국 관계’와 협력 의지를 강조해 회담 후 일각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양국 간 긴장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회담이 열린 지 한 달도 안 된 지난 6일 미국은 내년 2월 중국에서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공식 발표했고 양국 관계는 다시 긴장 국면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6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6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하고 있다.

[녹취: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The Biden administration will not send any diplomatic or official representation to the Beijing…”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당시 언론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신장에서 계속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대량학살과 반인륜적 범죄, 기타 인권 유린 등을 고려해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어떠한 외교적 혹은 공식적인 대표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이 110여 개 나라를 초청해 주도한 ‘민주주의 정상회의’까지 열리자 중국은 ‘미국식 민주주의는 가짜민주주의’라며 강하게 비난하는 등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둘러싼 이념과 체제 경쟁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미-중 갈등 속 올해 북한과 중국은 여러 국제 문제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를 향해 한 목소리를 내는 등 줄곧 ‘전략적 협력’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공개된 시진핑 주석과 주고 받은 구두친서에서 “적대세력들의 전방위적인 도전과 방해 책동에 대처해 조-중 두 당, 두 나라가 단결과 협력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고, 시 주석 역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새로운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 속에서도 북한 문제는 양국 간 협력 분야로 꼽고 있지만 미-중 갈등으로 인해 두 나라의 실질적인 대북 협력은 사실상 매우 어려워졌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미-중 대립으로 효과적인 대북 제재 체제를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졌다며, 중국이 대북 지렛대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원조를 제공하고 북한의 제재 회피 등을 돕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2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과 중국이 ‘광범위한 긴장관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미-중 두 나라가 “여전히 한반도 군사충돌 방지를 원하고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비핵화를 지지하는 등 어느 정도 공통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지만 양국 간 긴장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협력하기는 사실상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it makes it much more difficult for the US and China to cooperate…”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미-중 간 대북 협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북한은 더 넓은 운신의 폭을 갖고 미국의 압박에도 더 잘 견딜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수잔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28일 VOA에 올해 북한과의 외교에서 미-중 긴장은 큰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며, 이유는 “북한이 외부세계와 관여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손튼 전 차관보 대행] “I really don’t think US-China tensions have been a big factor in the DPRK diplomacy of the last year…”

북한 문제에 진전을 내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있었다면 미-중 긴장은 이를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었겠지만, 올해는 (북한과의 관여에 관한) 모든 것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에 미-중 긴장이 북한 문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그러면서도 앞으로 미-중 긴장 상태가 계속되거나 악화한다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진전을 내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있어도 진전을 이루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29일 VOA에 과거에도 그랬듯이 올해도 미-중 갈등은 한반도 문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중국이 미국과 한국의 대북 안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I don’t think it’s really impacted the Korean peninsular…”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관점과 관계는 미국,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목표도 다르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대북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만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을 도울 것이라고 가정한 전략에 기초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미-중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고 중국은 내년에도 북한이 도발 등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를 원할 것이라면서, 중국의 이런 입장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VOA가 2021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보내 드린 기획보도, 이번 순서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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