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제재 관련 문의를 담당할 특별 조직을 신설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인도주의 단체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나왔습니다. 대북제재 전문가들은 이 제안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대북 지원의 가장 큰 장애물은 북한 당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제이슨 바틀렛 연구원은 15일 법률전문 블로그 ‘로페어’에 기고한 ‘미국 정부와 인도주의 단체들 간 제재 조율을 증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글에서 바이든 정부에 5개의 정책 제언을 했습니다.
바틀렛 연구원은 지난 1년에 걸쳐 미국 정부 당국자들, 인도주의적 지원 단체들, 금융 기관들, 지역 전문가들과 일련의 비공개 회의들을 열어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북한, 시리아와 같이 제재를 많이 받는 나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노력이 저해되지 않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우선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에 인도주의 기구들의 제재 관련 문의를 담당할 특별 조직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인도주의 단체들이 재무부에 연락했을 때 연락이 지연되서 지원 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바틀렛 연구원은 이 ‘담당실’이 인도주의 단체들에게 제재 면제 승인과 제재 이행 관련 내용을 보다 신속하고 분명하게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틀렛 연구원은 또 국무부의 제재 조정관이 ‘인도주의적 지원 관련 업무’도 담당하고, 재무부가 제재 예외 대상인 인도주의 단체들 ‘화이트 리스트’를 만들며, 해외자산통제실이 제재 대상국별로 제재 면제와 ‘일반 허가’ 등 적용되는 모든 정보를 통합한 설명서(Fact Sheet)를 낼 것을 제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족과 친구들이 제재 대상국에 해외에서 생활비를 송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바틀렛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구호단체들의 금융 기관 사용을 용이하게 하고 정부로부터 제재 관련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받기 위한 조치들로 풀이됩니다.
그동안 대북 지원단체들은 대북 제재 면제와 관련한 복잡한 규정이 대북 지원을 어렵게 한다고 호소해 왔습니다.
미국의 46개 민간단체들은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 등 대외 제재 정책에 대한 변화를 촉구했으며, 민주당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과 앤디 레빈 하원의원도 11월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비정부기구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규정 완화를 촉구했습니다.
“인도주의 지원에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전용 막아야”
하지만 제재 전문가들은 바틀렛 연구원 제안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대북 인도주의 지원의 가장 큰 장애물은 북한 당국이며, 여러 부수적인 걸림돌도 많다는 지적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에서 미국 측 대표를 지냈던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분석관은 16일 VOA에 지금은 제재 면제 절차를 바꿀 때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뉴콤 전 분석관] “There’s not a need to change the exemption system. It exists for a reason, and the reason is that North Korea has often used some of the blurry lines about what is and what isn’t a humanitarian aid to further some of its programs… In the past, they abused it, and that’s why they now have humanitarian aid go through an exemption process. That was kind of plugging the loophole. So why weaken that right now? North Korea is an obstacle, why focus on exemptions? “
뉴콤 전 분석관은 “북한이 인도주의적 지원과 지원이 아닌 항목들의 애매한 경계를 악용해 (무기) 프로그램을 추가 개발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과거에 북한의 이러한 악용 때문에 인도주의 단체들이 (제재) 면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라며 “이는 허점을 메우는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뉴콤 전 분석관은 북한 내부로 구호 물품의 반입을 막는 것은 북한 당국인데 ‘왜 면제 절차에 집중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구호단체들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에 제출하는 제재 면제 신청서에는 지원 물품 내역, 수량, 관련자 명단 외에도 지원 품목이 북한 내에서 전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원 물자 중 식품과 약품을 제외한 미국산 제품이 포함될 경우 해당 단체의 국적과 무관하게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합니다.
또 미국 단체가 북한에 인도주의 지원을 하거나 북한 정부 당국과 ‘협력 약정’을 맺기 위해선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법률자문으로 활동했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16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재무부에 구호단체들과의 ‘연락 담당실’을 신설하자는 제안은 구호단체들의 이해를 높이는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지 몰라도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제재 면제 절차 외에도 대북 인도적 지원에 다른 걸림돌이 많다는 것입니다.
[스탠튼 변호사] “Second, China and Russia have been, I suspect, deliberately restrictive in their enforcement of customs controls on non-sanctioned goods, as part of a cynical strategy to delegitimize all sanctions. Third, Some NGOs haven’t been very careful about the risks of their own work. For example, a Swiss NGO, with funding from the Swiss Agency for Development and Cooperation, once built a bio-insecticide plant that turned out to be just as suitable for making biological weapons…”
스탠튼 변호사는 “중국과 러시아는 고의적으로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 품목에도 통관을 엄격하게 했다”며 “모든 제재의 적법성을 약화시키려는 냉소적인 전략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일부 구호단체들이 북한 내부에서 ‘제재 위반 위험’에 유의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스위스 구호단체가 스위스개발협력청(SDC)의 자금을 받은 북한에 만든 생물살충제 개발 공장은 생물무기 개발에도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영국에 본부를 둔 농업생명과학센터(CABI)의 스위스 지부는 지난 2005년 북한에 생물살충제 개발 시설을 세웠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구호단체들이 제재 면제 확대를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데에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 “Finally, it’s unfortunate that a few NGOs that work in sanctioned states can be “captured” and politicized by state agents, and end up becoming lobbyists for the wholesale removal of all sanctions, including against the state’s proliferation, money laundering, kleptocracy, and even its human rights abuses – all things that contribute to the hunger problem.”
스탠튼 변호사는 “제재 대상국들에서 활동하는 일부 비정부기구들이 당국의 ‘포로’가 되고 정치화돼서 모든 제재의 대대적인 해제를 위해 로비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해당국의 확산, 돈세탁, 권력자의 부의 독점, 인권 유린 등에 대한 모든 제재 해제를 추진하는데, 이 모든 것은 기아 문제를 유발하는 문제들”이라고 말했습니다.
후안 자라테 전 재무부 테러자금∙금융범죄 담당 차관보는 2020년 4월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제재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를 주제로 연 화상 토론회에 참석해, 인도주의 지원 단체들의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바로 제재 대상국의 불법 활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자라테 전 차관보] “So I think part of this debate has to move beyond these regimes as pure victims. And these regimes actually have a role to play if they want the international system to help them. And part of that is ensuring transparency and accountability in how goods and money flow into their countries.”
자라테 전 차관보는 “이 정권들을 ‘순전한 희생자’로 바라보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이 정권들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자국 내로 유입되는 물품과 자금 흐름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자라테 전 차관보는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