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러시아가 24일 새벽,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습니다. 육해공 병력을 동원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쪽과 남쪽, 북쪽 3면을 포위하고 공격을 단행했는데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 군사작전을 승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오랜 갈등 뇌관인 ‘돈바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유럽의 화약고, 돈바스”
‘돈바스(Donbas)’ 지방은 우크라이나 동부에 있는 ‘루간스크주’와 ‘도네츠크주’ 일대를 말합니다.
우크라이나 가장 동쪽에 있는 루간스크주와 이웃 도네츠크주는 러시아와 접경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 위치와 풍부한 천연자원 등으로 유럽 열강의 침략과 분쟁에 끊임없이 휘말린 수난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18세기에는 이 돈바스 지역을 포함한 동부 일대가 러시아 제국의 통치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루간스크주와 도네츠크주에는 러시아의 문화와 풍습이 특히 많이 남아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곳은 예로부터 철강과 석탄 등 광물 자원이 풍부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과거
소련 시절, 이 곳은 매우 중요한 전략 지역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많은 러시아 주민이 이곳으로 대거 이주했습니다.
현재 돈바스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은 약 360만 명인데요. 이곳 주민의 대부분은 러시아어를 사용합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이 곳 주민의 약 5분의 1에게 러시아 여권을 발급했는데요. 이는 곧 사실상 이들을 자국 국민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친러 분리주의자들의 이탈”
2014년 2월, 우크라이나는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로 실각하고 임시 정부가 들어서며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이 틈을 타, 전통적으로 친러시아 성향이 강했던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에서는 러시아로의 편입을 묻는 주민 투표가 실시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제 사회의 비판 속에,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반도의 치안을 이유로, 군인과 탱크 등 무장 병력을 보냈고, 이는 곧 크림반도 강제 병합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 거주하고 있던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자들도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수립했습니다.
반군의 기세에 밀린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는 주도를 반군들에게 넘겨주고, 주 내 다른 곳으로 주도를 이전해야만 했는데요. 현재 친러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곳은 돈바스 전체 지역으로 보면, 절반이 되지 않습니다.
“반군 지역 수장들”
돈바스 반군 지역에는 자칭 ‘국가수반’들도 있습니다.
현재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은 2018년 선출된 ‘데니스 푸실린’이 수반 역할을 하고 있고,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은 ‘레오니드 파세츠니크’가 2018년부터 이끌고 있습니다.
데니스 푸실린은 1981년 생으로 올해 40살입니다.
도네츠크주에 있는 ‘마키이우카’라는 곳에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측 자료는 그의 부계가 러시아에서 이주한 사람들이고 어머니는 우즈베키스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방위군 특수대원으로 크림반도에서 복무했고, 무역 일에 종사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정정 불안이 극심한 틈을 타 친러시아 세력을 규합해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을 수립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푸실린은 지난 2018년 11월 선거에서 60% 넘는 득표율로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2대 수반으로 당선됐습니다.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레오니드 파세츠니크는 1970년 생, 51살입니다.
꽤 오랫동안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루간스크 지부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파세츠니크도 2014년 정정 불안의 와중에 루간스크주에서 친러시아 시위를 주도하며 세를 규합했습니다.
2014년 이른바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이 수립된 후 보안장관 등을 거쳐 2018년 11월, 국가수반 자리에 올랐습니다.
“유혈 분쟁”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들 분리주의자들을 반란군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정부군과 이들 반군 간의 교전으로 희생된 사람은 1만4천 명이 넘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세계는 러시아가 분리주의 반군 세력을 군사적,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하지만 러시아는 줄곧 이를 부인해왔습니다.
2014년 7월에는 교전 중에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을 지나가던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격추돼 298명 탑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국제 공동조사단은 반군 지역에서 발사된 러시아 미사일에 의해 여객기가 격추된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러시아는 역시 개입을 부인해 왔습니다.
“민스크 협정”
민스크 협정은 돈바스 지역을 둘러싼 무력 충돌로 희생자가 대거 발생하자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와 두 반군 세력, 그리고 이들을 비호하는 것으로 지목된 러시아 사이에 중재한 정전 협정입니다.
민스크 협정은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체결됐습니다.
양측 간 무력 분쟁이 한창이던 2014년 6월 6일, 프랑스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던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이 돈바스 지역 문제를 논의한 게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이 4개국의 모임을 ‘노르망디 형식’ 회담이라고 합니다.
이 4개국 정상회담을 토대로 그해 9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 4자 대표가 정전 협정을 체결했는데요.
협정에는 즉각적인 휴전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통한 휴전 감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의 권력 분산화, 인도적 지원, 포로 교환, 도네츠크 지역의 중화기 철수 등 12개 조항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협정에 서명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다시 교전이 벌어지면서 협정은 휴지 조각이 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군들은 서로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고, 2015년 2월, 4자 대표들은 다시 민스크에서 모여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이른바 ‘민스크 협정 2’에 합의했습니다.
2차 협정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 대한 특별 지위 인정과 더 많은 자치권을 부여하는 내용 등 13개 조항으로 이뤄졌습니다.
이 2차 협정 체결 때는 당시 독일과 프랑스를 이끌고 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민스크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2차 민스크 협정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반군들은 자치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고, 우크라이나는 반군들의 무장 해제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협정 조항의 해석을 두고 서로 대립해왔고요. 최근까지도 산발적인 교전이 이어졌습니다.
“러시아의 독립 승인”
2014년 반군들이 독립을 선언했지만, 이를 인정한 나라는 역시 국제 사회에서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남오세티야를 빼고는 최근까지 단 한 나라도 없었습니다.
남오세티야 역시 2008년 조지아 내 친러시아 세력이 독립을 선포한 곳입니다. 당시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조지아 내 러시아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조지아를 침공했고, 그 결과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가 이탈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21일, 유엔 회원국으로서는 제일 처음 러시아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반군 지역을 독립 국가로 승인한 겁니다.
푸틴 대통령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수장이 공개 영상을 통해 독립 승인을 요청한 지 몇 시간 만에 국가안보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이들의 독립과 주권을 인정하는 법령에 서명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역내 평화 유지를 내세워 병력 파견도 지시했는데요. 서방 세계는 앞서 조지아의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이탈,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과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고 강하게 의혹을 제기해왔습니다.
러시아는 줄곧 이를 부인했지만 24일 새벽, 결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공격을 단행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의 불씨인 돈바스 지역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