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을 이용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가 경고했습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미-중 갈등에 미-러 대립까지 겹친 상황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두 나라와의 협력은 더 어려워 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한국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불법 침략을 끝내고 주변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한국과 러시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미 대사를 역임한 버시바우 전 대사를 박형주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격화하는 양상입니다. 먼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 등 이번 사태를 어떻게 규정하십니까?
버시바우 전 대사) “푸틴은 독립 국가로서의 우크라이나 존재를 이웃국가를 지배하고 냉전 종식 이후 일어난 유럽의 변화를 되돌릴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합니다. 때문에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통제하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과 통합되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습니다. 푸틴은 영향력을 기반으로 유럽을 재분할하고 ‘러시아 제국’을 복원하는 데 성공하려면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러시아 국민들이 우크라이나의 민주화를 보고 같은 요구를 하도록 해 푸틴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미국은 푸틴 대통령 등을 제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외교적 해법도 여전히 열어 놓고 있는데, 현재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버시바우 전 대사) “처음부터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는 모든 형태의 침략을 방지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전략은 억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강력한 제재 위협과 우크라이나군의 무장 지원 등을 통해 침략을 막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러시아의 어떤 침공도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경고 말입니다. 또 이번 갈등으로 인한 어떤 분열도 방지하기 위해 나토를 강화하고 동시에 위기 해법 수단으로 외교를 제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억지력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우크라이나에서 더 많은 생명을 잃기 전에 조기에 공격을 끝내기 원합니다. 러시아의 침공에 반대하는 국제여론도 결집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물러서고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바람을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선 외교에 대한 희망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미국은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동맹국들의 협력도 촉구하고 있는데요, 한국은 이번 사태 대응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버시바우 전 대사)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침공을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자유질서에 대한 최대 도전으로 생각합니다. 푸틴의 이런 공격 행위가 성공한다면 다른 독재정권이 이를 모방하는 데 대담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가 국제질서 보호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미국, 유럽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침략에 대한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중국을 포함한 다른 잠재적 수정주의 세력들이 러시아의 사례를 따르지 못하도록 분명히 하기 위해서 말이죠. 이런 가운데 한국이 최근 세계 주요 7개국 G7, 나토, 유럽 회원국 등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기로 한 것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한국은 확실히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위상을 활용해 러시아가 이런 불법 침략을 끝내고 주변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하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도 짚어보겠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사태 대응에 집중하면서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될까요?
버시바우 전 대사) “이번 사태가 (북한 문제 대응과 관련해)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평양에서 오래 지속되는 다른 문제들, 그리고 협상 과정 복귀에 대한 거부 등 이런 문제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외교적 과정과 한반도의 평화 문제와 관련한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자)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다소 관망하던 북한이 최근 ‘미국과 서방의 패권주의 정책’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북한 지도부의 셈법은 무엇일까요?
버시바우 전 대사) “김정은은 이번 사태로 미국의 주의가 분산되기를 바라고 러시아· 중국과 관여할 기회를 모색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북한의 입장이 지나치게 도발적이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너무 도발적이지도 않았습니다.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은 강대국이 무력으로 국경을 변경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선 북한의 안보가 약화할 것이라는 점을 평양에 상기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러시아의 이런 침략이 북한의 미래 안보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무력으로 국경을 변경하고 군사적 수단으로 주변국을 예속시키는 것이 용인되는 세상에서 북한이 이득을 보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언급은 그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일 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유엔 대북제재를 회피하는 데 있어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과 지원을 희망하면서 말이죠.
기자)북한이 이번 사태를 자신들의 핵 보유 정당성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과거 우크라이나도 핵보유 국가였기 때문인데요, 이런 분석에 동의하십니까?
버시바우 전 대사)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정은에겐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구축을 위해 더 이상의 자극이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북한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제가 더욱 걱정하는 것은 국제 비확산 체제에 미치는 함의입니다. 러시아는 1994년 체결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위반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주권 보장을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침공으로 인해 이 합의는 실패했습니다. 이는 위협을 느끼는 다른 나라들에 핵무기 필요를 느끼도록 부추길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약 28일만에 미사일 발사를 재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틈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요?
버시바우 전 대사) “잘 모르겠습니다. 북한은 이미 최근 몇 주 동안 미사일 시험을 늘리고 있었습니다. 추가 도발 가능성이 있는지 확신할 순 없지만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서방과 러시아 간 위기를 이용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실수일 것입니다. 물론 김정은이 현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기자) 지속되는 미-중 갈등에 미-러 대립까지 얹어진 상황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핵 문제의 주요 관련국인데요, 이들과의 대북 협력은 더욱 불확실해지는 것 같군요?
버시바우 전 대사) “더욱더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러시아가 이웃국가에 대한 전쟁에 관여한 현 상황에서 기존 사안에 대한 외교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위기가 끝나면 북한 문제에 대해 다시 협력할 기회가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미국과 러시아 간 어떤 종류의 협력도 없을 수 있습니다.”
아웃트로) 지금까지 주러시아, 주한 대사 등을 역임했던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대사로부터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이것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박형주 기자의 인터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