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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대 대선 특집] 6. 서방 인권 전문가들 “새 대통령, 북한 인권정책 리셋 필요…유엔 관여, 북한인권법 이행 시급”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인권이사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인권이사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한국의 20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9일 실시됩니다. 앞으로 5년 동안 국가의 운영을 책임질 새로운 지도자를 뽑기 위해 현재 정책 토론과 선거 운동이 한창인데요. VOA에서는 한국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을 돌아보고, 동맹국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미국 조야의 기대와 제안을 들어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여섯 번째 순서로 미국과 서방 인권 전문가들이 차기 한국 대통령에게 권고하는 북한 인권 개선 방안을 전해드립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방세계 대부분의 국제 인권 전문가들은 지난 4년 동안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크게 퇴보했다며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해 왔습니다.

이는 유엔의 특별보고관들과 국제인권단체, 미국의 전직 관리들, 인권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에 보낸 수십 건에 달하는 서한 횟수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유엔 보고관들이 지난 2년 동안 보낸 서한만 해도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우려’, ‘한국 내 북한 인권 단체 강압 조사 우려’, ‘한국 공무원 피살 사건 진상 규명’, ‘대북전단금지법의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등 여러 건에 달했는데, 모두 국제 인권 기준 위반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 인권 전문가들은 한국의 새 대통령이 자유 민주 가치에 기반한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서의 국제 위상을 회복해 북한 인권을 개선하도록 대북 정책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3일 VOA에, 북한 인권 개선과 관련해 “한국의 새 대통령이 해야 할 첫 번째는 북한 인권 압박 차원에서 유엔에 다시 관여하는 것”이라고 권고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The first thing that the new South Korean president should do is reengage in the United Nations in terms of pressing North Korea on human rights. The South Korean government has done very little in the United Nations to encourage North Korean human rights. It seems to me that that's an important first step.”

“한국 정부가 지난 4년간 북한 인권 장려를 위해 유엔에서 별로 한 게 없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중요한 첫 단계로 보인다”는 겁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유엔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관여를 권고하며 차기 한국 정부는 대북 정책에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퀸타나 보고관] “Now what we would like to see from the international community, especially from the United Nations Human Rights Framework, is a consistent approach from the Republic of Korea movement toward North Korea,”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지난 2018년 6월 유엔인권이사회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기자회견을 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지난 2018년 6월 유엔인권이사회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기자회견을 했다.

오는 7월 말 6년의 공식 임기를 마치는 퀸타나 보고관은 지난주 서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 특히 유엔 인권 체계에서 한국 정부에 보길 원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일관적 접근”이라며 우선적으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동참을 촉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과거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이므로 여타 사안과 분리해 인권 문제 그 자체로 다뤄야 한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고 표결 시 찬성투표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과 한반도 평화가 우선이라며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국제 인권 전문가들은 그러나 세계인권선언이 명시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인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정부가 입장을 바꾸는 것은 유엔 헌장의 정신을 무시할 뿐 아니라 북한에도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샘 브라운백 전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대사는 인권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이 필요하다며 “새 한국 대통령이 북한의 종교 자유 필요성을 분명하게 강조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브라운백 전 대사] “The new President should press with clarity the need for religious freedom in North Korea. This is a specific human right that people understand and yet the North Korean government ranks second worst in the world for religious persecution. The new President should do what Czechoslovakia's Vaclav Havel said, “Live in truth and call good and evil by name.”

연방 상원의원 시절 미국 의회에서 북한인권법을 처음 발의했던 브라운백 전 대사는 3일 VOA에, 종교 자유가 사람들이 이해하는 특정한 인권 사안임에도 북한이 세계 최악의 종교 박해국 2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새 대통령은 “진실하게 살면서 선과 악을 이름으로 호명하라”는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말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샘 브라운백 전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대사.
샘 브라운백 전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대사.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몰두해 북한의 인권 참상과 김정은 정권의 인권 범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던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도 VOA에, “한국의 (새) 정부가 지난 4년의 경험을 통해 배우길 바란다”며 “침묵은 북한에 대한 보상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커비 전 위원장] “I hope that the Republic of Korea will learn from the experience of the last four years. Being silent does not secure rewards for North Korea. Looking in another direction does not secure rewards, often secures insults,”

인권과 관련해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것은 종종 보상이 아닌 모욕이 주어지며, 침묵의 정책으로 낼 수 있는 성과는 거의 없기 때문에 차기 정부가 북한 인권에 다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겁니다.

국제 인권 전문가들과 단체들은 또 거의 공통으로 차기 대통령이 지난 2016년 제정 이후 사실상 사문화된 북한인권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새 대통령이 먼저 한국 국회 내 진보·보수 정당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 조항을 즉시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The new president should immediately prioritize the full implementation of all provisions of the North Korean Human Rights Act which was passed into law in 2016 with the support of both progressive and conservative parties in the National Assembly. It’s outrageous and unacceptable so many provisions of that law remain unfulfilled more than 6 years after it was approved.”

로버트슨 부국장은 북한인권법의 많은 조항이 승인된 지 6년이 넘도록 이행되지 않는 것은 터무니없고 용인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새 대통령은 이를 기본적인 법 집행의 실패이자 국가적 수치로 보고 시급히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도 북한인권법 시행을 새 정부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로 꼽으면서 먼저 북한인권재단 예산을 복원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The budget should be restored for the human rights foundation so that civil society groups will receive funding for promoting human rights in North Korea. They should, South Korea should reappoint the ambassador at large,”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시민사회단체들이 기금을 받도록 해야 하며, 4년 반째 공석인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조속히 임명해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을 증진할 전략적 비전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북한과 교류·협력을 통한 실질적인 인권 증진과 인도적 지원이 중요하다며 북한인권법 이행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현재 대선 선두 경쟁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북한인권법 이행을 놓고 판이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달 북한인권재단 설립과 대사 지명에 관한 휴먼라이츠워치의 공개 질의에 “현 정부의 입장과 방향을 존중한다”고 밝혀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여야 협조로 북한인권재단의 “조기 설립을 추진”하고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정부 재량이기 때문에 자신의 “정부 출범 후 곧바로 임명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세계기독교연대(CSW)의 벤 로저스 동아시아 담당 선임분석관은 새 대통령이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저스 선임분석관] “It is absolutely essential that the new President reset policy on North Korea, to prioritise human rights as part of any dialogue, engagement or peace process, and to abandon the appalling policy of President Moon, which at best sidelined – and at worst abandoned or silenced – human rights in North Korea,”

한국의 새 대통령은 인권을 대화와 관여, 평화 과정의 일부로 우선시하고, 북한 인권을 외면하고 포기하거나 침묵한 문재인 대통령의 끔찍한 정책을 포기하도록 대북 정책을 재설정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로저스 선임분석관은 또 새 대통령이 “책임 추궁과 정의, 북한의 심각한 인권 만행을 종식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며 북한 정권의 정보 봉쇄를 깨고 북한으로의 정보 흐름이 증가하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나비 필레이 전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번 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내 인권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한국이 도와야 할 큰 책임(huge responsibility)이 있다”며 새 정부가 “인권에 관한 한국의 높은 기준을 북한에도 적용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의장은 새 한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6명의 석방과 중국 내 탈북민 보호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며, 국제앰네스티는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 입국 탈북민이 박해 우려가 있는 국가로 다시 강제 송환되지 못하도록 새 정부가 국내 법규를 개정·보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킹 전 특사는 새 정부가 정치적이 아닌 인도적 측면에서 북한 주민들을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북한 정권이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해 관여 의지를 보이면 한국 정부가 이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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