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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대 대선 특집] 1.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평가..."무기기술 진전 방치"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의 20대 대통령 선거가 다음달 9일 실시됩니다. 앞으로 5년 동안 국가의 운영을 책임질 새로운 지도자를 뽑기 위해 현재 정책 토론과 선거 운동이 한창인데요. VOA에서는 한국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을 돌아보고, 동맹국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미국 조야의 기대와 제안을 들어보는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평가를 전해 드립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새해 첫 도발의 신호탄을 쏜 지난달 5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규탄 대신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임기 초부터 확고히 제시한 대북 포용, 관여 정책을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분명히 한 겁니다.

남북 화해와 공존,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한 집착은 2017년 취임 연설에서부터 잘 드러납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습니다.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습니다.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습니다.”

이 같은 의지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 속에서도 일관적인 대북 포용정책으로 이어졌고,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으로 구체화되면서 한 때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진 유화적 대북 접근은 동맹국은 물론 북한의 호응도 얻지 못한 채 임기 말 북한의 잇따른 무기 시험으로 시효가 다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과의 신뢰 구축을 명분으로 추진된 대북 관여 노력이 비핵화 촉진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한 채 오히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기술 진전을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남북관계 또한 이전보다 악화됐다는 비판입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정권을 과도하게 신뢰했고 그런 전제에 근거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북한 문제에 쏟아부은 것이 패착이라는 지적이 워싱턴에서 나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4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과 북한이 “서로 다른 선율에 맞춰 춤을 추고 또 전혀 다른 게임을 하고 있었다”며 목표 지점이 다른 상태에서 이뤄진 문 대통령의 관여 시도를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They're dancing to a different tune. They're not playing the same game that we're playing. They're not engaged towards the same goals that we're engaged in achieving here. And the core problem is, it's North Korea. North Korea is determined to be and remain a nuclear power. And the power that has the ability not only to have nuclear weapons but to deliver them, and that's what they are, they're not going to give up their nuclear weapons.”

“문제의 핵심은 북한”인데, 핵보유국으로 남고 핵무기 운반 능력까지 보유하겠다고 이미 결심한 북한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미북 그리고 남북 대화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에 북한이 얼마나 준비됐는지, 애초에 그럴 의도가 있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은 문 대통령이 북한과 관여를 본격화할 때부터 줄곧 제기돼 왔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소위 ‘비핵화 의도’는 2018년 문 대통령의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직후 크게 부각됐습니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의용 현 한국 외교장관은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이 비핵화할 의지가 있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만남을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장관 (자료사진)
정의용 한국 외교장관 (자료사진)

이런 메시지는 이후 백악관에도 공식 전달돼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주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조선반도 비핵화’가 ‘북한의 핵 포기’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이 때문에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김 위원장이 ‘핵 포기’를 약속한 것처럼 미국에 전달한 것이 최대압박 기조를 이어가던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 급전환의 ‘원죄’가 됐다는 진단과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의 진보정권과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소위 좌파로 불리는 사람들은 북한을 끌어안으면 그들이 바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슬프게도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북한은 몇 번이고 계속해서 이것을 증명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There's a belief among progressives and President Moon and people on the left in Korea that if only we will try to accommodate the North Koreans they will change. And that's sadly not the case, and time and time and time again the North Koreans have demonstrated this.”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무관심이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think Kim Jong un was playing his cards and thinking, he's got the US and ROK to think that that we can make some progress on denuclearization. And so, he offered three percent solution closing the Yongbyon uranium enrichment facility and asking for a 70 percent sanctions resolution.”

“김정은은 비핵화 문제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을 미국과 한국에 불어넣었다고 생각했고, 이를 토대로 북 핵 프로그램의 3%에 불과한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을 내주면서 70%의 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정치적 재앙이 될 것을 알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고 북한은 이때부터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문 대통령을 탓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베넷 선임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을 대하는 북한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한국 정부 당국을 ‘오지랖 넓은 중재자’로 지칭하면서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는 훈계성 발언을 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자료사진)

이후 발언 수위는 갈수록 높아져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태생적인 바보’, ‘특등 머저리’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고, 옥류관 요리사를 등장시켜 문 대통령을 비하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2020년 6월 북한이 남북 교류의 상징인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사실상 문 대통령의 대북 관여 노력은 최대 위기를 맞게 됩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과거 ‘햇볕정책’으로 불렸던 부드러운 대북 접근법을 시도했지만 북한의 행동을 바꾸는 데 실패했다”며 “북한은 오히려 한국이 내민 손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한국과 문 대통령을 직접 모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Moon has tried the soft approach towards North Korea, previously called the Sunshine Policy, and that has not been successful in altering North Korea's behavior, and Pyongyang has been very vigorous in its rebuffing of South Korea's outreach, as well as insulting to South Korea and to Moon directly. He could--not advocate for violating UN sanctions, he could--not repeatedly offer an extended list of benefits after North Korea has threatened South Korea blown up the inter-Korean liaison, threatened South Korea if it doesn't impose restrictions on free speech in South Korea…”

클링너 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유엔 대북제재 위반 행위를 옹호하지 않을 수 있었고,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와 한국 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 뒤에는 북한에 더 확대된 혜택 목록을 제공하는 일만큼은 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북한의 언행이 거칠어지고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기존의 대북 유화 정책을 고수했는데, 이런 접근법이 옳은 방식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대북제재 완화 등 유연한 접근법을 일관되게 촉구해 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 번도 (한반도) 의제를 주도적으로 이끈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이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겁니다.

[녹취: 고스 국장] “Moon Jae-in never really controlled the agenda, or he pretty much lost it once Trump took over and saying that he would meet with Kim Jong-un in Singapore.”

특히 지난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배석조차 하지 못했던 상황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미북 대화를 주선할 때까지만 해도 ‘운전자’ 역할을 자임하며 3국 간 소통의 주도권을 잡는 듯한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은 곧바로 한국을 배제하고 대화를 시작했고 이마저 파국을 맞으면서 문 대통령이 실제로 ‘중재자’나 ‘촉진자’로서 영향력이 있었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후 미북 대화가 장기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종전선언’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다시금 미북 대화의 가교 역할을 시도했지만, 종전선언 당사국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이 마저도 동력이 거의 꺼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고스 국장은 문 대통령이 왜 그런 시도를 했는지 이해는 되지만 종전선언은 처음부터 북한은 물론 미국조차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The thing is an end to a war declaration for North Korea would undermine some of the rhetoric and propaganda that it uses to highlight nationalism in the country in other words, to create the outside threat to build cohesiveness inside the regime. The United States on the other hand, you know, in the war declaration, would basically undermine their reason for being on the peninsula.”

“북한에 종전선언은 체제 결집 목적으로 외부 위협을 만들어 낼 때 사용하는 수사와 선전을 훼손하고, 미국에는 한반도 주둔 이유를 훼손하는 요인”이라는 설명입니다.

고스 국장은 문 대통령도 이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따라서 종전선언은 한국 내부, 즉 북한과의 관여를 주장하는 정치 세력을 안심시키기 위한 도구 정도로 활용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추진한 대북 포용정책의 실패가 역설적으로 북한 정권의 본질을 드러내는 의도치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외교는 결국 김 씨 일가의 실체를 확인하고 입증했으며, 김정은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What Moon’s diplomacy did do was to confirm and prove the true nature of the Kim family regime and demonstrate what Kim Jong-un wants and how he acts. And the key thing is that both the Trump and Moon administration tested Kim Jong un. They stopped military exercises. They made agreements and none of that has really had any positive impact on North Korea. And so Kim Jong un actually was tested.”

또한 “문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을 시험해 본 것”이라면서, “미한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몇몇 합의를 했지만 북한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에서는 특히 문 대통령의 관여와 포용 일변도 정책이 북한 인권 실태를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전단살포를 ‘적대행위’로 규정하는 데 동의하고 이를 중단하기로 했으며, 한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회가 통과시킨 대북전단금지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은 지난 2019년부터 3년 연속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 불참하면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최대한 좋게 대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인권 문제를 접어두고,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한국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했다는 타당한 주장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녹취: 매닝 선임연구원] “I think there's a legitimate argument that in his effort to be as nice as possible to Kim Jong-un that he had to turn off any effort to deal with the human rights issue and in fact compromise democracy in South Korea in terms of free speech in that regard. If he would have succeeded in North-South reconciliation then perhaps there might be a stronger case for it. But I don't think either South Koreans interest or President Moon gained anything from it. They didn't get it, and that's often what happens with unilateral concessions to North Korea.”

매닝 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남북 간 화해에 성공했다면 몰라도, 결국 한국이나 문 대통령은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며 “이는 북한에 일방적인 양보를 할 때 자주 벌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의 진보 정권은 언제나 강력한 인권 배경을 가진 인사들이 이끌어왔다”며 “북한 문제에 대해 이들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 인권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근본적인 약속을 망각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부차관보] “It's terribly unfortunate that when it comes to North Korea, these people seem to have developed the case of amnesia and have forgotten their fundamental commitment to the issue of human rights. And when it comes to North Korea, in particular which is one of the most outrageous violators of human rights particularly the rights of the North Korean people, I just think it's a real tragedy tha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has not done more and has not signed on to the various resolutions.”

그러면서 “가장 잔혹한 인권 침해 가해자인 북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더 많은 것을 하지 않고 다양한 결의안에도 서명하지 않은 건 정말 비극”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인권 변호사였던 문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한국 정부 인사들이 북한 인권을 옹호하는 문제에 대해선 이상하리만큼 침묵하고 있다”면서 “이는 특히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t's sort of particularly disappointing when so many of Moon's administration including the president himself as a human rights lawyer but when it comes to advocating on behalf of the North Korean human rights are strangely silent.”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발간한 전 세계 인권보고서 ‘한국 편’에서 한국 정부가 탈북자 등의 대북 인권 활동을 제한한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린 미한 외교장관 회담 모두 발언에서 “북한의 독재정권이 자국민에게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지속해서 자행하고 있다”며 정의용 장관 바로 옆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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