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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감옥 수감 탈북민 가족 호소문 “차기 한국 대통령, 탈북민 구명 나서 달라”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자료사진)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자료사진)

한국의 한 탈북민이 중국 감옥에 수감돼 북송 위기에 놓인 가족 등 탈북 난민 수백 명의 석방 노력을 호소하는 서한을 제1야당 대선 후보에게 보냈다고 VOA에 밝혔습니다. 현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어 야당 후보에게 호소했다고 말했는데, 국제 인권단체들은 한국의 새 대통령이 누가 당선되든 현 정부의 정책을 바꿔 탈북 난민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3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30대 여성 박보경 씨는 8일 VOA에, 최근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에서 북송 위기에 놓인 자신의 가족 등 탈북 난민 보호에 나서 달라고 호소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박보경 씨의 서한.
박보경 씨의 서한.

박 씨는 자신의 부모와 시동생 등 3명이 지난 2020년 초 한국에 오기 위해 북한을 탈출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발이 묶여 중국 선양 근교에 머물다가 지난해 1월 공안에 체포된 뒤 연길의 수감 시설에 수용됐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엄청난 충격을 받고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도움을 호소하고 중개인을 통해 지역 공안 당국에 뇌물도 시도했지만 모두 허사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보경 씨] “한국에 있는 외교부에도 (전화) 했었고 선양의 총영사관에도 전화해서 엄청 간절히 얘기했는데도 지금은 안 된다, 그냥 안 된다고 해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중국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

박 씨는 남편과 눈물로 지샌 밤이 숱하다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최근 공약을 통해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로 인식해 홀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야당 후보에게 직접 손으로 편지를 써서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보경 씨]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에서 ‘사람이 먼저다’ 이렇게 말하고 올라왔는데 실제로 우리 탈북자들 무시하고 외면하고. 우리 부모님 고향이 원래 대한민국이에요. 그래서 (정부와) 민주당을 믿을 수 없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호소한 거죠.”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해 7월 성명에서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창춘 교도소에 북한 남성 범죄자 450명을 포함해 여러 수감시설에 적어도 북한인 1천 170명이 수감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탈북민이 현장 난민이기 때문에 북송하지 말아야 한다는 유엔의 권고를 무시한 채 불법 이주민으로 간주해 체포와 강제북송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 북한 당국이 국경을 2년 이상 봉쇄한 채 탈북민들의 송환을 대부분 거부하면서 중국 수감 시설에는 적어도 한국행을 시도하다 체포된 탈북 난민 수백 명이 장기간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8일 박 씨 서한과 중국 구금시설 내 탈북민 상황에 관한 VOA의 질문에 “탈북민들 관련해서는 그분들 안전을 위해 확인해 드리지 않는다”며 그러나 담당 부서에 문의하는 등 상황을 더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외신 기자들에게 한국 정부는 중국 내 탈북민들이 강제로 북송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송되도록 중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인권단체와 탈북민 지원단체들은 남북 관계 개선에 몰두하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협력을 구하기 위해 탈북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매우 수동적이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합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리나 윤 선임연구원은 8일 VOA에, 한국 정부의 이런 소극적 태도를 거듭 지적하면서 “한국의 새 대통령은 북한 인권 증진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을 바꿔 중국에 구금 중인 북한인들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나 윤 선임연구원] “The new South Korean president should turn on the current government's position regarding the promotion of North Korean human rights and should be more active in supporting North Koreans that are detained in China. They need to be more active,

“새 대통령은 중국 정부를 압박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북한인들을 돕기 위해서 전 세계 정부들과 협력을 더 적극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세계 70개 이상의 민간단체와 개인 활동가들이 연대한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의장은 오는 5월에 취임하는 차기 한국 대통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중국 감옥의 탈북민 구명은 지금 당장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숄티 의장] “They need to get them out now. There are so compelling reasons why. The North Korea-China borders are still shut down. The Moon administration could leave a wonderful legacy if you rescued the remaining refugees that are in China,”

북한 정권의 국경 봉쇄로 중국이 탈북 난민들을 북송할 수 없는 지금이 이들을 구출할 가장 적기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구금 중인 탈북 난민들을 구출한다면 훌륭한 유산을 남길 수 있다는 겁니다.

숄티 의장은 한국 정부가 헌법으로 북한 주민을 자국민으로 간주하는 만큼 국민을 보호할 법적 의무도 있다며 거듭 정부 차원의 탈북민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의 강력한 코로나 대응과 국내 이동 제한 조치로 2년여 동안 발이 묶인 탈북민들과 지원단체들의 고통도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갈렙선교회 대표인 김성은 목사입니다.

[녹취:김성은 목사] “우리 갈렙선교회도 2년 동안 데리고 있다 보니까 우리가 지치기보다 탈북자 스스로 포기하고 하나둘 빠져나가요.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한국에만 갈 수 있다면 기다리겠다고 모였던 사람들이 2년이 넘어가니까 나를 때리고 개돼지 취급했던 곳으로 갈 수밖에 없는, 정말 아이러니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데, 탈북 단체들은 우리가 데리고 있던 사람들이 갔다고 얘기도 못 하겠고 참 난감합니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도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 단체가 지난해 중국에서 발이 묶인 채 장기간 숨어 지내는 탈북 난민 137명의 생활비와 병원비로 1천 760만원, 미화 1만 4천여 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 김영자 사무국장은 앞서 VOA에, 탈북 난민들로부터 “힘과 용기를 잃지 말라고 보내주는 배려금에 대해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계속 받고 있다”며 그러나 사상 최악의 탈북 난민 상황에 개선 기미가 없어 지원 단체들과 탈북 난민 모두 매우 지친 상태라고 말했었습니다.

김성은 목사는 새 한국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정상을 만나 탈북 난민의 강제북송을 막도록 적극 설득해줬으면 좋겠다며,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성은 목사] “다른 것 없습니다. 겨우 먹고 살기 힘들어서 탈출한 이들이 북송돼 수용소라든지 정말 죽음의 땅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최소한의 조치를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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