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하는 국제기구들과 비정부기구들이 북한의 연이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에도 아무런 비판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공개적 비판을 자제하는 것이 이들 단체들의 암묵적 합의라며, 가능한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강양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찰위성 개발 계획을 밝힌 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ICBM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북한을 지원하는 인도주의 단체들은 아무런 비판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 대변인은 17일 북한 정권이 식량과 의약품 등 주민 복지에 쓸 자금으로 ICBM 개발에 나서는 데 대한 의견을 묻는 VOA의 질문에, 즉답 대신, 현재 북한 내 활동은 중단됐고, 상황이 허락하면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활동 계획만 밝혔습니다.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는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인도주의적 관여를 계속 이행하고 있다며, 기술적 지원 제공과 종합적 모니터링을 위해 모든 요원들의 조속한 북한 복귀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또 북한에서 협동농장을 운영하며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미국 친우봉사회는 오히려 미국을 비판하면서, 북한 전체 인구수보다 많은 사람들이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데도 미국은 계속해서 군비를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에서 수십 년간 북한 경제를 분석했던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북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인도주의 단체들이 북한 정권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하길 매우 꺼린다면서 친우봉사회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 미국 메릴랜드대학 교수
“북한의 식량 부족 사태와 미국의 식량 부족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터무니없는 것입니다. 미국에도 일부 식량 문제를 겪는 사람이 있지만 북한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미국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미한정책 국장도 대북 인도주의 단체들이 북한 정권을 비판하지 않는 것은 그동안 이어진 암묵적 합의라고 지적하고, 이들 지원 단체들이 북한에 대한 분석 대신 홍보 활동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 국장
“인도주의 활동가로서 북한에서 일하기를 원할 경우 지원받는 대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는 것이 수십 년간 이어진 ‘무언의 합의’, 즉 북한 입국을 위한 대가입니다. 북한은 입국을 거부해 프로그램에 타격을 가할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도 인도주의 기구들과 구호 단체들은 북한 내부에서 활동할 때 북한의 방해와 규제로 큰 타격을 입는다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안녕과 복지를 해치는 정책을 세우고 행동에 나서는 것을 볼 때, 이들 단체들이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