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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기름값, 환율, 쌀값 오름세


지난달 16일 북한 평양.
지난달 16일 북한 평양.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6년째, 그리고 북-중 국경 봉쇄가 2년 넘게 계속되면서 북한 경제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에는 기름값, 환율, 쌀값마저 오르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3월 들어 북한의 기름값과 환율, 쌀값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3월11일 기준 휘발유 가격은 1kg에 1만2천200원으로 1월 초(7천550원)에 비해 60% 이상 올랐습니다.

또 버스나 트럭에 많이 사용되는 디젤유도 8천200원으로 1월 초(4천500원)에 비해 80% 이상 치솟았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기름값이 오른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기름을 전량 수입하는데 국제 유가가 오르니 자연 휘발유와 디젤유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Clear higher world oil price have impact to push price higher…”

전문가들은 북한이 불법 해상 환적으로 석유를 들여와 근근히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연간 900만 배럴 정도의 기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2017년 11월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자 미국과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북한의 석유 수입을 제한했습니다.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량을 연간 400만 배럴로 묶고, 휘발유 등 정제품 공급 상한선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석유 공급이 갑자기 줄어들자 북한은 20여 척의 유조선을 동원해 불법 해상 환적에 나섰습니다.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몰래 해상에서 석유를 구입하는 겁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9-2020년 기간 매년 400만 배럴 이상의 기름을 반입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석유 수입에 필요한 외화가 부족한데다 국제 유가도 올라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김경술 박사는 북한이 불법 환적 등을 통해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경술 박사] ”어느 순간 제재와 감시가 조금만 강화돼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임계선에서 그럭저럭 끌고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북한의 원/달러화 환율도 오르고 있습니다. 올 1월 14일 1달러에 4천750원이었던 환율은 3월11일 6천700원으로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오른 것은 북-중 화물열차 재개에 따른 일종의 기대심리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아시아 프레스' 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입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1월17일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간에 철도 무역이 재개되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중국과 무역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조금이라도 중국 위안화, 달러화로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돈주들이 대규모로 사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환율과 관련해 북한에서 달러화와 위안화를 많이 갖고 있는 돈주들은 당국에 불만이 많다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북한 당국은 2020년 10월을 기해 외화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그러면서 1달러에 8천원이었던 환율을 인위적으로 4-5천월으로 통제했습니다.

그 결과 달러화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2011년 한국에 입국한 조충희 씨입니다.

[녹취: 조충희]”북한 사람들은 쌀로 많이 계산하는데, 100달러 가지고 쌀을 200kg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100kg밖에 못사거든요. 환율이 8천원할 때 달러를 샀는데 손해를 보면, 당연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죠.”

쌀값도 올랐습니다. 올 1월에 kg에 4천800원이었던 쌀값은 3월11일 5천200원으로 올랐습니다.

쌀값이 오르는 건 지난해 가을 수확한 쌀을 대부분 소비한데다 춘궁기가 다가오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옥수수 (강냉이) 가격은 2천600원으로 큰 변동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옥수수 가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2020년만 해도 옥수수는 kg당 1천500원 선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천500원까지 올랐다가 올해 또다시 100원이 더 오른 겁니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배급제도가 붕괴되면서 돈이 없는 노동자들은 쌀 대신 값이 싼 옥수수를 주로 먹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래 옥수수 가격은 쌀값의 3분의 1이었지만 지금은 절반 정도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이는 노동자들이 돈이 없어 쌀 대신 값이 싼 옥수수로 끼니를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라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다시 탈북민 조충희 씨입니다.

[녹취: 조충희] ”돈이 없는 사람들은 어디가서 구할 데가 없으니까, 겨울이 가고 봄이 왔으니까, 기근이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것같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북-중 무역입니다.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북한이 북-중 국경을 봉쇄하자 북한의 무역은 크게 감소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지난해 무역은 3억1천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무역액(27억8천만 달러)에 비해 90% 가까이 줄어든 겁니다.

따라서 북한 경제를 살리려면 북-중 봉쇄를 풀어 중국에서 밀가루를 비롯한 식량과 생활필수품, 그리고 공장을 돌리기 위한 원부자재를 들여와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 문제와 관련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해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우선 북한은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와 함께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전세계 두 나라 중 한 곳입니다. 따라서 백신 접종 없이 국경을 개방할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북-중 국경을 개방하더라도 무역이 활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경을 개방해도 유엔 안보리 제재는 여전히 계속됩니다. 또 외화난으로 인해 북한이 필요한 물자를 충분히 수입하지 못할 공산이 큽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당분간 북-중 철도를 통해 제한적인 무역을 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북한 경제 전문가인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거의 2년간 막혀 있다가 철도무역이 재개되니까 급한 것부터 먼저 처리하고, 또 내부적으로 제한된 무역 규모로 하다보니 힘있는 쪽이 먼저 움직이는 현상이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10여 차례 미사일 발사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북한의 노선이 바뀐 것같다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자력갱생으로 버티면서 미국의 제재를 푸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국제정세에 편승해 핵과 미사일을 완성하는 쪽으로 노선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다시 동용승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예전에는 제재를 풀어서 경제 문제를 풀어서 국제사회로 돌아오겠다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미-중 대결, 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북한이 강경해지고… 우려되는 상황이죠.”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6년째, 그리고 북-중 국경 봉쇄가 2년 넘게 계속되면서 북한 경제는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북한 수뇌부가 핵 협상을 통해 경제 재건에 나설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념할 것인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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