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0년에 걸친 김정은 집권 시기에 거의 매년 열병식을 거창하게 진행했지만, 정작 군인들의 열악한 복지와 노동력 착취 등 인권 문제는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뇌물 비리, 식량 착복 문제가 심각하다는 새 보고서가 나왔는데, 미 군사 전문가는 국가 경제력이 빈약한 국가는 군사력과 군인들의 기강 모두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 산하 북한군인인권감시기구가 14일 김정은 집권 10년간 북한 군인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한 ‘군복 입은 수감자, 김정은 집권기 북한 군 인권 실태’ 특별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는 주한 캐나다대사관 지원으로 김정은 집권 시기 북한군 복무 경험이 있는 10명을 심층 면담해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군대에 만연한 뇌물 비리와 폭력, 과도한 통제와 노동착취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뇌물을 고이는 것이 만연화됐고 외출, 면회, 전화 사용 등을 하기 위해서 정치지도원 혹은 상관에게 뇌물을 주는 게 당연시되는 경향”을 보여 군 기강 해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식량 조달 과정에서의 간부 착복으로 인해 (병사들이) 제공된 식량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고된 훈련과 건설 현장, 대민 업무 투입 일정 들을 고려하면 식사의 질적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김정은 집권 시기 식량 증가, 군대 내 비리 척결 등 가혹 행위 근절 방침을 하달하기도 했지만, 군대 내 허약 비율이 적어도 10~30%, 구타와 언어폭력, 성폭력도 여전히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장마당 세대로 불리는 20대 군인들의 낮은 체제 충성도 때문에 통제와 사상 교육 비중을 크게 강화했다며 “평균적으로 최소 하루 5시간 이상, 최대 12시간을 사상 교육에 집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가 건설 사업에 군인들이 계속 대규모, 장시간 투입되면서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과도한 노동착취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북한 당국은 “인민-군 이중 착취 구조를 근절”하고 “노동력에 대해 충분한 대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또 장기적인 군 복무 기간 축소, 여성 군인에 대한 성폭력 등 여러 악습·폐단 제거, 폭력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법 집행, 간부들의 권력 남용 행위를 억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북한군 장교 출신인 한국의 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대표는 간부 비리와 관련해 VOA에, 북한 간부들도 임금이 미화로 1달러 수준으로 사실상 전무해 뇌물과 비리 없이 생존하기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정훈 대표] “북한군은 사실상 월급 개념이 없잖아요. 북한은 내부적으로 자본주의 국가 군대는 돈으로 군에 입대한다고 비하하지만 실제 군인들은 부러워하죠. 북한은 10년을 군사 복무하는데 오롯이 자기 청춘을 바치면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여기(한국) 한국군의 PX처럼 뭐 초코파이를 비롯해 먹을 수 있는, 담배를 파는 이런 서비스가 없으니까. 저도 한국에 처음 와서 군대에 PX가 있는 거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니까 북한군과 대비조차 안 되죠.”
실제로 군대 복지를 임금으로만 비교하면 모병제인 미국 육군의 올해 초병 연봉은 2만 1천 달러, 대위는 5만 5천 달러~8만 1천 달러, 징병제로 복무기간이 18개월인 한국 육군의 올해 초급 병사(이병) 월급 420달러와 비교해도 엄청난 격차가 납니다.
전문가들은 21세기 군사력은 국가의 경제력과 비례한다고 지적합니다.
한미연합사령부 작전 참모를 지낸 미 특전사 대령 출신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 “A military cannot be successful unless the country's economic instrument of power is able to support that military. And South Korea is the 10th largest economy in the world. The US is the largest economy in the world. We are able to fund our militaries. North Korea funds its military by taking from the people and by conducting illicit activities around the world,”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한 나라의 경제력이 군대를 지원할 수 없다면 군대는 성공할 수 없다”면서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국으로 군대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북한은 인력과 불법 활동으로 군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속적인 무기 현대화와 군대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충분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며, 특히 전쟁이 발발할 경우 지속적인 무기 생산과 조달을 위해서도 경제력은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북한 엘리트 출신으로 2005년부터 북한군에 4년 가까이 복무했었던 미국 '원코리아네트워크'의 이현승 워싱턴 지국장은 “북한 군인들이 인권의 철저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전단과 방송 등 외부 정보를 통해 북한 주민들뿐 아니라 군인들의 의식도 깨우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지국장] “제가 계속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관리들을 만날 때마다 얘기합니다. 미국 군인들이 누리는 복지, 훈련 과정, 미군 군사 장비, 미군들의 생활을 북한 군인들한테 정보를 줘야 북한 군인들이 깜짝 놀랄 것이고 자신들이 이런 환경에서 자기들이 군사 복무를 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회의감과 질문을 북한 정권에 던질 것이다. 그래야 유사시 북한 군인들이 우리가 과연 군인들을 존경하고 복지를 잘해주는 국가와 싸워 이길 수 있는지, 또 우리가 받는 대우가 합당하고 정당한 것인지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