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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군절 60주년, 군인 복지 세계 최저 수준


지난 2016년 8월 북한 선군절을 맞아 평양 거리에 인공기가 걸려있다.
지난 2016년 8월 북한 선군절을 맞아 평양 거리에 인공기가 걸려있다.

북한 정권이 선군절을 맞아 수령과 노동당에 대한 절대 충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군인들의 월급 등 복지는 수 십 년째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사병들의 월급은 미화로 5센트 미만, 장교들 역시 1~2 달러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선군절 60주년을 맞아 1면 논설을 통해 인민군대에 수령과 당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군인들의 월급 등 복지와 병영 생활 수준은 수 십 년째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6년 중동부 전선을 통해 한국에 망명한 북한군 출신 김강유 씨는 25일 VOA에, 북한군 복무 당시 생명수당 20원을 포함해 매달 130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강유 씨] “국군 계급으로 비교하자면 처음 나가면 이병이잖아요. 70원입니다. 한 달에. 그리고 한 단계 진급하면 90원, 일병(초급병사)에서 2년 정도 더 하면 중급병사거든요. 110원을 받아요. 그리고 한국군의 상병과 같은 계급을 5년 후에 달 수 있는데, 그러면 130원을 받습니다. 10년 군 복무를 해도 300원 미만입니다.”

최근 북한 장마당의 시장 환율이 1달러에 8천 300원 정도 하는 것을 감안하면 10년 군 복무를 해도 월급이 미화로 5센트도 채 되지 않는 겁니다.

한국 국방부가 발표한 올해 이병의 월급 340달러(40만원), 병장 월급 454달러(54만원)과 비교하면 1만 배 이상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김강유 씨는 “남북 병사들의 월급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3년 4월 북한 인민군 창건 81주년을 맞아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한 군인들.
지난 2013년 4월 북한 인민군 창건 81주년을 맞아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한 군인들.

한국 국방부는 최근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에서 2025년까지 병장 월급을 810달러로 올리고, 병사들의 자기 계발을 돕기 위해 제초와 청소 작업을 민간에 맡길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사병뿐 아니라 장교들의 월급도 수 십 년째 큰 변화가 없는 상황입니다.

일본의 대북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는 지난해 북한 내 취재팀을 통해 인민군 장교 등 공무원의 급여와 배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소좌(소령)의 국정 월급은 8천 500원으로 파악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화로 1달러가 조금 넘는 8천 500원은 장마당에서 쌀 2kg을 사면 없어지고, 시장이나 기차역 구석에서 여자 중학생이 콩나물을 팔면 이틀 만에 버는 금액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에 따르면, 북한 지방에서 3~4인 가족 일반인들의 생활비는 한 달 평균 40만원, 미화 50불 정도.

북한의 소좌에 해당하는 한국군 소령이 받는 올해 평균 연봉이 미화로 6만 3천 달러(7천 500만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북한 군인들의 월급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북한군은 월급뿐 아니라 복무기간과 병영생활 등 복지 수준에서도 한국 등 다른 징병제 국가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북한군 남성의 복무기간은 10년, 여성은 23세까지 5~6년 정도로,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되는 한국 육군과 거의 7배 차이가 납니다.

지난 2014년 한국 병무청의 징병제 16개 국가 조사 때 북한 다음으로 복무기간이 길었던 이스라엘은 당시 3년에서 기간을 줄여 올해 현재 24개월~32개월, 일반 전투병의 월급은 486달러라고 이스라엘 국방부는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은 전 세계 징병제 국가들 가운데 복무기간이 가장 길고 월급도 사실상 가장 낮은 국가로 파악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건설부대뿐 아니라 일반 부대도 각종 건설 현장에 투입돼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2013년 12월 눈이 내린 신의주 압록강변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지난 2013년 12월 눈이 내린 신의주 압록강변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2018년 보고서에서 북한은 특수부대도 건설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며, 경제난으로 부대의 임무 조정과 편제 개편을 통해 군을 경제 건설에 투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과거 워싱턴에서의 강연에서 북한군의 긴 복무 기간을 지적하며, 군대가 북한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 유린 장소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녹취: 황장엽 전 비서] “군대는 원한의 뼈에 사무쳐 있습니다. 한창 공부할 나이에 10년, 13년씩 나가서 김정일을 위해 죽는 연습하다가 끝나게 되면 또 탄광 등에 보내 또 그 생활 하게 하고. 일생을 망치게 한다고. 이보다 더 큰 인권 유린이 없어요.”

대북 소식통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이후 군 부대에 식품을 공급하는 공장을 시찰하는 등 군대 복지 개선에 관심을 보여 다소 환경이 개선됐지만, 북한군의 만연된 부패 때문에 근본적인 개선 움직임은 없다고 지적합니다.

김강유 씨는 북한 군인들은 외부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힘들어도 순응하고 지낸다며, 그저 음식이라도 배불리 먹는 게 소원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김강유 씨] “솔직히 북한 사회에 초보적 인권부터 보장이 안 되는데 군대는 뭐. 월급으로 사탕 한 알도 사 먹지 못하는데요. 그래서 솔직히 군인을 배불리 먹이는 게 저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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