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향후 한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을 한국 측에 떠넘기고 무력시위를 이어가려는 의도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해석했습니다. 또 한국과 관여해도 자신들 방식으로 하겠다는 메시지라는 분석입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지낸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22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보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는 차기 윤석열 정부에 대한 메시지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I think much of the analysis is KJU really tried to prepare for the next administration. And I think that he really wants to set the conditions to make the president-elect YOON the bad guy and to shift the blame for failure of engagement of North-South engagement from Kim Jong un to President-Elect, you know.”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의 윤석열 정부 출범을 대비하면서 특히 남북한 관여의 실패 책임을 새 정부에 돌리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준비라는 설명입니다.
또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등 앞으로 계속될 자신들의 군사력 강화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즉 우리는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대북 적대시 정책’을 고수함에 따라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 무기 개발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하지만 “현재 남북관계 실패의 원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관여하지 않은 김정은의 의도적인 결정 때문이며 적대 정책을 시행하는 주체도 김정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윤석열 정부에서) 더욱 개선되고 강화될 미한 정책과 전략 공조, 미한 동맹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고 김 위원장은 이튿날인 21일 답신을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민족의 대의를 위해 마음 써온 문 대통령의 고뇌와 노고를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가 희망했던 곳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남북 관계의 이정표로 될 역사적인 선언들과 합의들을 내놓았고 이는 지울 수 없는 성과”라고 밝혔습니다.
또 “남과 북이 계속 정성을 쏟는다면 얼마든지 남북 관계가 민족의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우리의 조건에 동의한다면”이라는 전제가 깔린 것으로, 대화 재개 조건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내걸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언급한 것처럼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었다면 일찌감치 다르게 행동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So if North Korea really was interested in improving inter-Korean relations, they could have stopped their rejection of all forms of dialogue. And also refrain from repeated threats and insults and violations of UN resolutions.”
한국과 미국이 제안한 대화를 거부하지 말았어야 했고, 잇따른 미사일 시험으로 위협을 제기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모욕하는 행동을 진작 중단해야 했다는 지적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다만 “차기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이런 모든 잘못된 행위를 지적하기보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편지를 액면가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돌아온다면 한국은 북한과 관여할 준비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을 북한으로 넘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Soo Kim)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두 정상이 주고받은 말보다 행동이 훨씬 중요하다”면서 “대화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열린 자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일련의 미사일 시험을 강행하는 것은 김정은이 당분간 협상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김정은은 북한의 핵 추구를 정당화하려 한다”면서 “차기 정부는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김정은에게 명분을 제공할 것이며, 남북관계의 어떤 후퇴나 악화도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가 빚어낸 것이라고 북한은 주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수 김 연구원] “Could be to cast blame and the burden of responsibility for inter-Korean tensions on the incoming administration. KJU seeks to justify his country's pursuit of nuclearization -- an incoming South Korean administration, one that's likely to assume a harder line position on North Korea, gives Kim this justification.”
미국 국방부 북한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이번 친서를 통해 문 대통령은 물론 윤석열 당선인 등 한국 측에 “한국이 추진한 이런 종류의 관여는 긍정적이며 긴장을 완화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 “It seems clear that final message that North Korea wants to send not only the president Moon but also to South Korea, and probably Yoon in general is that they see this type of engagement from South Korea as positive as something that could be helpful for, you know, reducing tensions and improving relations.”
프랭크 엄 연구원은 하지만 정상 간의 친서 교환과 군사 행동을 별개로 봐야 한다면서, 친서 교환이 고조된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즉 “북한은 미사일과 잠재적인 핵실험 등 무기 실험을 계속할 것”이며 “미국도 대북 제재 이행을 지속하며 북한 문제에 대해 계속 신중한 접근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이번 친서가 차기 윤석열 한국 정부를 향해 “남북관계를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대표] ”Don’t give up on inter-Korean relation. While North Korea launches more sophisticated missiles and plans to resume nuclear testing.…Thus the challenge for the Yoon Government is getting the North to denuclearize while working to improve inter-Korean relations. That will be difficult.”
디트라니 전 대표는 “북한이 더욱 복잡한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재개할 준비를 하는 등 소위 ‘핵 억지력’을 강화하면서 한국 새 정부에는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어느 정도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에게 도전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북한을 비핵화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디트라니 전 대표는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