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 우드로윌슨센터는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에 한국계 미국인인 수미 테리 박사를 임명했다고 27일 밝혔습니다. 테리 박사는 우드로윌슨센터의 ‘현대차-국제교류재단(KF) 한국 역사∙공공정책’ 국장도 겸임합니다. 윌슨센터의 마크 그린 대표는 “테리 박사의 특출한 배경은 윌슨센터가 추구하는 깊이 있는 학술과 정책적 연관성을 전형적으로 잘 보여준다”며 “그녀가 워싱턴 정책 커뮤니티와 그 너머에 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의 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테리 박사는 2001년에서 2008년까지 중앙정보국 CIA에서 북한 분석관으로 일했고,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일본·오세아니아 담당 국장과 국가정보위원회(NIC) 동아시아 담당관을 지냈습니다. 테리 신임 국장은 VOA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위협하면서 미국과 한국 사이의 틈을 벌리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테리 국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테리 국장님, 우드로윌슨센터 한국 역사∙공공정책 국장에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아시아 국장이 됐습니다. 윌슨 센터에서는 아시아 관련 어떤 연구를 하고 있습니까? 중국에 제일 집중하고 있나요?
테리 국장)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은 동북아시아의 중국, 남북한,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남아시아까지 포함합니다. 아시아 전역의 정치, 경제, 안보, 사회 문제 등 미국의 이익과 관련된 여러 핵심 현안들에 대해 정책 토의와 토론을 진행합니다. 물론 중국이 핵심 요소지만 유일한 요소는 아닙니다. 정규 직원들에 더해 아시아 프로그램에는 ‘글로벌 펠로’들도 많이 있습니다. 총 60여 명이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기자) 테리 국장님은 한반도 전문가인데요. 이제 아시아 전역을 총괄하게 됐습니다. 연구를 어떻게 확대하고 상승 효과를 내실 계획입니까?
테리 국장) 연구의 상승효과를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한국을 예로 들면, 요즘 한국 전문가는 한국의 역사나 사회 문제를 다룰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아시아 지역 전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합니다. 한국이 관심을 두는 모든 문제들을 잘 알고 있어야 하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파급효과나 배터리, 반도체, 핵심광물 등의 공급망 회복력 모두 관심을 둬야 할 현안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을 단결시키고 러시아를 고립시켰으며 아시아의 전략적 지형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푸틴과 시진핑이 불안한 동맹을 맺는 이 시대에 한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 모두가 관심사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한 나라에만 좁게 집중할 수 없습니다. 연구에서 협업해 상승효과를 내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기자) 윌슨센터는 미국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백악관, 국무부, 의회 등과는 어떻게 협력하고 있습니까? 연구물들이 어떻게 정책에 반영되나요?
테리 국장) 윌슨센터는 준정부(quasi-govermment) 조직이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합니다. 윌슨센터는 미 의회가 1968년 윌슨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했습니다. 독립적인 연구와 열린 토론을 통해 국제 현안을 다루기 위한 미국의 초당파적인 연구기관입니다. 핵심은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 정책 기관들에 시의적절하고 실행할 수 있는 구상들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1968년 윌슨센터를 설립한 의회와도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자) 최근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만난 적이 있나요?
테리 국장) 우리는 정기적으로 대화하고 의회에도 브리핑을 합니다. 윌슨센터 대표인 마크 그린 대사도 하원의원 출신으로 의회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죠. 싱크탱크들은 일반적으로 정책 기관들과 학계를 이어주는 다리입니다. 따라서 긴밀한 협력과 조율이 있죠. 최근에는 싱크탱크를 대상으로 한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브리핑에 참석했는데, 우리는 북한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또 주미 중국 대사와도 만나서 중국의 관점을 들었죠.
기자)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단도 만나셨죠? 한국의 새 정부와 바이든 정부가 현재 문재인 정부 보다 더 긴밀하게 협력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테리 국장) 그럴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두 정부가 훌륭한 협력 관계를 맺을 것으로 낙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그의 고위급 참모들은 이미 미한 동맹이 한국 외교 정책의 근간이자 핵심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미한 관계를 강화하고 확대하겠다고 했죠. 물론 워싱턴은 이러한 관점을 환영합니다. 70년된 미한 동맹이 포괄적인 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는데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우리는 인수위 대표단을 만났고, 그들은 미국 정부 관점에서 보기에 ‘맞는 말’을 했습니다. 일본과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결정도 워싱턴은 환영하고 있습니다.
기자)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지 1년이 됐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가장 큰 성과와 실패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테리 국장) 가장 큰 성과를 꼽자면, 바이든 정부는 북한과 진전을 내길 원했음에도 북한이 원하는 대로 맞춰주기 위해 북한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을 대화로 유인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제재를 완화하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대로 종전선언에 서명하지 않았죠. 그러한 양보가 결국 북한의 긍정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바이든 정부가 옳은 결정을 한 것입니다. 실패를 꼽자면 북한 문제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한 점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철군,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다른 외교 정책 도전들로 인해 주의가 분산됐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이런 일들은 워싱턴의 모든 여력을 빼앗아가곤 합니다. 북한에 대해 고정관념을 벗어난 생각을 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바이든 정부에 대한 제 제안은 북한인권특사를 빨리 지명하라는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 때부터 공석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와 북한으로 정보를 유입하는 문제에 더 적극 나설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은 올해 미사일을 13차례 발사했고, 핵실험 징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최근 공세를 어떻게 보십니까?
테리 국장) 북한은 왜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이미 스스로 밝혔죠. 김정은은 2021년 1월 북한군 현대화에 대한 매우 기술적이고 구체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북한이 능력을 진전시키고 싶어하는 것은 분명하고, 실험은 이를 위한 방편이죠.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입니다. 다탄두 재진입체, 보다 긴 사정거리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통해 북한은 생존성이 더 높고 신뢰성 있는 위협을 가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몇주 사이에 북한은 화성 17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술핵무기, 다탄두 재진입체 등을 실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속셈입니다. 북한은 적절한 억지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세적인 요소도 있는 것으로 우려됩니다. 북한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같죠. 김정은은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말하고 있고, 저는 그래서 우려합니다. 북한은 벌써 전술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험했습니다. 전술핵무기 실험도 앞으로 몇 주, 몇 개월 사이에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기자) 북한의 속셈을 우려한다고 하면서 전술핵무기를 언급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이 미국보다는 한국을 공격 할 수도 있다는 데 대해 더 우려해야 할까요?
테리 국장) 맞습니다. 전술핵무기는 미국보다는 한국을 더 겨냥하고 있죠. 하지만 실제로 사용한다기보다는 사용을 위협하려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에도 그러한 가능성을 위협하는 것이죠. 한국과 미국 사이에 틈을 벌리려는 것입니다. 위협 자체로도 다른 나라의 정책을 바꾸는데 충분하지 않습니까? 현재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 유럽도 우크라이나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푸틴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위협한데 반응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북한도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기만 해도 충분한 것입니다. 그래서 핵실험을 하고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생존 가능하고 신뢰성 높은 위협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은 지난 달 6억 2천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 탈취에도 나섰습니다. 테리 국장님은 CIA에서부터 북한의 위협을 긴밀히 연구해 오셨는데요. 미국 정부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테리 국장)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합니다. 북한은 매우 오랜 기간 동안 불법적인 수익 창출 활동을 성공적으로 구축했죠. 과거에는 담배 밀수, 위조지폐 생산, 메타암페타민 각성제 생산과 수출,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탄도미사일 수출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김정은은 매우 수익성이 좋은 최첨단 기술 분야를 추가했습니다. 사이버 범죄죠. 김정은은 해커들을 교육시키고 길러내며 국제 금융 기관들을 해킹하는 가내 공업(cottage industry)을 구축했습니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정부나 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아서 추적하기가 어렵고, 따라서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북한의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사이버 공격은 특히 북한에 매력적인데, 비용은 적게 들면서 수익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범행의 주체를 밝히기도 힘들죠. 가장 중요하게는 사이버 공격은 김정은이 권력을 유지하는 하나의 방편이라는 것입니다. 제재를 회피해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죠. 미국은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사이버 범죄에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 해야 할까요?
테리 국장) 우리는 국제사회와 연대해 경각심을 높여야 합니다. 구체적인 대응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물론 대응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북한이 이 분야에 집중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가장 첫 번째 단계는 북한의 활동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인데, 미국 정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격퇴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금까지 윌슨센터 아시아 담당 국장으로 임명된 수미 테리 박사로부터 대북 정책과 미한 관계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