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악의 통제 국가 중 하나인 북한에서 정권의 디지털 통제에 북한 주민들이 기술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이 다소 높아졌다는 미국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습니다. 북한에 전문성을 갖춘 컴퓨터 사용자들, 세상에 눈을 뜬 해외 파견 전문가들의 영향으로 정부의 디지털 검열과 통제를 뚫고 외부 정보를 접하려는 시도가 점차 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이상훈 / 영상편집: 강양우)

워싱턴의 민간연구기관인 스팀슨 센터의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은 27일 ‘해커와 사회연계망: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외부 정보에 접속하는가?’란 주제로 이 단체가 연 화상 간담회에서 북한 내 디지털 통제 환경이 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정권의 디지털 통제에 대해 기술적으로 대응하는 징후가 있어 주목된다는 겁니다.

마틴 윌리엄스 / 스팀슨센터 연구원

“북한 주민들이 내부에서 정권의 디지털 통제에 대해 꽤 복잡한 기술을 이용해 대응하고 있다는 증거가 처음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통제 자체에 대해 좀 더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겁니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그 예로 자신이 면담한 탈북민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중국 주재 북한 업체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이 남성은 탈북 전 북한으로 돌아가 중국의 라우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북한 당국의 휴대폰 보안 검열 체계를 피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또 다른 탈북민 역시 비슷한 시도를 통해 북한 당국의 디지털 보안 체계를 우회했었다고 말했다며 이런 움직임이 북한 내부에서 서서히 퍼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마틴 윌리엄스 / 스팀슨센터 연구원

“앞으로도 이런 사례는 더 많이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 정권이 현재 많은 사람에게 컴퓨터를 공부하라고 장려하고 있고, 북한 안에서 많은 안드로이드 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많은 해외 파견 북한 컴퓨터 전문가들이 세상에 눈을 뜨고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채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북한으로 가져온다며, 이들은 결국 정권에 등을 돌리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제3국에 체류 중인 북한 관계자는 최근 VOA에, 이런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며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통해 사상교육과 통제를 더 강화하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3국 체류 북한 관계자

“솔직히 여기(해외) 나와서 일하는 사람들 100명 중 99명이 이미 유튜브를 보고 이제는 등을 돌렸죠. 또 자기가 뼈 빠지게 일해서 벌은 정말 많은 돈이 상납으로 들어가니까 등을 돌리고. 그러니까 이 사람들의 사상은 돌아섰죠. 근데 북한에 자식이 있고 처가 있고 형제들이 있으니까 (자유세계로) 못 가는 거죠.”

윌리엄스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 내부에서 정권의 디지털 통제에 저항하는 지하 집단이나 조직적인 대응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싹이 막 피는 초기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피터 워드 오스트리아 빈 대학 연구원은 북한 주민 모두가 위험을 감수하며 외부 정보를 접하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극히 일부 계층에서는 자신이 더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해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드 연구원은 그러면서 이런 사람들이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를 접하고 배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북한 안에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