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권단체가 중국에서 체포돼 1년 넘게 억류 중인 탈북민 3명에 대한 진정서를 유엔에 제출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이들 탈북민을 임의로 체포하고 구금해 ‘강제 실종’ 상태로 만들었다는 건데요, 이 단체는 유엔 등 국제사회와 한국 새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강제실종 실무그룹(WGAD)’에 중국에서 억류된 탈북민 3명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번 진정서는 탈북민 리홍기, 량순녀, 리태인 씨 측을 대리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4일 유엔에 제출했습니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 출신인 리홍기 씨와 량순녀 씨는 부부이며, 리태인 씨는 이들의 30대 아들입니다.
진정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0년 4월 한국에 오기 위해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발이 묶여 중국 선양 근교에 머물다가 지난해 1월 6일 공안에 체포됐습니다.
이후 선양에서 지린성 연길의 수감시설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들의 자유를 박탈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의 구금 상태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고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진정서에서 설명했습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2020년 1월 그로 인한 국경봉쇄로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민들은 구금 상태에서 결국 북한으로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경제적 불법 이민자’로 간주하는 탈북민을 송환하는 관행을 조만간 재개할 조짐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단체는 이어 중국 당국이 이들을 구속영장 발부 등 없이 임의 체포, 구금하며 자유를 박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2021년 1월 6일 체포 이후부터 지금까지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로 실종돼 연락이 끊긴 상태라며 “강제실종은 국제법 위반이며 임의구금에 해당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규범에 따라 “개인의 생명이나 자유가 위험에 처하거나 고문, 부당한 대우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 개인을 다른 국가로 추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단체는 진정서에서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에 이들 탈북민 3명에 대한 자유 박탈이 임의로 이뤄졌으며 세계인권선언에서 명시한 여러 조항을 위반했다는 의견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와 함께 해당 정부에는 이들의 상황을 지체 없이 시정하고 관련 국제규범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도록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진정서를 작성한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4일 VOA에, “코로나 국경봉쇄로 약 천 명이 넘는 탈북민들이 (중국에) 구금 중에 있고 북한으로의 강제송환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UN 등 국제사회를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국제사회에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이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또 이제 그런 중국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도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될 것 같고요.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라든가 다른 UN 차원에서도 계속 이런 움직임이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특히 “결국 한국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여주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가족으로 현재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박보경 씨는 앞서 지난 3월 초 당시 한국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윤석열 당선인에게 자신의 가족을 비롯해 탈북민 수백 명의 석방 노력을 호소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습니다.
박보경 씨는 당시 VOA에 가족들의 체포 소식을 듣고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도움을 호소하고 중개인을 통해 지역 공안 당국에 뇌물도 시도했지만 모두 허사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보경 씨] “한국에 있는 외교부에도 (전화) 했었고 선양의 총영사관에도 전화해서 엄청 간절히 얘기했는데도 지금은 안 된다, 그냥 안 된다고 해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중국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
박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최근 공약을 통해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로 인식해 홀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야당 후보에게 직접 손으로 편지를 써서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