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가 북한이 탈취한 암호화폐의 자금세탁을 도운 믹서 회사에 제재를 가했습니다. 가상화폐 믹서 회사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문가들은 업계에 자금세탁 방지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재무부가 6일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이용된 가상화폐 ‘믹서’ 회사 ‘블렌더’에 제재를 가했습니다. ‘믹서’ 회사에 대한 제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재무부 성명] “Today, the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s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 (OFAC) sanctioned virtual currency mixer Blender.io (Blender), which is used by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to support its malicious cyber activities and money-laundering of stolen virtual currency.”
재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가상화폐 믹서 회사 ‘블렌더’를 제재했다”며 “북한이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을 지원하고 훔친 가상화폐를 돈세탁하는데 불렌더를 이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믹서’는 가상화폐를 쪼개고 섞어서 재분배하는 기술로, 이 과정을 반복하면 자금 추적과 사용처, 현금화 여부 등 가상화폐 거래 추적이 어려워집니다. 믹서는 텀블러라고도 불립니다.
이번 재무부 제재는 올해 3월 23일 북한과 연계된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역대 최대 규모인 6억 2천만 달러의 가상화폐를 온라인 게임 ‘엑시 인피티니’에서 탈취한데 대한 후속 조치입니다.
재무부는 북한이 2천 50만 달러의 불법 수익을 처리하는데 ‘블렌더’가 사용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라자루스 가상화폐 계좌 4개 추가 제재
재무부는 이날 블렌더의 계좌 정보를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라자루스와 연계된 암호화폐 지갑 4개를 제재 대상에 추가했습니다.
라자루스의 정보 페이지에는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화폐 단위인 ETH(이더)라는 글자와 함께 알파벳과 숫자 수십 개로 만들어진 이더리움의 계좌번호 4개가 표기됐습니다.
앞서 해외자산통제실은 라자루스가 6억 2천만 달러를 훔친 데 따라 4월 14일 당시 도난당한 자금이 예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라자루스의 이더리움 계좌번호 1개를 제재 명단에 추가했고, 이어 4월 22일 3개를 더 공개했습니다.
6일 조치는 ‘엑시 인피니티’ 자금 탈취와 관련해 해외자산통제실이 라자루스와 연계된 암호화폐 지갑을 제재한 세 번째 조치로, 제재 명단에 오른 라자루스 암화화폐 지갑은 총 8개로 늘었습니다.
“북한 불법 활동과 조력자들에 대응할 것”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차관은 “사상 최초로 재무부가 가상화폐 믹서를 제재했다”며 “불법 거래를 돕는 가상화폐 믹서는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위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의 불법 금융 활동에 대해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국가가 후원하는 절도와 돈세탁하는 조력자들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북한이 미국과 유엔의 강력한 제재를 피해 가상화폐 거래소, 블록체인 회사들에서 자금을 강탈해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북한과 외교 추구에 전념하고 있고, 북한이 대화에 관여하길 촉구한다”며 “동시에 우리는 북한의 불법적 사이버 활동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도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잘리나 포터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6일 전화브리핑에서 블렌더 제재 조치에 대한 질문을 받고 “블렌더의 미국 영토 내 모든 자산과 자산이 창출하는 이윤이나 미국인이 소유하는 블렌더 자산과 이윤이 모두 동결되며 해외자산통제실에 보고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포터 수석부대변인] “As a result of today’s action all property and interest of property of the entity of Blend.io in the United States or in possession or control of U.S. persons is blocked and must be reported to OFAC or the office of Foreign Asset Control.”
“업계에 경종… 돈세탁 방지 노력 환기”
전문가들은 재무부가 북한의 불법활동에 연루된 믹서 서비스를 사상 최초로 제재한 것이 매우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암호화폐 정보업체 TRM 랩스의 닉 칼슨 분석관은 6일 VOA에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오늘 조치는 북한과 같은 나쁜 행위자들이 믹서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을 억제하는데 매우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칼슨 분석관] “OFAC's action today is a very significant step to curtailing the use of mixing services by bad actors. OFAC's first designation of a cryptocurrency mixer shows that the Treasury is prepared to go after services that facilitate money laundering, especially by nation state actors like North Korea."
미 연방수사국(FBI)에서 대북제재 이행 업무를 담당했던 칼슨 분석관은 이번 조치가 “재무부가 북한과 같은 국가 행위자들의 돈세탁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추적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칼슨 분석관] “This action also sends a message to other mixing services, bigger mixing services that they must do more to prevent the laundering of stolen funds. In response, we may see some mixing services consider implementing transaction screening and monitoring processes, to avoid accepting hacked or stolen funds. This would be a big step toward better securing the crypto economy from malicious actors."
이어 “오늘 조치는 훔친 자금의 세탁을 막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신호를 다른 더 큰 믹서 서비스들에도 보낸다”며 “이에 대응해 믹서 서비스들은 해킹이나 절도 자금을 피하기 위해 거래를 심사하고 감시하는 절차들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칼슨 분석관은 이러한 조치들이 암호화폐 경제를 악의적인 주체들로부터 더욱 잘 지키는데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