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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코로나 감염 시인에 “내부통제·백신 요청 포석…핵실험 등 무력시위 계속될 것”


지난해 10월 북한 평양의 한 학교에서 교사가 등교하는 학생의 체온을 재고 있다.
지난해 10월 북한 평양의 한 학교에서 교사가 등교하는 학생의 체온을 재고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전격적인 코로나 감염 인정을 복합적인 셈법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했습니다. 단지 심각한 상황을 반영한 것을 넘어 내부통제 명분과 함께 외부 백신 지원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인데요. 하지만 이런 상황과 별개로 핵실험 등 무력시위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13일 VOA에 북한 당국이 최근 코로나 감염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것은 북한 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테리 국장] "I think the fact that the North Korea's admitted to COVID outbreak shows how serious the situation must be in North Korea. They will not have admitted it if they thought they could handle it. So the situation probably has spiraled out of control already and they are dealing with significant potential humanitarian crisis and health crisis in North Korea.”

북한 당국이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지금은 이미 ‘통제 불능’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테리 국장은 세계 최악의 보건 체계와 열악한 의료 인프라, 주민들의 40% 이상이 영양부족 상태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사태가 잠재적으로 중대 인도주의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 제로’를 주장했던 북한은 최근 코로나 감염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13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월 말부터 집단 감염 조짐이 나타나 현재까지 총 35만여 명의 발열자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오미크론’ 확진자 1명을 포함해 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마스크를 쓴 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모든 도, 시, 군을 봉쇄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스크를 쓴 채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스크를 쓴 채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낮은 코로나 검사 비율 등을 감안하면 북한 당국의 발표보다 감염률이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일반 주민들도 인지할 만큼 폭넓게 확산돼 북한 당국도 더 이상 은폐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t's likely even greater than what they've said, because presumably, they're very low levels of testing and no contact tracing in North Korea. So I think the reason they finally admitted it, and now the scope of it was that it had become so widespread, and so known to the populace that they really couldn't cover it up.”

클링너 연구원은 다만 북한 당국이 이런 상황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 외부 지원 요청을 위한 사전 포석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가 널리 퍼졌다면 외부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논리적이지만, 북한이 2년 전에도 코로나 관련 ‘중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도 백신 지원은 물론 인도주의 지원과 식량 지원도 모두 거부했던 전례를 지적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갑작스러운 ‘코로나 감염 시인’을 계속되는 국경통제와 연관 있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AN)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담당 국장은 북한 정권이 국경봉쇄 등 지속되는 내부 통제에 대해 주민들에게 명분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고 코로나 감염이 가장 쉬운 ‘핑곗거리’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the issue is here is that North Korea has finally come to the point where it needs to justify continued crackdown on the public mainly because they can't get sanctions relief on the economy. And they need to be able to justify that and one convenient way of justifying it is to say, well, we've now had this outbreak of COVID. So therefore, we're protecting you the public by cracking down.”

계속된 제재로 인한 재원 고갈과 정권 안정을 위한 내부 통제 강화로 불만이 높아가는 주민들을 향해 ‘여러분을 코로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런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탈북민 출신인 민간단체 원코리아의 이현승 워싱턴 지국장도 ‘코로나가 없다면서 국경은 왜 계속 닫아 우리를 힘들게 하지’라고 묻는 북한 주민들에게 김 위원장이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지국장] “지금 2년 동안 국경을 닫아버렸는데 국내적으로 불만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지금 돈도 못 벌고, 해외에 나와 있는 사람들도 돈을 못 벌고 또 국내에 있는 사람들도 자본이 없어서 물건을 살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굶어 죽는 분들도 계시다고 들었고, 모든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이제 국경을 닫아야만 하는 이유를 국내에도 또 설명을 해야 되거든요.”

이현승 지국장은 또한 현 상황에 한계를 느낀 김 위원장이 외부의 백신 지원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차원도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북한 당국의 발표 직후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 등의 지원을 수용할지 미지수라고 진단하며, 다만 북한의 ‘조건’을 충족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드로윌슨센터의 테리 국장은 북한이 이미 거부한 중국의 시노백,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이 아닌 'mRNA' 백신, 즉 미국의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제안한다면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국장] “North Koreans have already rejected 3 million doses of China's Sinovac vaccines and 2 million doses of AstraZeneca because they prefer mRNA vaccines at Pfizer and Moderna. There's also the issue of faith. Maybe if we offer them in private, somehow we can do this without the whole world knowing about it. Maybe the North Koreans would accept it”

테리 국장은 또 북한이 공개적인 방식보다 비공개 지원을 원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분배 감시와 투명성 요구’ 등으로 백신 수용이 북한 측에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해군분석센터의 고스 국장도 북한이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 지원에 의존해야만 하는 ‘약한 모습’이 노출되는 형식, 혹은 한국 등이 ‘생색’을 내는 지원은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f it's going to look as if they're the victim and that they're having to rely on outside support to deal with the situation then that makes them look weak and they probably would not accept it…if the US is going to attach strings to it, or is going to try to use it to basically try to force open some sort of diplomatic engagement…”

고스 국장은 또 자신들이 원하는 제재 완화가 아닌 백신 제공 등 인도주의 지원을 통한 외교 재개를 미국이 밀어 부친다면 이를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원코리아의 이현승 지국장은 북한에선 일부가 밀수를 통해 반입한 미국 백신을 접종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한 미국 백신일 경우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코로나 비상시국’과 무관하게 무력시위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고스 국장은 코로나와 내부 통제, 경제 악화 등의 상황 속에서 정권의 정당성이 필요하며,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핵무기 프로그램’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몇 달간 핵실험 등 무력 도발 수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suspect that's gonna ramp up because now that you don't have anything happening with the economy that you have this COVID thing going on…you need something for the legitimacy of the regime. And the only thing really, that's left is development of the nuclear program.”

수미 테리 국장도 북한이 코로나 감염을 발표한 날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며, 코로나 발병이 ‘무력시위 휴지기’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국장] “the same day that they admitted for the first time but just battling with COVID outbreak, they launched three short range ballistic missiles. So I don't necessarily think this means there'll be pausing the campaign. There's a continued construction work in the Punggye-ri nuclear test site, and I still think they will go ahead with testing campaigns and new features, including possibly testing a tactical nuclear weapon.”

테리 국장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며, 북한이 전술핵무기 등 새로운 무기 실험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무기실험 주기를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코로나로 인해 국가적인 이동 제한이 이뤄지면 미사일 시험 등 군부대의 활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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