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북한 핵 문제를 미중 협력 분야로 꼽으며 중국과 직접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국제질서 재편을 시도하며 전례 없는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며 미국은 동맹국 등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으로 발표한 대중국 전략을 박형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26일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을 발표하면서 ‘비확산과 군비통제’를 협력 분야로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국무장관] “A non-proliferation and arms control. It's in all of our interests to uphold the rules, the norms the treaties that have reduced the spread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 China and the United States must keep working together and with other countries to address Iran and North Korea nuclear programs. And we remain ready to discuss directly with Beijing, our respective responsibilities as nuclear powers”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줄여온 규범 조약을 준수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이익”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과 미국은 이란·북한 핵 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일하고, 다른 나라들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핵보유국으로서 각자의 책임에 대해 베이징과 직접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밖에도 미중 협력 분야로 기후변화, 코로나와 세계 식량위기 대응 등을 거론했습니다.
현재 중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에 따른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에 반대하며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압박 강화에 동참하지 않고 있습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중국에 대해선 “국제질서의 가장 심각한 장기적 도전”이라며, 미국은 이 도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국무장관] “We will remain focused on the most serious long-term challenge to the international order – and that’s posed by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China is the only country with both the intent to reshape the international order and, increasingly, the economic, diplomatic, military, and technological power to do it. Beijing’s vision would move us away from the universal values that have sustained so much of the world’s progress over the past 75 years.”
특히 “중국은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이를 수행할 경제·외교·군사·기술적 힘을 갖춘 유일한 국가”라면서 “중국의 비전은 지난 75년간 이뤄진 세계의 진보 가운데 많은 부분을 지탱해 온 보편적 가치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중국과 ‘충돌’이나 ‘신냉전’, ‘중국의 역할 봉쇄’를 추구하는 것은 미국의 의도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자신들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법과 합의, 원칙, 제도를 강화하기 위해 힘을 사용하기보다는 이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특히 시진핑 주석 아래에서 “국내에선 더욱 억압적이고, 해외에선 더욱 공격적으로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세계가 일촉즉발의 순간에 있으며 이런 시기에 외교는 필수적”이라며 “우리는 모든 사안에서 중국과 직접 소통을 강화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우리는 중국이 궤도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에만 의존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포괄적인 국제체계에 대한 우리의 비전을 발전시키기 위해 베이징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은 ‘투자(invest), 동맹(align), 경쟁(compete)’ 등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국무장관] “But we cannot rely on Beijing to change its trajectory. So we will shape the strategic environment around Beijing to advance our vision for an open, inclusive international system. To succeed in this decisive decade, the Biden administration’s strategy can be summed up in three words – “invest, align, compete.” We will invest in the foundations of our strength here at home – our competitiveness, our innovation, our democracy. We will align our efforts with our network of allies and partners, acting with common purpose and in common cause. And harnessing these two key assets, we’ll compete with China to defend our interests and build our vision for the future.”
먼저 “우리가 가진 힘의 토태, 즉 경쟁력, 혁신, 민주주의에 투자하고, 동맹·파트너와는 공동의 목적과 대의를 갖고 행동하면서 우리의 노력을 일치시킬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두 핵심 자산을 활용해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고 미래를 위한 비전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과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역내의 동맹·파트너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규범에 기반한 질서, 공정 경쟁, 자유로운 상업과 인적 교류’ 등의 가치를 공유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주 한국, 일본 순방에서 “이런 우선순위를 강화했다”면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쿼드 정상회의 참석 등을 언급했습니다.
특히 한국 방문에선 "한국과 안보동맹을 재확인하고 두 나라의 경제 기술 협력을 심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국 전략을 발표한 것은 정부 출범 이후 16개월 만입니다.
미국은 이달 초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들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20~24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첫 한국, 일본 방문을 통해 역내 주요 동맹국과 대중국 견제 연대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이에 대해 “냉전적 사고방식과 일방주의를 버려야 한다”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사 집단과 진영 대결을 도입하려는 모든 시도를 거부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순방 기간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할 경우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타이완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여전히 유지하는 등 미국의 접근이 바뀌지 않았다면서도 중국의 ‘강압 행위’를 비판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국무장관] “On Taiwan. Our approach has been consistent across decades and administrations. The United States remains committed to our one China policy…we oppose any unilateral changes to the status quo from either side. We do not support Taiwan independence, and we expect prostrate differences to be resolved by peaceful means. We'll continue to uphold our commitments of the Taiwan Relations Act to assist Taiwan and maintaining a sufficient self-defense capability.”
"미국은 양안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도 반대하고, 타이완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양안 간 차이가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타이완이 충분한 자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타이완 관계법’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계속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정책은 바뀌지 않았지만 바뀐 것은 중국의 증가하는 강압 행위"라면서, 이런 행태는 "불안정을 초래하고 오판의 위험을 낳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와 함께 홍콩 자율권 침해, 신장과 티베트 인권 탄압 등도 거론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 문제를 내부의 일이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중국에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화, 안보, 인간 존엄을 지지하기 위해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변화를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제기한 도전의 규모와 범위가 미국의 외교를 시험할 것"이라며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수준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중국과 건설적으로 관여할 것”이라며 이것이 세계가 강대국에 기대하는 것이고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국무부 내에 중국 관련 정책을 조정하고 이행을 총괄하고 의회와 협력하는 ‘차이나 하우스’를 설치한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