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의가 30일과 31일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됩니다. EU 정상들은 회의 첫날인 30일,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부분 금수 조처에 합의했습니다. 중국이 태평양 도서국들과 포괄적인 안보 협정 체결에 실패했습니다. 일본이 다음 달부터 외국인 단체 관광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지금 국제 사회의 시선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로 향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30일과 31일 이틀 일정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의가 열리는데요.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식량 위기, 안보와 방어, 에너지 의제를 놓고 논의합니다.
진행자) 유럽연합(EU)은 지금까지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처를 놓고 진통을 겪어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지금까지 5차례 제재를 단행했는데요. 전쟁이 길어지고 러시아 군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의혹이 계속 드러나면서 EU 지도부가 러시아에 대해 6번째 제재를 단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제재도 포함할 것인가를 놓고 회원국 간에 의견이 갈리면서 난항을 겪어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어떻게 합의가 됐습니까?
기자) 네. EU 정상들은 30일,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부분 금수 조처에 합의했습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 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이를 알리면서, 이번 합의로 수입이 금지된 규모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의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EU 정상들은 또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배제 등의 추가 제재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전날 합의문 초안이 나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27개 회원국 대사들은 정상 회의 전날인 29일 합의문 초안 작성에는 일단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초안이 나온 후에도 회원국 간에 이견이 여전히 노출되면서 정상회의에서 과연 합의 도출이 이뤄질지 이목이 집중됐는데요. 부분 제재로 의견을 모으면서 러시아에 대한 6차 제재는 매듭지어질 전망입니다.
진행자) 초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기자) 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EU는 6차 제재에 일단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의 수입 금지를 넣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원유 공급은 일시적으로 예외로 두기로 했는데요. 드루즈바 송유관은 러시아에서 시작해 벨라루스와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을 거쳐 독일까지 이어지는 4천km 길이의 세계에서 가장 긴 송유관입니다.
진행자) 송유관을 통한 원유 공급은 왜 예외로 둔다는 거죠?
기자) 헝가리와 불가리아, 체코 등 러시아산 원유 금수에 반대하는 나라들을 염두에 둔 조처로 풀이됩니다. 특히 가장 반대의 목소리를 내온 헝가리는 전체 수입 원유의 65% 이상이 러시아산으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요. 반면 내륙국이다 보니 당장 유조선을 이용한 해상 원유 공급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진행자) 초안에 대한 EU 회원국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기자) 모든 회원국이 공평하게 부담을 나눠 갖는 게 아니라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일각에서는 헝가리를 이번 6차 제재 실행국에서 아예 빼거나, 대체 원유 공급 수단을 마련할 때까지 모든 회원국이 6차 제재를 연기하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에는 러시아와 독일, 프랑스 정상들이 3자 통화를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8일 전화로 3자 회담을 했습니다. 3국 정상들의 회담은 약 80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유럽연합(EU)의 두 주축국인 프랑스와 독일이 나섰는데, 어떻게 좀 성과가 있었습니까?
기자) 서로 기존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는 평가입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숄츠 독일 총리는 즉각적인 휴전과 러시아군의 철수를 요구했고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푸틴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직접 만나 회담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양국 정상은 또,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식량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항구를 막고 있는 러시아의 봉쇄를 풀라고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현 식량 위기는 미국과 서방의 제재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제재를 풀면 인도주의적 통로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기존의 발언을 또다시 반복했습니다. 또 정전 협상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가 먼저 호전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러시아는 회담에 개방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지원하면 상황은 더 불안해지고 인도주의적 위기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전황은 지금 어떻게 전개되고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군이 30일 동부 돈바스 세베로도네츠크 중심부를 향해 진격해 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며칠간 세베로도네츠크에 화력을 집중하며 3면에서 총공세를 퍼붓고 있는데요. 제2의 마리우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세베로도네츠크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인가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돈바스 루한시크주에 있는 도시로, 러시아 국경에서 남쪽으로 약 150km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인구는 10만 명 정도 되는 작은 도시지만, 루한시크 주도인 루한시크시가 친러시아 반군 세력에 넘어간 후 우크라이나 정부의 루한시크주 행정 중심지 역할을 해왔는데요. 세베로도네츠크까지 함락되면 루한시크주 전역이 사실상 러시아군에 넘어가는 상황이라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중국과 태평양 도서 국가들 간의 안보 협정 체결이 불발됐다는 소식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과 태평양 도서국 외교 장관 회의가 30일 피지에서 열렸습니다. 당초 중국은 이 회의에서 10개 태평양 도서국들과 안보∙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이에 관한 포괄적 비전을 담은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었는데요. 하지만 10개국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6일부터 열흘 간의 일정으로 태평양 8개국 순방에 나서고 있는데요. 이 피지에서 열린 중국과 태평양 10개국 외교장관 회의는 핵심 일정의 하나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협정 체결을 기대했다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이날 외교 장관 회의 후 서명식이 있을 것을 기대하며 협정문 초안을 미리 마련했는데요. 초안은 중국과 이들 국가가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확대하고, 안보 협력 관계를 개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보 부문에 있어 중국이 해당 국가의 경찰을 훈련하고, 사이버 보안 협력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그럼 10개국이 모두 반대한 것입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중국은 일부 나라들과 개별적으로 협정을 맺었고요. 이 10개국과의 포괄적 협정에 몇 나라나 반대했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일단 데이비드 파누엘로 미크로네시아 대통령은 앞서 회원국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협정 승인에 반대한다는 뜻을 확고히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크로네시아 대통령은 왜 협정에 반대한 겁니까?
기자) 역내에 불필요한 지정학적 긴장을 일으키고, 역내 안보를 위협한다는 지적입니다. 파누엘로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정을 태평양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심각한 제안이라고 규정하고, 자칫 새로운 냉전 시대를 불러오거나 최악의 경우 세계 대전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태평양이 세계 안보의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지난 4월 중국과 솔로몬제도가 안보 협정을 체결하자, 중국군의 태평양 진출 교두보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등 첫 아시아 순방을 통해 역내 경제협의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키고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도 대중국 견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긴 일정으로 태평양 순방에 나서자 바이든 대통령 아시아 순방의 맞대응이라는 분석도 있었는데, 일단 중국이 기대했던 성과는 얻지 못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회의 후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피지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왕이 부장은 일부 국가와 무역 ∙ 투자 확대, 방역 지원, 기후 변화 대응, 재난 방지와 인프라 개발 등의 협력에 합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안보 협력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왕이 부장은 또 어떤 사람들은 중국이 태평양 국가 지원에 왜 이렇게 적극적인지 의심하고 있다는 말도 했는데요. 하지만 중국은 오래전부터 태평양과 전 세계 개발도상국 지원에 관심을 가져왔다면서 그런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너무 초조해하거나 긴장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에둘러 서방의 견제를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한편 최근 피지는 미국에 한 걸음 다가서는 행보를 보였죠?
기자) 네. 피지가 남태평양 섬나라들 가운데서는 제일 처음으로 지난 26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피지 정부의 IPEF 합류 발표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태평양 순방 시작일에 맞춰 나온 것으로 더 눈길을 끌었는데요. 백악관은 이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미국의 가까운 파트너이자 역내 리더인 피지가 기후 위기 대응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 발전 등 IPEF의 가치와 시각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환영했습니다. 이로써 피지는 미국과 한국, 일본, 아세안 7개국 등에 이어 IPEF에 합류한 열네 번째 나라가 됐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일본이 외국인 관광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가 다음 달 10일부터 관광 목적의 외국인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단체 관광에 한해서만 허용됩니다.
진행자) 일본이 외국인들의 관광 입국을 막은 게 꽤 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20년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을 막기 위해 관광 목적의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는데요. 그러니까 2년 2개월 만에 이뤄지는 겁니다.
진행자) 전면 해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2년여 만에 일본 정부가 빗장을 열기로 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주, 이 같은 방침을 발표하면서 자유롭고 활발한 인적 교류는 경제와 사회의 근간이자 아시아 발전의 토대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초 영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주요7개국(G7)의 정책과 보조를 맞춰 이르면 6월부터 입국 정책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당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오랫동안 외국 관광객의 입국이 차단되면서, 일본의 관광 산업에도 제법 타격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은 전 세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인기 여행국입니다. 일례로 코로나 팬데믹 전인 2019년 일본을 찾은 관광객은 약 3천200만 명에 달했는데요. 하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입국이 차단되면서 외국인 관광객 수가 90% 이상 감소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제 좀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지금도 완전히 안정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조심스레 문호를 넓혀가겠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엄격한 국경 통제가 외국인들을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일본 정부는 올해 들어 규제를 완화하고 일부 입국을 허용해왔습니다.
진행자) 입국자 숫자도 제한해 왔나요?
기자) 네. 현재는 하루 1만 명만 입국이 허용됩니다. 여기에는 일본 국적자, 외국인 학생, 사업 목적의 일부 여행객이 해당되는데요. 일본 정부는 6월 1일부터는 이 수를 2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앞으로 허용될 단체 관광객 인원도 포함됩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가 단체 관광을 받기 전에 일종의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기자) 네. 일본 정부는 지난주, 호주와 싱가포르, 태국, 미국 등 4개국 출신 약 50명의 인원에게 특별비자를 제공하고 관광을 허용하는 일종의 실험을 했습니다. 이 실험은 31일로 끝나는데요. 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단체 관광의 규모나 세부 사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일본에 도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코로나 검사 같은 걸 현지에서 받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기자) 네. 일단 일본 여행을 원하는 관광객들이 사는 나라의 코로나 확산세가 낮아야 하는데요. 이들은 두 번의 백신 접종과 부스터샷(추가 접종)까지 세 차례 접종을 완료해야 하고요. 그렇게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에 대해서는 코로나 검사와 자가 격리가 면제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당초 약속했던 관광 일정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요. 관광 안내원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한편 일본 정부는 개인 관광이 허용되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이 기사는 로이터와 AP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