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달 한 달간 순회의장국을 맡게 된 유엔 제네바 군축회의에서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회원국들의 규탄이 이어졌습니다. 미국과 한국 등 48개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계속되는 무모한 행동이 군축회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2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 (Conference on Disarmament·CD)를 순회 의장국 자격으로 주재한 가운데, 미국과 한국, 일본 등 40여 개국이 북한의 계속되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공동성명에는 유엔 군축회의 65개 회원국 중 48개국과 유럽연합(EU)이 참여했습니다.
대표로 성명을 발표한 제네바 유엔주재 호주대표부의 어맨다 골리 대사는 북한의 의장국 수임에 대해 “우리는 주요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 군축협상 포럼인 군축회의(CD)와 중요한 의제에 대한 토론을 진전하는 데 매우 전념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의장직 수임 동안에도 회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골리 호주대사] “Deeply committed to the Conference on Disarmament (CD), as the single multilateral negotiating forum on disarmament with the participation of key stakeholders, and to advance discussions on its important agenda, we decided to participate in the meetings of this body during the Presidency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Yet we remain gravely concerned about the DPRK’s reckless actions which continue to seriously undermine the very value of the CD. Our constructive participation in the work of this body during the DPRK’s Presidency should not be construed in any way as a tacit consent to nor an acknowledgment of the actions taken by the DPRK in violation of numerous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UNSC) resolutions. To avoid any misunderstanding, let us reiterate our common position at the outset of its Presidency.”
골리 대사는 “하지만 우리는 군축회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북한의 무모한 행동들에 대해 여전히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의장직 수행 기간 군축회의 활동에 대한 우리의 건설적인 참여가 유엔 안보리의 수많은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행동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거나 이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오해도 피하고자 우리의 공동 입장을 강조한다”며 북한의 계속되는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골리 호주대사] “We are deeply concerned about the DPRK’s continued advancement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ballistic missile capabilities, including reports that it is preparing to conduct its 7th nuclear test. Since the beginning of 2022, the DPRK has conducted an unprecedented series of missile tests, including launches of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s, alleged hypersonic weapons, ballistic missiles with the stated intent for the operation of tactical nuclear weapons, and at least one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These tests are all clear violations of UNSC resolutions and demonstrate the DPRK’s continued efforts to expand and further develop its ballistic missile capabilities. They are a threat to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and seek to undermine the global nonproliferation regime.”
이들 국가는 “우리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를 비롯해 북한의 계속되는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역량 개발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이 올해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 추정 미사일, 전술핵무기 작전용으로 명명한 탄도미사일, 최소 1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한 전례 없는 미사일 시험을 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시험은 모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탄도미사일 역량을 확대하고 더욱 개선하려는 북한의 계속된 의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런 시험들은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며 국제 비확산체제를 훼손하려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들은 또한 “우리는 북한에 불안정 행위를 중단하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국제적 의무를 준수해 모든 핵무기와 기존 핵프로그램, 기타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골리 호주대사] “We urge the DPRK to cease its destabilizing actions and to comply with its international obligations under relevant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o abandon all nuclear weapons and existing nuclear programs, as well as any other WMD and ballistic missiles programs, in a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manner. We urge the DPRK to return at an early date to, and fully comply with, the Non-Proliferation Treaty and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 safeguards. We call on the DPRK to sign and ratify the Comprehensive Test Ban Treaty (CTBT), and in the meantime, to fully observe a moratorium on nuclear test explosions or any other nuclear explosion. We support diplomatic engagement towards peace and security on the Korean peninsula and urge the DPRK to resume dialogue with relevant parties”
아울러 “북한이 가까운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에 복귀하고, 이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서명 비준하고, 그러는 동안 핵폭발 실험과 기타 핵폭발 관련 유예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외교적 관여를 지지하며, 북한이 관련국들과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네바주재 미국대표부의 대니얼 켈러핸 차석대표대리는 이날 발언권을 얻어 공동성명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며 “미국은 외교적 해법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수없이 말했듯이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거듭된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미국 대표] “The main point that I want to add is that the United States remains committed to a diplomatic solution. We've said this over and over again. And we hope that the DPRK will accept our repeated offers of dialogue.”
유럽연합(EU)을 대표해 발언한 프랑스 대표는 “EU는 북한이 올해 초부터 전례 없는 수량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풍계리 핵실험장 건설을 포함해 북한의 여러 핵시설에서 새로운 활동을 규탄한다”면서 “이런 활동은 지역 안정은 물론 국제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프랑스 대표] “The EU calls on the DPRK to cease destabilizing actions, abide by its international obligations under multipl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re-engage in a credible and meaningful dialogue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Until the DPRK complies with its obligations under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e EU will continue to implement strict sanctions and we encourage all UN Members to do the same.
이어 “EU는 북한에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의 여러 결의에 따른 국제 의무를 준수하며, 국제사회와 믿을 수 있고 의미 있는 대화에 관여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EU는 엄격한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며, 다른 유엔 회원국들도 그렇게 할 것을 독려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요 7개국(G7) 대표로 발언한 독일대표부의 애나 미케스카(Anna MIKESKA) 차석대표는 G7 외교장관들이 최근 발표한 북한 규탄 성명을 상기했습니다.
앞서 G7 외교장관들은 성명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고, 날로 정교해지는 북한의 무기 기술에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미국이 제안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데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일본대표부의 시게루 우메쓰 공사참사관도 공동성명 내용을 상기하면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재원을 전용함으로써 이미 심각한 인도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비핵화를 향한 외교에 관여하고 일본과 미국, 한국의 거듭된 대화 제안을 수용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일본 대표] “we are deeply concerned about North Korea's continued advancement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ballistic missile capabilities. By diverting resources into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North Korea further aggravate its already dire humanitarian situation. We iterated our call on North Korea to engage in diplomacy toward nuclearization and accept the repeated offers of dialogue put forward by Japan, the United States and the Republic of Korea.”
이날 순회의장으로 회의를 주재한 북한대표부의 한대성 대사는 모두발언에서, 북한 의장국 수임에 대한 회원국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회원국 간 긴장과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치적 고려나 이해관계에 이끌린 태도를 피하고 회의 의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한대성 대사] “At the same time, I should emphasize the importance of member states to focus on agenda of the CD, while avoiding attitudes driven by political considerations or interest, which would lead to tension and confrontation among members.”
또 회원국들의 ‘북한 비판 발언’이 나오면 “회의 관련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고 거듭 말했습니다.
한대성 대표는 ‘북한 대표’ 자격으로 발언을 신청해 자국 무기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미국 등의 비판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녹취: 한대성 대사] “My country is still at war with America. In other words, the Korean War in early 1950s has not ended till now, and we are in a state of ceasefire. Second, my country has been exposed to all sorts of threats by US, including use of nuclear weapons for over 70 years. The U.S. has continued annual military exercise together with the so-called allies, which compelled us to develop national defense capabilities only to defend our state from possible attack or oppression of the U.S.”
“북한과 미국은 여전히 전쟁 중이며 현재는 휴전 상태”이고 “북한은 지난 70년 넘게 핵무기 사용을 비롯한 미국의 모든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미국은 소위 동맹국들과 함께 해마다 군사훈련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의 공격이나 압박으로부터 오직 우리를 방어하기 위해 국가 방어역량을 발전시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새로운 유형의 무기 실험은 국가 방어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자체 계획에 따른 일상적 활동으로 주변국의 안전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이 우리를 향한 적대적 정책을 추구하는 한 계속해서 국방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대성 대사에 이어 발언을 신청한 한국대표부의 고영걸 참사관은 “북한이 올해에만 다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2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음을 거듭 밝힌다”며 북한 측의 논리를 반박했습니다.
[녹취: 한국 대표] “We reiterate that the DPRK has launched more than 20 ballistic missiles this year alone, including multiple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s. Also, it is reported that the DPRK is now technically ready for the 7th nuclear test and has openly pursued its nuclear ambitions, including development of tactical warheads. ROK and US combined deterrence and defense posture, including annual joint exercises, is in response to military threats from the DPRK.”
또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위한 기술적인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북한은 전술탄두 개발을 포함한 핵 야망을 공공연히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연례 연합훈련을 포함해 한국과 미국의 연합 억지와 방어태세는 북한이 제기하는 군사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중국대표부의 리송 군축담당 대사는 이날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언급 없이 북한의 의장직 수임을 축하하며 향후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중국 대표] “Congratulate DPRK on its assumption of the rotating presidency of the CD, my team and myself will render active support to your work. We also believe that the four weeks of your presidency will be a crucial period for further work of the coordinators for the subsidiary bodies.”
러시아를 비롯해 이란, 파키스탄 등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부 회원들도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의장직 수임을 축하하고 원활한 회의가 진행되길 바란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습니다.
유엔 군축 회의는 1979년 설립된 세계 유일의 다자 군축 협상 포럼으로 핵무기와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무기 등의 군축과 국제안보, 신뢰구축 등의 문제를 논의합니다.
의장국은 65개 회원국 가운데 영문 알파벳 순서에 따라 매년 6개국이 4주씩 돌아가면서 맡습니다.
북한은 5월 30일부터 6월 24일까지 군축회의 순회 의장국을 맡습니다.
앞서 유엔 감시 민간단체인 유엔 워치는 전 세계 30개 비정부기구와 함께 북한이 군축회의 순회 의장국을 맡는 한 달 동안 회의에 불참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