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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가족 “아들 이름 무단 사용 ‘재단’ 취소 요구”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 웜비어(오른쪽)와 신디 윔비어가 지난 지난 2018년 5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심포지엄에서 증언했다.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 웜비어(오른쪽)와 신디 윔비어가 지난 지난 2018년 5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심포지엄에서 증언했다.

5년여 전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최근 아들의 이름으로 탈북민이 미국에서 설립한 재단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가족과 아무런 상의나 허가 없이 아들의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해 재단을 설립하고 모금하는 행위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는데, 이 탈북민은 사과의 입장을 전하고 재단 명칭을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중서부 오하이오주에 거주하는 오토 웜비어의 모친인 신디 웜비어 씨는 7일 VOA에, 최근 ‘구호인’이란 이름의 탈북민이 ‘국제 오토 웜비어 추모재단’을 설립해 행사를 갖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런 움직임에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신디 씨는 “구 씨와 얘기한 적도 없고 이 재단에 대해 아는 것도 없다”면서, “그가 이를 통해 무슨 계획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오토의 이름으로 모금을 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디 웜비어 씨] “ I have never talked to him, and I don't know anything about the foundation. Collecting money under Otto's name concerns me because I don't know what he plans on doing with it. He’s never contacted me, never asked permission, never told me what he was doing ever. I'm not comfortable with this because he's never talked to us.”

탈북민 구호인 씨는 자신에게 연락한 적도 없고 아들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에 승낙을 요청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재단 설립 자체가 “불편하다”는 겁니다.

신디 씨는 변호인을 통해 최근 구 씨에게 아들의 이름을 사용하지 말 것을 통보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다면서, 반응을 보고 추가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탈북민 구호인 씨는 최근 지인들과 ‘국제 오토 웜비어 추모 재단’을 설립하고 캘리포니아주와 시카고 주에서 관련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뉴욕의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앞에서 웜비어 사망 5주년을 맞아 시위 행사를 열고 재단의 뉴욕 본부 설립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VOA의 취재 결과 구 씨는 지난 2000년 한국에 입국한 뒤 북한 인권 운동을 하면서 국회의원 출마를 시도했으며 지난 2012년 한국을 떠나 유럽에서 활동하다 201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와서 망명을 신청한 뒤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지난해 뉴욕으로 이동해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앞에서 개인 시위 등을 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과 유럽 내 일부 한인, 탈북민들과 재단을 설립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수반’, ‘윤태양’ 등 여러 가명을 사용해 온 구 씨는 7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의 죽음은 열악한 북한 인권의 참상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며, 북한 정권에 맞서 투쟁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구호인 씨] “오토 웜비어의 죽음은 북한 정권의 반인륜적 만행의 극렬한 사례라고 봅니다. 그래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데 있어서 시사하는 큰 사건이기 때문에 저희가 주목하고 2017년부터 계속 추모행사를 해 왔습니다.”

구 씨는 최근 웜비어 씨 가족의 변호인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지만, 수상한 이메일들이 많아 무시했다며, 웜비어 가족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재단’이란 명칭에 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이런 활동에 모두가 동의할 것이란 기대와 의욕이 앞서 이런 일이 벌어진 만큼 웜비어 가족의 요구를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겁니다.

[녹취: 구호인 씨] “오토 웜비어 부모님과 선임하신 변호사님 말씀을 충분히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말씀하신 내용을 100% 수긍하고 명칭 문제에 대해 100% 수긍하겠습니다. 단 오토 웜비어 추모 활동에 대해선 우리가 계속하겠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신디 웜비어 씨는 구 씨를 비롯해 탈북민들이 아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북한 정권의 만행에 대해 투쟁하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구 씨가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디 웜비어 씨] “I appreciate him for what he's trying to do, you know, bring attention in this way. But I don't know that he's the right person for this. He's never talked to me. And I don't really know if I can trust him. I don't think he can use this foundation.”

구 씨가 북한 인권과 아들의 희생에 관해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지만, “그가 이에 적합한 사람인지는 모르겠다”는 겁니다.

신디 씨는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은 채 임의로 아들의 이름을 사용한 구 씨를 신뢰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거듭 아들의 이름을 재단에서 삭제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는 지난 2016년 북한을 방문했다가 북한 체제 선전물 훼손 혐의로 체포돼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엿새 만에 숨졌습니다.

웜비어 부모는 아들의 죽음에 분노하며 “김정은과 북한 정권은 지구상의 암적 존재”라고 비판한 뒤 북한 정권에 대한 법적 소송과 전 세계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연대, 탈북민과 인권단체 지원 등 다양한 북한 인권 운동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국제 오토 웜비어 추모 재단’ 논란에 관해 여러 탈북민은 우려를 나타내며, 보다 품격있고 신뢰 있는 북한 인권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해외 파견 북한인들의 탈북을 지원하는 ‘무궁화 구조대’ 설립자인 해외 북한 식당 지배인 출신 허강일 씨는 7일 VOA에, “북한 인권 운동은 당위성뿐 아니라 책임과 존중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허강일 씨] “같은 북한 사람으로서 하는 활동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토의 이름을 사용하니까 이런 것은 도덕적으로 봐도 가족에게 물어보고, 추모위원회라고 하면 괜찮은데 재단이라고 밝혔어요. 재단은 돈을 받겠다는 얘기라서…그래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본인이 미국 법을 무시하고 당사자를 만나 보지도 않고 동의도 없이 한 것은 아니죠. 사람들이 잘못 오해해서 북한 인권 운동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까 걱정이 많이 되지요.”

영국의 탈북민 출신 북한 인권운동가인 박지현 씨도 재단 설립에는 좀 더 신중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기본적인 NGO면 안에 회계사, 변호사가 다 들어가야 하고 그분들의 자문을 받아야 하죠. 북한 인권 운동을 한다고 해서 무쇠 주먹 쥐고 단독으로 하면 안 되고 법을 지키면서 해야죠. 아직 탈북민분들이 모르는 게 많잖아요. 이번 기회를 통해 배워갔으면 좋겠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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