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출신 엘리자베스 살몬 차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지명자의 풍부한 국제형법과 여성 분야 경력이 북한 인권 개선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국제 인권 전문가들이 전망했습니다. 북한에 관한 전문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지명에 실망감을 나타낸 전문가도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미국과 유럽, 한국 인권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 봤습니다.
차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 최근 지명된 엘리자베스 살몬 페루 교황청립 가톨릭대 법대 교수와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으로 함께 활동 중인 백범석 한국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7일 VOA에, 살몬 지명자의 전문성이 북한 인권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살몬 지명자가 유엔의 임무 중 하나인 ‘새 디지털 기술과 인권’ 담당 의장을 맡았을 때 보고관 역할을 했던 백 교수는 그가 북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유엔이 제기한 북한의 주요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분야를 다룬 풍부한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백범석 교수] “굉장히 강단이 있으시고 국제인권법 학자이면서 시민단체들과 활동도 오래 하셔서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아시는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양성평등(Gender Equality) 관련해서도 유엔에서 보고서를 쓰셨고 활동도 하셨습니다.”
백 교수는 특히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내년에 공식 발표할 북한 내 인권 범죄에 대한 책임 규명 관련 보고서 준비에서도 국제형법 전문가로 ‘전환기 정의’ 분야를 다뤘던 살몬 지명자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범석 교수] “형사 책임 문제는 주변과 관계 없이 그 방향성으로 가고 올해 구두 성명을 내고 내년에 정식 보고서가 나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Transitional Justice(전환기 정의)와 관련해서 계속 활동해 오신 분이 되신 것은 그래도 좀 긍정적 측면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국제법 변호사이자 법학 박사인 살몬 지명자는 국제인권법과 국제형법, 국제인도주의법, ‘전환기 정의’ 전문가로 페루의 진실화해위원회, 국제적십자사 저널인 ‘국제적십자리뷰’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살몬 지명자는 특히 지난 2019년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장을 맡은 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가톨릭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여성에 대한 공평한 기회 촉진” 등 여성 권리 신장에 큰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살몬 지명자가 유엔 인권 시스템과 업무는 물론 인도주의 분야까지 익숙하다는 게 매우 인상적이라며, 특히 국제형법에 대한 전문성이 북한에도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She's an expert in international criminal law and transitional justice. She's been a legal adviser to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which is very useful in the case of North Korea. And she's also the first female Special Rapporteur…to bring some equality in the area of gender,”
살몬 지명자는 “국제법과 전환기 정의 전문가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법률 자문을 맡아 왔으며 이는 북한과 관련해 매우 유용하다”는 설명입니다.
유엔 인권기구는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내 반인도 범죄 등에 대해 유엔 안보리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권고한 후 책임 규명(Accountability)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유엔총회와 유엔 인권이사회가 연례행사처럼 해마다 채택하는 북한인권결의 역시 이런 책임 규명에 대한 노력을 강조하고 있어, 살몬 지명자의 관련 경력이 도움이 될 것이란 게 많은 전문가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또 살몬 지명자가 국제적십자사와 오랜 인연을 갖고 있으며 북한 방문 의지를 밝힌 로마 가톨릭 교황과 직접 연결된 교황청립 가톨릭대 교수란 배경도 향후 국제적십자사의 정치범수용소 등 수감시설 방문 조사 추진, 투명한 인도적 지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살몬 지명자가 본격적으로 임무를 시작하면 “자신에게 익숙한 ‘책임 추궁’ 등 전환기 정의와 ‘여성 인권’ 분야에 먼저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양성평등(Gender Equality)에 대한 살몬 지명자의 적극적인 관심은 “김정은 정권의 끔찍한 여성 인권 침해 실태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새 특별보고관 지명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겁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다만 살몬 지명자가 임무 초기에 “타협을 위해서 북한 내부에 접근하려는 큰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One concern with the special rapporteur, it has always been that early in the mandate, there is this great temptation to seek access inside North Korea to compromise. Eventually, it turns out that the North Koreans will not recognize the mandate of the Special Rapporteur. The special rapporteur will not have access inside the country. So special Rapporteur Elizabeth Salmon will also have to be prepared to deal with this predicament.”
북한 정권은 궁극적으로 특별보고관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내부 접근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살몬 지명자는 이런 곤경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인권 전문가는 앞서 VOA에,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활동 초기 북한 방문에 대한 기대로 대북 압박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특히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북한 인권 기록의 바이블(성경)로 불리는 COI 최종보고서와 북한 내 인권 범죄에 대해 책임 추궁을 촉구하는 전임 보고관들의 보고서에서 출발하지 않고 다시 상황을 재검토하는 모습은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세계기독교연대(CSW)의 벤 로저스 동아시아 담당 선임분석관은 “살몬 지명자가 분명히 유엔과 인권에 광범위한 경험이 있고, 특히 법적 전문 지식이 (북한 인권 개선에) 매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그가 책임 추궁에 우선순위를 두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로저스 선임분석관] “she clearly has extensive experience of the UN and of human rights, and especially her legal expertise could be very helpful. I hope she will prioritise accountability, building on the work of the UN Commission of Inquiry, and ensuring that North Korea is brought back to the UN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s agenda in a much higher-profile way.”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성과를 바탕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훨씬 관심을 끄는 의제로 되돌려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 엘리자베스 살몬 교수 지명에 관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불편해하는 반응도 있습니다.
살몬 교수를 비롯해 앞서 유엔 인권이사회가 발표한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후보 8명 모두 북한 인권에 관한 전문성이나 경험이 거의 전무해 실질적인 임무 수행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입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북한 인권 전문가인 렘코 브뢰커 교수는 살몬 지명자가 인권 분야에 경험이 풍부한 훌륭한 학자이지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자리에 적합한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브뢰커 교수] “I've read the application by Prof Salmón to become the new special rapporteur on North Korea. I must admit I found the application itself somewhat bland and predictable. It was so generic that you could have swapped 'North Korea' for the name of any other state with a bad human rights record and not notice the difference. I am sure Prof Salmón is an excellent scholar who brings much to the field of human rights. I am not sure what makes here suitable for the position of special rapporteur on North Korean human rights.”
살몬 지명자의 지원서는 다소 평범하고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며 너무 일반적이어서 ‘북한’이라는 단어를 인권 상황이 열악한 다른 나라 이름으로 바꿔도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란 겁니다.
브뢰커 교수는 자신이 살몬 지명자를 잘 모르기 때문에 과소평가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아마도 현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같은 부류의 특별보고관을 보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돕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뢰커 교수] “Perhaps this is because I don't know her and consequently underestimate her. This is altogether possible. But perhaps we're looking at the same kind of special rapporteur as the incumbent rapporteur - and then I don't think anything will happen that will help better the situation in North Korea. I would have preferred to have seen the application of someone with a plan and a good idea what North Korea is about - especially in terms of human rights.
북한에 관해, 특히 인권 측면에서 계획과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후보의 신청서를 보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브뢰커 교수는 인권 분야에 김정은 정권의 협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새 특별보고관은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와 기록’, 북한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에 대해 국제 인식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 역시 이번 살몬 교수 지명과 관련해 “북한이나 사회주의 독재체제 경험이 없고 관련 연구 실적도 미미한데 대해 우려한다”며 이번 지명 배경에는 여성을 배려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코헨 전 부차관보 등 여러 전문가는 새 특별보고관이 책임 추궁과 관여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녹록하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며, 군형을 잘 유지하면서 가장 심각한 정치범수용소(관리소) 폐쇄와 탈북민 보호 노력에도 전념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