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한 가정이 폭압적인 체제 속에서 어떻게 삶을 극복하는지를 남북한 출신 여성의 대화를 통해 보여주는 책이 최근 영국에서 출간됐습니다. 프랑스어와 중국어, 한국어에 이어 영문판이 첫선을 보였는데, 탈북민 출신 작가는 어려운 삶을 극복해 나가는 북한 주민들의 강인함이 북한의 체제 변화를 주도하도록 힘을 불어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에 사는 북한 출신 인권운동가 박지현 씨와 한국 출신 채서린 씨가 지난 2019년부터 3개 국어로 내놨던 책 ‘가려진 세계를 넘어(The Hard Road Out)’ 영문 출판기념식이 지난 6월 29일 런던에서 열렸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영상 축사와 보수당 소속 영국 상원의원인 로버트 헤이워드 남작, 노동당 소속 데이비드 라미 하원의원, 프랑스와 미국, 한국 관계자들, 탈북민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석해 이 책의 영문판 출간에 큰 관심과 지지를 보냈습니다.
박 씨는 1일 VOA에, 참석자들이 핵 문제와 은둔의 독재 왕국 속에 가려진 북한 주민들의 진솔한 모습을 보게 돼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이분들이 공통으로 얘기했던 게 다른 데서 보지 못했던 북한 내부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됐고, 특히 코멘트해 주신 분들은 책을 읽으면서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격언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느꼈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삶이) 가슴 아프기도 했지만 또 저희가 용감하게 삶을 헤쳐 나가는 것이 자랑스러웠다고. 그걸 이겨내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라고. 그래서 다른 난민들의 책과 다르다고….”
‘가려진 세계를 넘어’는 남북한 출신 두 여성이 영국에서 우연히 만나 5년간 대화하며 서로의 체제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선입견을 없애고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을 담백하게 담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보다 박지현 씨의 조부와 부모, 자녀에 이르기까지 가족의 삶을 통해 북한 정권의 압제와 성분, 통제 문제 등을 자연스럽게 다루면서 주민들의 강인함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가족 안에서 우리가 행복을 찾을 수 있는데 북한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그대로 그 시스템 자체를 보여줬고. 어린 시절부터 학교의 시스템. 학교에서 어떻게 아이들이 농촌 동원에 나가고 소년단, 사노청에 어떻게 가입하고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사는지, 저희 책에서는 북한 안에서의 이야기를 많이 썼거든요.”
데이비드 라미 영국 하원의원은 추천사를 통해 고통과 끈기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며 망명에 관한 도덕적 근거를 제시하는 “흥미진진하고 긴장감이 넘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회고록”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고통과 구금, 두려움, 굴욕의 이야기”, 데이비드 알톤 영국 상원의원은 “용기와 희생을 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박지현 씨는 그런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알톤 의원은 그러면서 “매력적이고 충격적인 이 책은 우리가 박지현 씨와 그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설 수 있도록 해준다”며 책을 추천했습니다.
또 영국 매체인 ‘데일리 메일’은 “강철같은 투지가 박지현 씨의 친절한 얼굴을 통해 빛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책은 앞서 지난 2019년 프랑스에서 불어로 첫선을 보였고 이어 타이완에서 중국어로, 지난해 한국어로 출간된 바 있습니다.
출판사인 ‘하퍼노스(HarperNorth)’에 따르면 이 책은 지난 5월 26일 영국에서 판매를 시작해 17파운드, 미화 20달러 50센트 정도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또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영어권 나라에서 곧 판매를 시작하며 미국에서는 내년 1월 31일에 첫선을 보일 예정입니다.
[녹취: 박지현 씨] “저희 책을 통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어떻게 우리의 자유를 파괴하는지 알도록 하고 언젠가는 자유인들이 그런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체제 밑에서 억압받는 사람들이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 때 함께 손을 내밀고 용기를 줄 수 있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