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으로 미중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 문제가 북한 문제 해결 등 한반도 정세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특히 유사시엔 주한미군 이동을 비롯해 한국의 직간접적 관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임스 쥼월트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는 2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모든 나라들이 타이완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을 우려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은 북한 문제 등 한반도 정세에 미칠 여파를 걱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쥼월트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 “In order to make progress in reducing the threat from North Korea, it will require China and the United States to work together because both of us have interests at stake in maintaining peace on the peninsula. So this tension makes us more difficult....If China were to attack Taiwan in a military sense, obviously, that would be a very grave escalation of tensions, and I'm sure the United States would be trying to use military assets in the region, including those in South Korea.”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평화 유지라는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을 감소하기 위해서는 두 나라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이런 긴장은 협력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지적입니다.
쥼월트 전 부차관보는 타이완을 둘러싼 미중 긴장 고조가 북한 문제 해결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중국이 군사적으로 타이완을 공격한다면 역내 긴장이 매우 고조될 것이고, 이럴 경우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역내의 군사 자산을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 정부는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조율하기 위해 매우 긴밀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는 ‘타이완해협의 안정과 평화’이며 중국도 군사적 대응이 아닌 다른 선택지들이 있다며, 현 상황이 군사적 대치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타이완 문제가 미중 갈등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2일 타이완을 전격 방문하며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타이완 도착 직후 낸 성명에서 “미 의회 대표단의 방문은 타이완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고, 백악관 측도 이번 방문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주권과 안보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그로 인한 모든 엄중한 후과는 미국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2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타이완 문제를 놓고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경고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을 계기로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 한국도 직간접적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미 민간연구소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담당 석좌는 “타이완해협의 유사 상황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을 압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A contingency on the Taiwan Strait would likely engulf US allies in Asia including South Korea. Although South Korea has remained mostly silent on Taiwan policy, and ambiguous in whether it would get involved in a US-PRC conflict over Taiwan, it’s hard to imagine that Seoul would not provide some level of support even if only indirect or through nonlethal means such as providing supplies and logistical support. South Korea will move with caution in a crisis, but if there is an actual conflict, the ROK should permit “strategic flexibility” by allowing USFK troops to send troops to the Taiwan Strait if additional US troops are needed beyond those in Guam and Okinawa. Washington might also want to see ROK military support whether direct or indirect. However, for political reasons, this may not be communicated publicly. This, of course would raise tensions between South Korea and the PRC.”
앤드류 여 석좌는 “한국이 타이완 정책에 대해 거의 침묵하며 타이완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 관여할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간접적 지원이나 장비·물류 제공 등 ‘비살상 수단’ 등 어떤 수준으로든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한국은 조심스럽게 움직이겠지만 실제 충돌이 일어나고 괌과 오키나와의 병력 이상의 추가 미군이 필요할 경우 한국은 주한미군을 타이완해협에 파병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워싱턴은 한국의 직간접적 군사적 지원을 원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치적 이유로 이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소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이런 상황이 되면 “당연히 한국과 중국의 긴장도 고조될 것”이라고 여 석좌는 덧붙였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일본은 물론 한국과도 타이완해협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타이완해협 ‘유사시’ 한국의 역할에 대한 협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타이완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명시했습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관여한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타이완 유사시 상황에 대해 한국, 일본과 논의했느냐’는 VOA의 질문에 “우리는 북한 문제와 더불어 더욱 광범위한 역내 상황에 대해 한국, 일본과 논의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NSC 동아시아 국장] “We of course discuss the regional situation, both the regional situation in terms of North Korea and in terms of the wider region, and that's reflected in the joint statements that we issued. So in the last joint statement that President Biden and President Yoon issued in late May, there is language referring to peace and stability and in the Taiwan Strait. So that reflects the fact that the two leaders and other leaders in the government talk about that issue.”
지난 5월 미한, 미일 정상 공동선언에서 ‘타이완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명시는 정상들이 이 문제를 논의한 사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존스턴 전 국장은 다만 ‘이런 논의에 유사시 시나리오도 포함되는지’에 대해선 “보다 일반적인 논의(more general)”라고만 답했습니다.
존스턴 전 국장은 이어 “윤석열 한국 정부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는 타이완해협의 평화와 안정, 또 무력사용과 강압 없이 질서에 기반한 규범에 따라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은 이 문제와 관련해 이 같은 원칙에 따라 행동하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이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한국보다 타이완해협 문제에 더욱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관리는 “일본에는 타이완과 매우 인접한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 문제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타이완 유사시 대응’ 문제는 일본 자체 영토의 국가 안보 문제와 직접 연관된 사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직 미 관리] “Japan has the Senkaku Islands issue in the East China Sea, very proximate to Taiwan, which means that there is a kind of direct connection to Japan's own territorial national security.”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현 상황이 충돌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베이징이 정치적 이유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I do not expect the current situation to develop into a conflict. But I do anticipate that Beijing's political posturing could escalate tensions. Right now, It is important for all of the countries in East Asia, including the Republic of Korea, to counsel calm. It's also important for countries on the PRC's periphery to understand Beijing's malign intentions towards Taiwan.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그러면서 “지금은 한국을 비롯한 모든 동아시아 국가들이 차분하게 협의하고 중국의 주변 국가들이 타이완에 대한 베이징의 악의적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