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에서는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등 인도태평양 역내 동맹들을 지원하고 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다양한 제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등 역내 동맹들과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초당적 목소리와 동시에 군사, 안보 측면에서는 미한일 3국 공조를 늘리고 역내 미사일 배치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미중 갈등이 새로운 정점을 찍은 가운데 미 의회에서는 한국 등 역내 동맹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의 반발에 맞서 동맹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역내 군사력 증대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등 동맹과의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최근에는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미국이 역내 미사일 배치를 위해 한국 등 역내 동맹국들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습니다.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탐 카튼 상원의원 등 6명의 의원은 지난달 말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을 억지하기 위해서는 역내 지상발사 미사일 개발과 배치를 위한 역내 동맹국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역내 미군 시설에 지상발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배치를 우선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무기들의 영구적인 전진 배치는 미국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는 데 진지하게 전념하고 있다는 강한 의지를 동맹, 파트너들에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역내 미사일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 가능성과 관련해선 미국이 주도하는 포괄적 대응 전략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과거 사드의 한국 배치 시 중국이 한국에 경제적 보복을 가했듯이 일부 동맹국과 파트너들은 자국 영토에 이런 무기를 배치하는 것이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런 경제적 강압 캠페인을 시도할 경우, 미국의 지지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동맹국들에 안심시킬 경제적, 외교적 전략 마련을 위해 역내 동맹, 파트너들과 협력할 필요성을 국무부와 논의한 적이 있는지 보고할 것을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요청했습니다.
특히 역내 안보 협력에는 미한일 3국 공조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초당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원장인 아미 베라 의원은 최근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중국 문제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역내 지정학적 안보에 대한 미한일 3국 공조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북한 핵실험이 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아미 베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 “Within the Korean public, within the Japanese public, can we use this as a forcing function for the trilateral relationship on the geopolitics security of the region? and I think if we think about that in that juncture, that may be the forcing function to say,’ okay, we've got to set aside some of these historic issues,’ and that may be broadly supported by the public, in the face of a sudden, nuclear tests, because that threat becomes very real.”
“갑작스러운 북 핵실험에 직면했을 때 그 위협은 매우 현실적인 것이 되기 때문에 이를 지정학적 안보에 대한 미한일 3국 관계의 강제함수(forcing function)로 이용해 ‘한일 간 역사적 문제는 제쳐두고 3국 관계를 강화하자’고 하는 것은 한국, 일본 대중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미국은 한국 등 역내 동맹국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와의 협력을 강화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제언도 있습니다.
루비오 의원과 조니 언스트, 릭 스콧 의원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나토가 중국, 러시아의 위협에 동시 대응하도록 할 것을 촉구했고, 이런 새 전략 개념에 맞춰 한국 등 인도태평양 역내 동맹들과 나토 협력을 강화하는 구체적 방안을 논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의 ‘평화를 위한 파트너십’ 등을 모델로 삼아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나토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중국의 타이완 침공 시 한국의 역할도 미 의회의 관심사입니다.
공화당의 마이클 월츠 하원의원은 최근 한 청문회에서 ‘중국이 타이완을 침략할 경우 미군이 타이완 보호를 위해 병력을 한국에서 동원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허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을 제기하면서, 이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공개적인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역내 경제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 등 동맹, 파트너국과의 양자, 다자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의회 내 목소리는 초당적입니다.
최근 미국 주도 아래 한국과 일본 등이 참여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나온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은 동남아시아에 대한 공동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제안이 중국 견제의 한 방안으로 거듭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하원에서는 한국과의 역내 경제 협력 증대 방안으로 제안돼 왔던 동남아 지역에 대한 공동 투자 확대에 중점을 둔 ‘역내 고품질 인프라 프로젝트 증대’에 필요한 재원과 정책적 수단을 의회에 보고할 것을 행정부에 요구하는 조항이 담긴 ‘인도태평양 관여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