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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전문가들, 북한 '코로나 방역 승리' 주장 의구심 "주민 위험 내몰아"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연단에 나와 오른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연단에 나와 오른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방역에 승리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미국의 보건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검사도 없이 어떻게 그런 판단을 하느냐는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섣부른 방역 승리 선언이 오히려 주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보건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종 코로나 검진 장비도 거의 없고 제대로 된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방역 ‘승리’를 선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존 스워츠버그 교수 (UC버클리 홈페이지)
존 스워츠버그 교수 (UC버클리 홈페이지)

존 스워츠버그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전염병·백신학 교수는 11일 VOA와 통화에서 북한이 자국 내 코로나 유행의 범위와 사망자의 수를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스워츠버그 교수] “North Korea is not doing much in the way of testing at all. So it’s not possible for North Korea to know the extent of their epidemic, and how many people really have died from it.”

북한은 코로나 검진 측면에서 취하는 조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황옌중 미국 외교협회 국제보건 연구원도 북한의 검진 역량 부족으로 인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됐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망했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황옌중 연구원] “Given its limited testing capacity, it would be very hard to know how many people were actually infected, and how many died. There’s also an issue between dying ‘with’ COVID or dying ‘from’ COVID.”

황옌중 연구원 (미국 외교협회 홈페이지)
황옌중 연구원 (미국 외교협회 홈페이지)

더구나 코로나 사망자들 사이에도 코로나가 직접 사인이었던 경우와 기저질환 악화로 인한 사망의 경우가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연구원은 북한에서 지난 3개월 간 코로나로 인해 단 74명의 사망자만 나왔다는 발표도 믿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인구 규모가 비슷한 중국 상하이 지역에서 코로나 누적 사망자가 595명에 달하며, 해당 지역은 인구의 80% 이상이 백신을 맞았는데도 그 정도 피해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녹취: 황 연구원] “In the most recent outbreak, about 595 people died from COVID. That is the way you have even with more than 80% of people vaccinated.”

상하이에서는 올해 4월 오미크론 변이의 재유행으로 중국 당국이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등 극단적인 방역 조치가 이뤄진 바 있습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평양서 열린 ‘전국 비상 방역 총화 회의’에서 코로나 방역 승리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 발생 사실을 최초로 공개한 지난 5월 12일 이후 유지해온 ‘최대 비상 방역체계’의 등급을 낮췄습니다.

로런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공중보건법 교수 역시 중국보다 백신 접종률이 낮고 검진 장비마저 부족한 북한에서 ‘방역 승리’를 선언한 점이 석연치 않다며, 섣부른 선언이 오히려 주민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로런스 고스틴 교수] “North Korea is far more vulnerable than China because there have been no vaccine. So I would expect North Korea to be extraordinarily vulnerable, and will see the major outbreaks including hospitalization and deaths, and potentially overwhelming their health system.”

북한은 백신이 없어 중국보다 훨씬 취약하며, 이에 따라 향후 더 많은 입원, 사망, 그리고 잠재적으로 북한 보건 체계가 압도당하는 큰 유행이 다시 관측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북한은 백신 미접종 때문만이 아니라 영양 실조와 보건 시설 부족 등 다른 무수한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 취약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로런스 고스틴 교수 (조지타운대학교 홈페이지)
로런스 고스틴 교수 (조지타운대학교 홈페이지)

[녹취: 고스틴 교수] “If anything they are more, not less, vulnerable not only because they are not vaccinated, but they are malnourished, they lack adequate healthcare, and they have a whole cascade of risk factors.”

고스틴 교수는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을 호도하기 위해 그런 발표를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틴 교수] “I do think that North Korea is misleading its public and creating a false sense of safety and security when it doesn’t exist. Everyone has the right to know their health risks.”

북한 당국이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날조된 안전함을 주민들에게 인식시키려 한다는 것입니다.

스워츠버그 교수 역시 유행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부 발표는 국민에게 혼선을 주며, 이는 결국 위험을 키운다고 말했습니다.

잘못되고 섣부른 발표로 인해 국민이 정부를 믿어도, 또는 믿지 않아도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녹취: 스워츠버그 교수] “When the population can’t trust the government, it’s very difficult, if not impossible to control the pandemic. If people believe Kim and what he’s saying, then they are going to act like well there’s no pandemic. I don’t need to take precaution anymore, which of course is going to make things worse.”

스워츠버그 교수는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될 경우 팬데믹을 통제하기란 어려움을 넘어 불가능에 가까워진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만약 북한 주민들이 김 위원장의 말을 믿는다면 더 이상 유행병에 대한 경계심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상황이 더 나빠질 뿐이라고 스워츠버그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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