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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일부 “유엔 북한인권결의 적극 동참하고 인권상황 조명할 것”…“전 정권 답습” 비판도


한국 파주 통일전망대 방문객들이 북한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 파주 통일전망대 방문객들이 북한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 통일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 등 국제 북한인권 개선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북한 인권상황 보고서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VOA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 인권단체들은 이전 정부의 접근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보다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23일 최근 우려가 점증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대북 인권 정책에 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윤석열 정부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대해 보다 높은 수준의 책임 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대북 정책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우선과제로 제시하고 있다”며, “북한인권에 대한 조사기록 등 책임규명 노력을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동시에 인도주의 차원의 관여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책임규명과 관련한 북한 인권 상황 조사에 대해선 “북한인권기록센터의 북한인권 실태 조사결과에 기초해 북한인권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북한인권 현황 보고서를 공개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보고서의 구체적인 공개 시기나 유엔 인권기구, 시민사회단체와의 자세한 협력 방안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는 2017년 이후 보고서를 기밀 등으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VOA에, “유엔 북한인권결의 등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시민단체, 국제기구 등과의 협력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2019년부터 중단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다시 동참하겠다는 의미인데,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이런 입장을 분명히 했었습니다.

[녹취: 박진 장관] “북한의 인권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기본적인 인권을 향유하면서 삶의 질을 높여갈 수 있는 그런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이 기여할 바가 대단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전 정부에서는 유엔의 북한인권에 관한 공동결의안에 공동 발의를 하는 것을 불참해 왔습니다. 3년 정도 됐습니다만 새 정부에서는 이런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여러 논의와 결의안에 적극 참여할 생각입니다.”

박진 한국 외교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 참석했다.
박진 한국 외교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 참석했다.

한국은 앞서 유엔총회와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지속해서 참여했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전념하며 인권에 침묵한 전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2019년부터 공동제안국에 불참했었습니다.

한편 통일부는 한국의 북한인권법이 명시한 북한인권재단 설립과 관련해 “조속히 출범하도록 노력 중이며, 정부 측 추천 북한인권재단 이사에 대한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면서 오는 25일 북한인권정책협의회 개최를 통해 북한인권 정책 추진 현황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한국과 미국 등 서방세계의 국제인권단체들과 북한 인권 전문가들은 VOA에,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새 대북 정책 기조인 ‘담대한 구상’에 인권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며, 역대 정부처럼 현상 유지나 부차적인 사안으로 취급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여러 인권단체들은 통일부가 이날 밝힌 입장이 과거 정부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며 분명하고 구체적인 입장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윤여상 소장은 24일 VOA에, 이 단체의 하나원 내 탈북민 대상 북한인권 실태조사 재개에 관해 지난 22일 통일부 당국자들과 면담했지만 “불허한다는 공식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비협조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시민단체, 국제기구 등과의 협력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갈 것이란 통일부의 이번 입장과 반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 2004년부터 정부 허가를 통해 하나원의 탈북민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해 북한인권백서와 종교자유백서 등을 발간하고 미국 국무부도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이 단체의 보고 내용을 다수 인용했었습니다.

하지만 통일부는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기록센터 설립과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조사 중복, 탈북민들의 피로도 증가 등을 이유로 지난 2020년 이 단체에 조사 허용을 중단한다고 통보한 바 있습니다.

북한인권 기록 조사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이번 통일부의 입장이 불분명하다며 북한인권법을 전면적으로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의지와 구체적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가장 중요한 취지는 통일부에 설치된 북한인권기록센터가 탈북민들을 면담해서 파악한 내용을 신속하게 유엔 특별보고관, 유엔 관련 기구들에 제공하고 여러 언어로 발간해서 실태 파악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인데 보고서 발간을 언제 하겠다는 것인지, 그것을 여과 없이 충실하게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것인지 입장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전면적으로 북한인권법 이행에 충실하길 촉구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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