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가 북한 해커들의 가상화폐 돈세탁에 활용된 믹서 서비스 ‘토네이도 캐시’를 제재한 것은 부당한 조치라고 미 연방 하원의원이 주장했습니다. 개인이나 기관이 아닌 소프트웨어를 제재하는 것은 이례적인 조치라는 지적입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공화당 소속의 톰 에머 연방 하원의원은 2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가상화폐 믹서 서비스인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에 대한 재무부 제재에 이의를 제기하는 편지를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갈수록 증가하는 분산(탈중앙화) 기술의 활용이 해외자산통제실(OFAC)에 새로운 어려움을 제기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기술은 중립적이며 사생활 보호에 대한 기대는 정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은 지난 8일 가상화폐 돈세탁에 활용되는 믹서 서비스인 토네이도 캐시에 제재를 가했습니다.
믹서란 가상화폐를 쪼개 누가 전송했는지 알 수 없도록 만드는 기술로, 이 과정을 반복하면 자금 추적과 사용처, 현금화 여부 등 가상화폐 거래 추적이 어려워집니다.
재무부는 토네이도 캐시가 북한 당국의 후원을 받는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탈취한 4억 5천 500만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를 비롯해 2019년 이래 70억 달러가 넘는 가상화폐 세탁에 관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에머 하원의원은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제재가 개인이나 기관이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 지원 코드에 부과됐다는 점에서 독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중립적이고 누구에게나 공개된(open-source) 탈중앙화 기술에 대한 제재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며, 이는 우리의 국가안보는 물론 모든 미국 시민들의 사생활 권리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에머 의원은 토네이도 캐시가 “가상화폐에서 익명성과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는 소프트웨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재무부가 이런 소프트웨어인 토네이도 캐시를 제재한 것은 “악의적 사이버 활동에 책임이 있거나 가담한 것으로 판명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다른 대상에 부과한 첫 제재”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재의 법적 근거인 관련 규정(대통령 행정명령 13694)은 기관에 대해 ‘협약, 협회, 단체, 공동사업, 기업, 조직, 산하조직’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개인이나 기관이 아닌 일부 토네이도 캐시의 이더리움 지갑 주소를 해외자산통제실의 특별제재지정대상(SDN)에 추가한 것은 선례가 없는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가상화폐 거래와 보관을 위해 지갑에 생성된 주소는 개인이나 기관이 아니며, 사생활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중립적인 도구인 만큼 제재 부과는 부당하다는 것이 에머 의원 주장의 요지입니다.
에머 의원은 서한에서 제재 명단에 포함된 주소 중 일부가 토네이도 캐시를 관리하는 개인의 소유라고 생각하는지, 무고한 미국의 사용자들이 차단된 자금을 해제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재무부의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다만 “토네이도 캐시에 대한 불법 사용과 관련한 해외자산통제실의 우려와 미국의 안보, 대외정책, 경제를 보호하려는 노력에 공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가상화폐 관련 매체들은 에머 의원이 그동안 의회에서 정부의 가상화폐 관련 규제 시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며, 이번 서한도 관련 업계의 일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토네이도 캐시는 사용자의 신원과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해주는데 특화된 서비스로 암호화폐 송신자와 수신자 지갑주소 간의 연결 고리들을 끊어버려 거래의 익명성을 강화합니다.
재무부는 이번 토네이도 캐시와 함께 관련 모든 이더리움 지갑 주소들도 제재 명단에 추가했습니다.
재무부는 토네이도 캐시를 제재하면서 “공개적인 확약에도 불구하고 악의적인 사이버 행위자들이 자금 세탁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통제를 반복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사이버 안보 전문가인 니콜라스 위버 국제컴퓨터과학기관(ICSI) 선임연구원은 앞서 VOA에 “선량한 이용자 가운데 수십만 달러 어치에 달하는 자금의 출처를 감춰야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토네이도 캐시 제재를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미 재무부는 에머 의원의 서한에 대한 입장을 묻는 VOA의 서면 질의에 24일 오후 현재 답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