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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미북 수교 노력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북한 대화 거부가 큰 걸림돌”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어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어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미국과 북한 간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추진해 한국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북한이 호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한국 정치권 일각의 제안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론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아예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을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24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 정치권 일각의 미북 외교관계 수립 제안에 대해 현 시점에서는 어렵겠지만 원칙적으로는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 “North Korea’s missile program, human rights abuses – none of those are going to be resolved anytime soon, including their nuclear program. Establishing diplomatic relationship is not a panacea, but it establishes a channel of communication.”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과 인권 탄압, 핵 프로그램 등은 조만간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외교관계 수립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지만 북한과의 소통 채널을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고려해볼 만한 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탈북 후 한국 국회의원이 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체제 보장에 필요한 미·북 수교를 ‘담대한 구상’ 참여의 플러스 알파 조건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입장에서도 수교한 뒤 평양에 대사관을 설립하고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면 훨씬 순조로울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태 의원은 또 지난 18일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일단 대통령께서 '담대한'이라는 표현을 쓴 만큼 정말 담대하게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미국이 먼저 북한과 수교협상을 하라는 제안을 하는 것이 어떻냐는 주장도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북 수교 제안에 대해 평양에 다른 메시지를 계속 시도할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I think we could continue to try different messages to Pyongyang… I think it’s a good offer. It doesn’t provide economic benefit without reciprocity.

특히 상대방의 상응조치 없이는 경제적 혜택 약속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미국이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미국과 북한 모두 수교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 “I think that prospect is what attracted the North Korea to summit between Trump and Kim. North Korea has indicated that now they are skeptical that it would be possible for the two countries to normalize the relations because it perceives institutional hostility.”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엔 미북 수교에 대한 기대감이 북한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정상회담으로 이끌어냈지만, 지금 북한은 스스로 느끼는 제도적 적대감 때문에 두 나라 관계 정상화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이라는 겁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또한 북한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이 가동 중인 상황에서 먼저 관계 정상화를 하고 나중에 비핵화를 도모하자는 주장이 미국에서 설득력을 얻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t’s not going to be easy for US to opt for normalization first, and denuclearization later. There’s only small group of advocates on one side of the spectrum that are supporting that.”

미국에서 선 관계정상화 후 비핵화를 추구하자는 주장하는 사람들은 단지 소규모에 불과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그런 정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역시 미국이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t’s the details of security and access for diplomats in Pyongyang, protecting against intelligence operations by North Koreans in Washington. The biggest obstacle right now is the refusal to talk.”

미국 입장에선 자국 외교관들의 안전과 접근권에 대한 우려, 그리고 워싱턴에 주재할 북한 외교관들의 정보 공작 등이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아예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교 정상화 노력이 과거에도 있었지만 북한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고 지금도 북한이 응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1994년 제네바 미·북 합의 당시에도 결국 북한이 관계 정상화를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There was an agreement to have first a consulate and working up toward a full embassy. But in talking with the US government officials at the time, they all said that North Korea didn’t want Americans in Pyongyang.”

양국은 우선 상호 간에 영사관을 열고 차후 대사관 설립까지 협력하기로 합의했지만, 북한 대표들은 모두 당시 미국 정부 당국자들에게 평양에 미국인들이 들어오는 것을 북한 측이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1994년 미·북 제네바합의 당시 미국측 협상단 차석대표로 참여했던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당시 북한 내 특정 세력이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 정상화를 원치 않았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관] “In the 1990s there was a belief that some parts of the North Korean government were ambivalent about having American diplomats in Pyongyang.”

1990년대 북한 정부 일각에는 미국 외교관들이 평양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는 입장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는 게 정설이란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 북한이 관계 정상화의 대가로 핵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며, 미국 역시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대가 없이 외교 관계를 맺어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입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also think what he proposed would require a lot of working out and stumble on some of the practical details. It’s unlikely that the US will be comfortable with the normalization pathway in the absence of reciprocal steps by North Korea.”

태 의원의 제안은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실질적인 세부 논의 과정에서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미국이 북한의 상응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관계 정상화로 나가는데 편안함을 느낄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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