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이 일시 단전되면서 세계가 재앙에 처할 뻔했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말했습니다.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집단 학살 5주년을 맞아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거주하는 난민들이 기본적 인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중국 양쯔강 수위가 기록적으로 낮아지면서 지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우크라이나 소식부터 보겠습니다. 자포리자 원전이 일시 단전됐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25일 한 때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에 공급되는 전력망이 모두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25일) 밤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원전 인근 야산에서 화재가 발생해 원전과 연결돼 있던 마지막 송전선마저 끊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원전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 자칫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력 공급이 끊어지면 핵분열로 인해 발생한 열을 냉각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리는 이른바 ‘멜트다운’ 현상이 벌어지는 등, 자칫 체르노빌 원전 사고 같은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진행자) 전력 공급이 끊어진 걸 우크라이나 당국은 어떻게 대처한 겁니까?
기자) 예비 전력인 디젤 발전기를 즉각 가동시켜 원전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일 디젤 발전기가 가동하지 않았다면, 우리 원전 직원들이 전력 차단에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벌써 방사능 사고에 따른 참사를 겪고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자포리자 원전과 연결된 송전선이 1개 밖에 없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자포리자 원전 공급용으로 설계된 750kV의 일반 송전선이 4개 있었는데요. 이 가운데 3개는 전쟁 초반 훼손돼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IAEA는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마지막 남은 송전선 하나도 이번 포격으로 훼손됐다는 거군요. 그럼 이 송전선은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 당국은 마지막 송전선이 이날 적어도 두 차례 끊겼지만 추후 복구했다고 IAEA에 보고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송전선 4개가 모두 끊어진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럼 현재 원전에 필요한 전력은 송전선을 통해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은 이날(25일) 원전 자체에 필요한 전기는 지금 송전선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2개의 원자로에 전력망 연결을 복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우크라이나 원전에는 총 6기의 원자로가 있지만 지금은 2기만 가동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 내용 좀 더 들어보죠.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모든 유럽인을 방사능 재앙으로부터 불과 한 걸음 떨어진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놓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원전을 점령하고 있는 매 순간, 세계는 방사능 재앙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하루속히 원전 운영권을 넘겨받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이번 사고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송전선을 끊고 전력을 끊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 행정 책임자도 우크라이나군 때문에 자포리자 지역에 정전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는데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또 이렇게 상대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IAEA는 이날(25일) 발표한 성명에서, 화재의 원인은 즉각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IAEA의 현장 방문 추진은 좀 진척이 있습니까?
기자) 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25일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원전 사찰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로시 총장은 자포리자 원전이 위험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며, 며칠 안에 원전 방문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IAEA의 방문을 거듭 촉구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사고가 있기 전,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화에서도 자포리자 원전 통제권을 우크라이나에 넘기고, IAEA 사찰단의 접근을 허용하라고 러시아에 촉구했다고 백악관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사고에 대한 미국 정부 반응도 전해 주시죠.
기자)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25일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는 물론 주변국과 국제 사회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핵사고의 심각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젠킨스 차관은 또 러시아에 원전 일대 군사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군 병력을 증원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병력 증원을 명령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습니다. 내년 1월 1일 발효되는 이 대통령령에 따르면 러시아 전체 연방군의 규모 현재의 약 190만 명에서 240만 명으로 늘어납니다. 이 가운데 전투 병력은 현재보다 약 13만 명 많은 115만 명으로 늘어나는데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손실된 병력을 충원하기 위한 조처로 관측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미얀마 로힝야 난민 소식 보겠습니다. 로힝야족이 미얀마를 집단 탈출한 지 벌써 5년이 지났군요?
기자) 지난 2017년 8월 25일, 미얀마 군인들이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토벌 작전을 단행해 수많은 로힝야족이 목숨을 잃고, 집단 난민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5년이 되는 이날(25일) 방글라데시 난민촌 곳곳에서 이들 로힝야 난민의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진행자) 로힝야족이 어떤 사람들인지부터 좀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로힝야족은 국적이 없는 사람들로, 전 세계에 약 200만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고대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유목 생활을 하던 아랍인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태국 등지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왔습니다. 특히 주로 미얀마 서부 라카인지역에서 집단 거주해왔는데요.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과 불교가 다수인 미얀마 주민들 간에 갈등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얀마 군은 왜 이들에게 군사 작전을 한 거죠?
기자) 당시 로힝야족 무장 반군조직인 ‘아라칸로힝야구원군(ARSA)’이 라카인주의 경찰 초소와 군 기지를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에 미얀마 정부군이 대테러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벌인 겁니다. 미얀마 정부군은 반군 토벌에 그치지 않고, 민간 로힝야족들이 거주하는 집을 방화하고, 살인, 강간, 폭력 등의 인권 유린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러면서 수많은 사람이 다른 나라로 탈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라카인주는 방글라데시와 붙어 있고, 방글라데시가 이슬람권 국가이다 보니 대부분의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넘어갔는데요. 하지만 임시로 마련된 난민촌에서 장기간 집단 거주하면서 인권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현재 로힝야 난민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지난 5년간 고향을 떠난 로힝야족은 1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이 가운데 약 92만 명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로힝야 난민들의 이야기 들어보죠.
기자) 네. 난민들은 “더 이상의 난민 생활은 없다”, “이미 충분하다”, “우리는 국적을 원하고 정의를 원한다”, “우리는 버마(미얀마)인이며 로힝야인이다”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모하마드 자바에르 씨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미얀마 국적과 모든 권리가 보장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난민촌의 생활이 매우 열악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한 강간과 살인 등의 위협을 피해 미얀마를 탈출했지만 대부분의 로힝야족은 현재 난민촌도 안전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정부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이 24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설문 조사에 응답한 어린이 66%, 부모와 보호자 87%가 처음 난민촌에 도착했을 때보다 지금 더 안전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는 로힝야족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유엔은 조사를 토대로 미얀마 군이 집단학살의 의도를 가지고 군사작전을 감행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얀마는 현재 서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인 감비아의 제소로 국제사법재판소에 기소돼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얀마군의 행동을 집단학살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월,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군의 공격이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졌다면서 로힝야족 탄압은 집단학살에 해당한다고 말했는데요. 미국 정부가 미얀마군의 행동에 대해 집단학살이라고 공식 언급한 건 처음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중국 양쯔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지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최근 양쯔강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양쯔강 유역 지역의 경제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소식입니다. 경제 전문 매체인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양쯔강 수위가 지난 1865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양쯔강이 아시아에서 가장 긴 강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이기도 한데요. 길이가 6천300km에 달하며 중국 내 19개 성에 걸쳐 있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양쯔강 유역이 중국 내 경제 생산의 45%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양쯔강은 많은 지역에서 수력 발전뿐만 아니라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의 젖줄이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강 수위가 낮아진 건 더위와 가뭄 때문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최근 중국은 기온이 자주 섭씨 40도를 넘는 등 60년 만에 찾아온 더위와 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중국 남서부에 있는 충칭시는 최근 기온이 섭씨 45도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면서 충칭시 정부는 이번 여름에만 8차례 폭염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여기에 가뭄도 심각한데요. 몇몇 지역에서는 몇 달 동안 비가 전혀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양쯔강 수위가 기록적으로 낮아지면서 주변 지역 전력 공급에 비상이 걸렸죠?
기자) 네. 많은 양쯔강 주변 지역이 강을 이용한 수력 발전에 크게 의존합니다. 쓰촨성 같은 경우 전력의 80%를 수력발전소에서 공급받는데요. 그런데 강 수위가 낮아져 수력 발전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수력 발전은 2020년 기준으로 중국 내 전력 생산에서 1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발전량이 줄었다면 전기 공급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여파로 쓰촨성과 충칭시에서는 공장 수천 곳이 한동안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쓰촨성 주도인 청두시는 각 가정에 냉방기 온도를 섭씨 27도 미만으로 설정하도록 했고요. 다저우시는 하루 3시간 단전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쓰촨성 상황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될까요?
기자) 네. 쓰촨성이 중국 전체 산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영향은 제한적입니다. 또 다른 성들의 경우엔 수력 발전이 아니라 석탄을 쓰는 화력 발전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산업 생산에 큰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을 어떻게든 끌어올리려고 애쓰는 중국 중앙정부 입장으로는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중국 내 전력난이 심각해지면서 공장들이 대거 가동을 중단했을 때 많은 전문가가 이런 상황이 전세계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양쯔강 유역의 기록적인 가뭄과 폭염은 지역 농업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면서 쌀, 옥수수 등 양쯔강 유역에서 기르는 작물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