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 중인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29일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서 한국의 다양한 북한 관련 시민사회단체들과 국제인권단체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일부 단체는 공동 서한을 전달하고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규명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전시·전후 납북자 단체, 국군포로 등 다양한 북한인권 단체들이 29일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서 방한 중인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면담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지난 1일 첫 성명에서 강조한 피해자 중심의 접근을 거듭 약속하며 단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첫 면담에 참석한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입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특별한 언급은 없었고요. 모두 발언에서 피해자 중심으로 접근하겠다, 본인이 신임이긴 한데 이전 특별보고관들의 활동을 파악하고 있고,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여러 얘기를 듣고 본인만의 새 컬러가 담긴 새 접근법을 시도하겠다. 이런 일반적인 얘기를 했고요. 주로 많이 듣는 편이었습니다.”
페루 출신의 국제법 전문가인 살몬 보고관은 이번 방한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달 개막하는 제77차 유엔총회에 첫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이 때문에 다수의 북한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살몬 보고관이 전임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특별보고관처럼 방북을 위해 북한 당국의 눈치를 살피거나 보고서 강도를 조절하는 실책을 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제 여성권을 강력히 옹호해온 살몬 보고관이 북한의 심각한 문제인 여성의 기본권 침해보다 양성평등과 같은 국제 추세에 집중할 경우 근본적인 쟁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이날 면담에 참여한 한국의 전환기정의워킹그룹과 물망초, 1969년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등 한국의 4개 단체와 캐나다의 ‘한보이스’, 영국의 ‘징검다리’등 6개 단체는 살몬 보고관에게 중대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규명에 집중할 것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전달했습니다.
단체들은 서한에서 살몬 보고관이 지난 1일 첫 성명에서 피해자를 중심에 두는 접근 방식에 확고히 전념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앞서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지원서에서 “권위주의 권력의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법을 사용해야 할 양도할 수 없는 의무를 믿는다”고 말한 점을 상기했습니다.
또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의 심각성과 규모, 그리고 본질은 현대 사회의 어떤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최종 보고서 내용을 강조하며 살몬 보고관이 이번 공식 방한에서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정의와 책임규명 관련 사안을 이해당사자들과의 모든 회의 의제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공동서한] “Therefore, we urge you to include the following issues concerning justice and accountability for North Korea’s crimes against humanity in the agenda of all meetings with the stakeholders during your first official visit to South Korea:”
구체적으로는, 피해자들과 대면 혹은 온라인을 통한 정기적인 면담을 요청하면서, 북한에서 복귀한 국군포로 80명 가운데 대부분이 숨지고 14명 만이 생존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탈북민들과의 면담을 기록함으로써 현재 진행 중인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지독한 인권 침해, 특히 반인륜 범죄를 유발하는 행위를 문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습니다.
[공동서한] “The documentation of ongoing systematic, widespread and gross human rights violations, in particular those arising to crimes against humanity, primarily by recording interviews with North Korean escapees.”
이런 조사와 기록을 전담할 기관과 관련해선, 한국 통일부와 법무부의 역할이 분리돼 효율성이 적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독일 사례처럼 수사와 기소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법무부가 담당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제안했습니다.
특히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질문지 등 탈북민 상대 조사 방식이 국제 기준에 충족되는지 확인하고 관련 보고서가 공개되도록 관여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공동서한을 주도한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살몬 보고관이 이번 방한 기간 중 외교부와 통일부 등의 관리들을 만날 예정이기 때문에 형사법 전문가인 그가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길 바라는 마음을 서한에 담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지난 5년 동안 북한 인권에 대한 책임 규명에 진척이 없었고 우려했던 사안들이 실제 문제로 드러나서요. 이런 책임규명 작업을 통일부가 아닌 법무부가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통일부는 기본적으로 북한과 교섭, 협상을 위한 부처이기 때문에 그런 부처가 북한 책임자들의 인권 문제를 동시 진행하는 게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통일부는 기본적으로 공무원이지 법조인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규명은 법적 책임을 묻는 작업이므로 그런 과정은 검사와 변호사처럼 법에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책임규명에 관여해야 하기 때문에 법무부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체들은 또 공동서한에서 북한 정권의 중대 인권침해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전시·전후 납북자, 납북 억류자, 중국에서 실종된 탈북민 출신 한국인들, 재일 한인 북송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한국의 법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전쟁범죄와 반인륜적 범죄 등 중대 인권침해에 대해 민사소송을 촉진하는 활동에 대해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탈북 어민 2명에 대한 전임 한국 정부의 강제 북송 사건과 서해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한국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 씨 사건을 유엔에서 제기하고 북한 정부에 이들의 생사와 소재 확인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방한 기간 중 탈북민 초기 사회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합니다.
또 통일부 주최 한반도 국제평화포럼에 참석해 발제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 고위 관리들을 예방할 계획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