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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임스 번 RUSI 국장] “러시아, ‘북한 무기’ 철도 운반 가능…중동에서 북한 무기 여전히 발견”


지난 4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야간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들. (자료사진)
지난 4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야간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들. (자료사진)

러시아가 북한산 로켓과 포탄 수백만 발 구매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무기들이 철도를 통해 러시아로 운반될 수 있다고 영국의 민간단체인 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제임스 번 국장이 관측했습니다. 무기 확산 등 북한의 불법 활동을 오랫동안 추적해 온 번 국장은 8일 VOA와 전화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장기전에 대비해 대규모 군수품 조달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번 국장은 또 북한의 재래식 무기가 중동 등 다른 지역에서도 여전히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임스 번 국장을 박형주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로켓과 포탄 수백만 발을 북한으로부터 구매하는 과정에 있다고 미국 정부가 밝혔는데요. 먼저 북한의 확산 활동을 추적해온 전문가로서 이 소식을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제임스 번 국장) 이 소식이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그렇게 매우 놀랄 만한 일은 아닙니다. 북한은 그동안 무기와 포탄 등을 판매해온 오랜 역사가 있으니까요. 특히 해외에서 무기를 판매하는 역량을 구축해온 북한은 누구에게든 판매하려 할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벌어졌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러시아가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이 전쟁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러시아는 이 전쟁에서 엄청난 양의 장비와 탄약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런 러시아가 장비와 포탄 등 그동안의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현재 대규모의 조달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기자) 그런데 러시아가 벨라루스 등 우크라이나 역내 우방국이 아닌 북한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임스 번 국장)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전쟁은 꽤 격렬하게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상당량의 포병력과 함께 수십만 병력이 동원되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가 추구하는 전통적인 재래식 전투 방식입니다. 다만 러시아는 단기전을 계획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많은 양의 포탄을 소진했고 지금 가능한 모든 곳에서 포탄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투뿐 아니라 앞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다른 곳에서의 충돌 가능성에도 대비해 비축분을 조달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122mm, 152mm 포탄의 비축분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건 우크라이나도 조달하려는 화력들입니다. 러시아 입장에선 적들에 앞서 이런 무기를 미리 확보하길 원하는 거죠. 북한은 상당한 양의 포탄을 비축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오래전부터 재래식 충돌에 대비해왔고, 특히 한국을 겨냥한 방대한 양의 포병 등 재래식 병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포탄은 러시아의 오래된 무기와도 호환이 될 것입니다.

기자) 과거 2010년 발생한 한국 ‘연평도 포격’ 등을 보면 북한 포탄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던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또 이번에 ‘수백만 발’ 거래로 알려졌는데 가격을 추산할 수 있을까요?

제임스 번 국장) 북한의 이런 무기들이 고품질이 아닐 가능성은 있습니다. 북한의 군수 산업 기반이 노후화됐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또 자체 기술로 무기를 생산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무기들은 정밀탄이 아닙니다. 높은 수준의 정교함이 굳이 필요 없는 구식 탄약입니다. 하지만 러시아 무기들과 호환될 것입니다. 가격 부분은 추산하기 어렵습니다. 전통적인 가격으로 거래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물물교환 형식의 거래도 많이 했습니다.

기자) 북한과 러시아의 재래식 무기 거래가 장기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을까요?

제임스 번 국장) 북한은 자신들이 재래식 분쟁에 직면할 경우 무기 재고와 공급이 원활할지에 대한 전통적 우려가 있습니다. 국제 제재 등으로 인해 산업 기반이 좋은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이 대규모의 물자를 외부로 운반할 경우 종종 위성 관측과 금융 체계로 추적이 가능합니다. 장기적인 거래는 비교적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 러시아가 탄약 생산을 북한에 계속 의지할지도 의문입니다. 러시아는 자체 생산 역량이 충분하니까요. 지금은 당면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인 거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자) 수백만 발의 로켓과 포탄이 어떻게 운반될지도 궁금한데 어떤 경로를 전망하십니까?

제임스 번 국장) 이렇게 많은 양의 포탄은 기차 운반이 용의할 것입니다. 북한과 러시아 국경을 통과해 러시아 동부로 운송한 뒤 러시아 동부와 우크라이나를 연결하는 철도 노선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이미 블라디보스토크 주변의 동부 지역에서 전투가 이뤄지는 전구로 장비를 운반하고 있습니다. 선박을 통한 운반은 큰 장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 물량이면 배 수 척이 필요할 것이고 공해상을 통과해야 하므로 ‘차단’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이번 재래식 무기 거래 외에 다른 군사적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제임스 번 국장) 그런 역사가 있습니다. 러시아 미사일 설계 인력들이 과거 북한을 방문했던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많은 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사례들을 보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3은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또 러시아의 일부 기업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한 이유로 미 재무부 제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저는 러시아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에도 재래식 무기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금도 무기 거래를 하고 있습니까?

제임스 번 국장) 북한은 오랫동안 이란과 탄도미사일 개발 분야에서 협력해왔습니다. 그런 협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믿습니다. 우려 사안입니다. 또 많은 공개정보 등을 통해 중동 지역과 북아프리카에서 북한산 무기들이 여전히 추적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무기들이 유입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북한산 무기들이 그곳에서 발견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 미 당국의 제재 지정과 기소를 자세히 살펴보면 북한이 리비아에서 오랫동안 불법 네트워크를 운영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네트워크는 무기 거래 활동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물론 제재 등으로 인해 북한이 무기를 대규모로 운송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실례로 지난 2016년 북한 선박 ‘지선’ 호가 수류탄 등 다량의 무기를 싣고 이집트로 향하다 차단된 사례가 있죠. 물론 어려움이 커졌지만 북한은 분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전히 분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북한은 매우 활발하게 움직일 것으로 확신합니다. 북한이 무기 판매를 중단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는 여전히 북한의 불법 수익 창출 활동의 중추라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 재래식 무기는 가격이 저렴하고 판매자(북한)가 거리낌이 없어 정부뿐 아니라 비정부조직에도 ‘매력적’ 입니다.

기자) 북한은 무기 구매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합니까?

제임스 번 국장) 대부분이 해외에 있는 북한 요원들을 통해 이뤄집니다. 북한은 여전히 세계 곳곳에 외교 공관을 운영하고 있고 외교 인력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력들이 지역을 돌아다니며 고객을 유인하고 무기를 판매하는 겁니다. 인력마다 역할이 다릅니다. 고객을 접촉하고 계약을 성사하는 인력과 중개인이 있고, 이후 운송을 담당하는 인력, 또 결제와 송금 절차를 설계하고 진행하는 인력도 있습니다. 해외에는 북한 외교 인력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불법 활동을 담당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실례로 저희 연구소(RUSI)는 말레이시아에 상당한 북한 인력들이 있음을 발견했고, 이들이 제재 대상인 북한 군수기업을 위해 현지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무기 판매는 주로 현금 거래입니까?

제임스 번 국장) 달러 등 현금 거래가 물론 가장 일반적입니다. 송금이나 가격 책정이 쉬우니까요. 또 물물교환이나 금 거래 등 합의에 따라 다른 방법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금융 거래인데, 북한은 국제 금융 시스템을 통해 돈을 옮기는 데 꽤 능숙합니다. 위장회사 등 많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제법 성공적입니다. 무기판매의 주요 목적은 돈이지만 다른 목적도 더러 있습니다. 정치적 이유로 혹은 전략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무기를 거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자) 끝으로, 북한의 무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과 노력이 필요합니까?

제임스 번 국장) 물론 이미 많은 장치가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제재, 각국의 독자 제재, 유엔 전문가패널 등이 있죠. 또한 확산과 조달 방지 차단에 적극적인 나라들도 많습니다.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개선해야 할 부분도 당연히 있습니다. 추가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정보 교환, 차단 조치를 위한 협력 강화 등이 있습니다. 어려움이 여전히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유엔 대북 제재 이행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제재 위반을 묵인하고 심지어는 지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무기 확산 등 북한의 불법 활동 관련 전문가인 영국 합동군사연구소의 제임스 번 국장과 함께 최근 러시아의 북한산 무기 구매와 북한의 무기 확산 활동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인터뷰에 박형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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