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이 두 나라 무역의 갈등 요소로 떠오른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제외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이 전망했습니다. 한국이 미국에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는 점도 강조됐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경제 전문가인 매튜 굿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20일 VOA에, 이미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자체를 고치기는 어렵지만 미국 당국자들이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한국 전기차 회사를 구제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매튜 굿맨 CSIS 연구원] “There's some way to give sort of pre-recognition, advance recognition of Hyundai plans to build EV plant in Georgia, which will bring X number of American jobs and so forth. Maybe there's some creative way to to give credit to that.”
예컨대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게 될 현대 자동차의 조지아주 전기차 생산 공장 건설 계획을 미리 인정해 주는 방법이 있다는 겁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IRA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전기차에 세금 공제 방식으로 보조금 7천500달러를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다만 보조금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한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미국 내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 가격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20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맞춰 미국을 찾은 이창양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경제 사절단은 미국 당국자들과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제경제국장을 지낸 굿맨 연구원은 미한 경제협력 관계가 튼튼한 편이라며,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제외를 둘러싼 문제는 ‘갈등’이라기보다 도로 위의 작은 장애물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나 러시아 등 국제 공급망을 교란할 수 있는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단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을 딱 맞는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매튜 굿맨 CSIS 연구원] “The Biden administration is very serious about working with close allies, particularly ones that have the kind of semiconductor capability that Korea has to try to secure our semiconductor supply chain, and ensure that we remain not just ahead, but really sort of dominant as a group in this space.”
바이든 행정부는 가까운 동맹, 특히 한국처럼 반도체 역량을 보유한 동맹과 협력하는 데 진지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반도체 경쟁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설명입니다.
나아가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이 미국 주도의 그 그룹에서 매우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굿맨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매튜 굿맨 CSIS 연구원] “I think the US is expecting Korea to be a very constructive player in that group, not only directly through its own inputs, but also because Korea has very good relations with Southeast Asia, with India, with other countries in the region that we're trying to win over. So I think Korea is really important.”
굿맨 연구원은 한국이 역내에서 미국이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를 원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인도와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한국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IRA의 통과에는 여러 정치 세력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고,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업적이 필요했던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우선 통과시킨 것으로 본다고 굿맨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아시아 무역 전문가인 시호코 고토 윌슨센터 연구원 역시 미국이 배터리 보조금 문제로 한국 기업에게 피해가 가도록 계속 놔두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녹취: 시호코 고토 윌슨센터 연구원] “I think it is in America's interest to ensure that there is a steady investment of Korean capital into the United States, especially on something like high capacity batteries, which the United States is very 100 dependent on Korean technology.”
한국 자본이 꾸준히 미국에 투자 된다면 이는 미국에게 도움이 되며, 특히 미국이 한국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용량 배터리 관련 투자라면 더욱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가까운 미래에 미한 경제 협력 관계는 ‘산업 호환성’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시호코 고토 윌슨센터 연구원] “I think we're going to be talking much more about standardization of rules and harmonization and regulations, so that the products between the two countries are compatible. I think it's not just cooperation, but really sharing of information and securing that information as well.”
양국은 앞으로 서로가 생산한 제품이 호환 가능하도록 ‘규칙의 표준화 및 규제의 조화’를 더 많이 논의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따라서 양국의 경제 협력이 더 이상 ‘협력’에만 머무르지 않고 정보 공유와 정보 보안으로 이어질 것으로 고토 연구원은 관측했습니다.
현행 IRA가 한국산 전기차를 차별하기 때문에 빨리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스테판 해거드 미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대학 교수입니다.
[녹취: 스테판 해거드 UCSD 교수] “I'm just hoping that the United States does the right thing and basically fixes this problem, because, I mean, there's no reason that an ally and particularly one with a free trade agreement, like we have, should be put in this position.”
미국이 빨리 옳은 결정을 통해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는 겁니다.
해거드 교수는 동맹국일 뿐 아니라 특히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가 이런 입장에 처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미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대표였던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 부대표도 트위터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웬디 커틀러 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 트위터] “We can’t have it both ways. On one hand, we press our partners and allies, like Korea and Japan to invest in the US in strategic sectors. Yet, we discriminate against them in our laws and regulations. This is not a sustainable approach.”
한쪽에서는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이자 파트너들에게 전략 분야에서 미국에 투자하라고 압박하면서 다른 쪽에선 법과 규제로 차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우리는 양쪽 다 가질 순 없다”며 이런 방식은 지속 가능한 접근법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