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를 계기로 이뤄진 미한, 한일 정상 간 회동은 짧은 만남이라도 미한일 3자 협력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평가했습니다. 특히 약 3년 만에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정치적 동력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대사는 22일 VOA에 유엔총회를 계기로 이뤄진 미한 정상 간 만남과 관련해 “동맹국 지도자들이 만나는 것은 언제가 됐든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특히 유엔총회처럼 정신없는 일정 속에서 미한 정상이 시간을 쪼개 짧은 만남이라도 가졌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며, 이는 양국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Anytime allied leaders meet is a good thing. The fact they carved out time for a meeting, albeit short, amid a hectic UNGA, is a positive and is substantially helpful.”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풀 어사이드(pull aside)’ 약식 회담 형식으로 만나 환담을 나눴습니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이 자리에서 북한 위협 대응은 물론 공급망 회복력, 핵심기술, 경제·에너지 안보, 세계 보건, 기후변화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우선 현안에 대해 양국 간에 진행 중인 협력 방언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 측이 우려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논의됐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한 소통 창구를 열어놓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백악관이 추가 논평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만남이 짧긴 했어도, 최근 며칠 간 두 사람의 만남이 이번 한 번만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They also met in London at a reception hosted by King Charles III and at a reception in New York hosted by President Biden and the First Lady. That's a lot of meetings in a short amount of time.”
앞서 영국 런던에서 찰스 3세 주최 만찬에서 조우했고 뉴욕서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주최 만찬에서도 만나는 등 짧은 기간 여러 차례 만났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회담이 1분도 채 안 됐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주한 미국대사관 부대사를 지낸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이와 관련해 회동 시간 보다 두 정상이 직접 만나고 양국 정부가 합의문을 발표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 “It's not unusual for a pull aside need to be very brief. It sounds like they both knew what they needed to address which were North Korea and the economy. The fact that they planned to agree on this is good. So I wouldn’t let the length of the meeting take away from that.”
유엔총회에서 열리는 약식 회담의 경우 아주 짧게 진행되는 게 드문 일이 아니며, 오히려 양쪽이 북한과 경제에 관해 언급해야 한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양측이 이런 문제에 동의하기로 계획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라며 단지 회담의 길이 때문에 의미가 퇴색하지는 않는다고 토콜라 부소장은 말했습니다.
이번 유엔총회 기간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도 성사됐습니다.
한일 정상회담은 2년 9개월 만이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에게는 모두 취임 후 처음입니다.
한일 전문가인 대니얼 스나이더 미 스탠퍼드대학 연구원은 이날 만남이 획기적인 관계 개선은 아니지만 미국 입장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연구원] “The United States has been urging Korea and Japan to do this for quite a while. It's been a constant theme of the Biden administration. At every opportunity, they try and do things in a trilateral format. So in that sense, I'm sure the administration is, relatively speaking, pleased by that.”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정상회담을 열도록 꽤 오랫동안 독려했으며 이는 바이든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사였다는 것입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가 기회가 될 때마다 미한일 삼각 공조의 형태로 현안에 접근하려 하고 있으며, 때문에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비교적 만족해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의 실질적인 개선과 발전은 향후 외교장관들의 만남에서 이뤄질 것이지만, 이번과 같은 지도자들 간의 만남도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 연구원] ”I think the more substantive talks were taking place at the level of the two foreign ministers. But that doesn't happen unless there's some type of clear leadership at the top, pushing that along.”
양국 외교장관급에서 더 내실 있는 토의가 오갈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양국 정상급에서 밀어주는 확실한 조치가 없으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스나이더 연구원은 미한일 공조가 더 강화하려면 한일 간에 넘어야 할 장애물이 과거사 갈등 외에도 여전히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향후 3국의 대북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통합하는 논의에서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 연구원] “It makes sense to move up the ladder and try and really link together these air defense systems and I think the military folks in all three countries know that and they want to do that. But that would probably be at this point, politically, a bridge too far, probably for both Japan and Korea.”
스나이더 연구원은 공조를 한 단계 올려 3국 간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통합하고 연결하려는 노력이 바람직하고 3국의 군 당국도 이를 이해하며 바라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선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이는 정치적으로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고 스나이더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