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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전문가들 “북한 핵 시설 주변 오염 ‘우려’…후쿠시마보다 더 ‘위험’”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

북한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결정을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 핵 시설 주변 오염이 더 우려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주변 공기와 지하수가 이미 오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핵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11일 VOA에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할 때마다 길주군 풍계리 일대의 방사능 오염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 “Every time they test, particularly with these higher yields, they risk what's called a venting event, which is the gas breaks through the mountain, and you have this radioactive gas and particulate matter injected into the atmosphere at a high pressure.”

특히 고성능 폭탄을 터뜨릴 때마다 산 전체에 가스를 유출시키는 이른바 ‘배기현상’의 위험이 있는데, 고압력으로 방사성 가스와 미립자 물질이 대기 중에 퍼진다는 것입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최근 북한이 유엔총회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강하게 비판한 것과 관련해 북한 핵 실험장의 안전성을 묻는 VOA 질의에 “북한 쪽의 상태가 훨씬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 “The way they handle their nuclear waste, it's atrocious. The place to look for a lot of contamination is a place like Yongbyon where they've had sloppy procedures, very old fashioned unsafe ways of burying waste.”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핵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식은 “끔찍하다”며, 오염이 많이 진행된 곳으로 영변을 지목했습니다.

영변의 절차는 엉성하며, 매우 구식이고 안전하지 못한 방식으로 폐기물이 매립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 “This waste dates to the 1990s. So it's been stored over 30 years, probably in single shell steel tanks and they just don't last when waste is acidic.”

올브라이트 소장은 1990년대부터 쌓인 영변의 폐기물이 30년 넘게 홑겹 강철 통에 저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며, 폐기물이 산성이 되면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 폭파를 앞두고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 폭파를 앞두고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구소련 국가들의 핵 시설 해체 과정에 참여했던 셰릴 로퍼 전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원도 북한 주요 시설의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주변 환경 오염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셰릴 로퍼 전 로스앨러모스 연구원] “It looked like their waste management was not a lot better than what the Soviets did, which was pretty bad. It does look like what they're doing is running their tailings off into a collecting pond, which will have a dam and that dam could break and the material could all wash downstream.”

북한의 핵 폐기물 관리는 매우 안 좋았던 소련의 상태보다 나아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로퍼 전 연구원은 북한이 채굴하고 남은 (방사성) 광물 조각들을 거대한 인공호에 담아놓는다며, 인공호를 막고 있는 댐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내용물이 아래로 쏟아져 내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구소련이 지배하던 에스토니아의 핵 시설에서 인공호 오염수가 유출돼 발트해로 흘러들어간 사례가 있다고 로퍼 전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근래 핵 실험을 진행한 풍계리 실험장의 경우 주변에 인구는 많지 않지만 이 지역에서 오염된 지하수가 식수원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셰릴 로퍼 전 로스앨러모스 연구원] “The radioactive materials can get into the groundwater. Where they go from there depends on the hydrology of the site. I would think from the mountains, there's a possibility that they could get into streams and rivers.”

로퍼 전 연구원은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며, 풍계리 실험장이 산 위에 있는 점으로 미뤄 이 지하수가 하천과 강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7일 유엔총회 2위원회 회의에서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방사성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러한 행동은 경솔하며, 많은 나라들이 핵 테러 행위로 비난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11일에는 외무성 홈페이지에서 박학성 연구원의 글을 통해 “핵 오염수의 방출은 자국 내 인민들은 물론 인류에게 노골적으로, 의도적으로 핵 참화를 들씌우는 범죄"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시설내 들어찬 오염수를 내년 봄부터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후 바닷물로 희석해 삼중수소(트리튬)의 농도를 낮춰 태평양에 배출하기로 확정한 바 있습니다.

한편 혁 김 미들베리연구소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연구원은 오염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이 전략 상의 이유로 실험장 주변에서 방사성 물질 노출을 최소화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혁 김 미들베리연구소 연구원] “I think North Korea would make its best effort to minimize the potential leakage of the radionuclides from the testing site. It’s because once the byproducts of the nuclear test such as Xenon gas are released, it can be detected and analyzed to identify the certain characteristics of the tested nuclear weapon.”

핵 실험의 부산물로 분출되는 제논 등 물질은 외부에서 감지되고 분석돼 북한이 실험한 핵무기의 특성을 밝혀내는 데 쓰인다는 것입니다.

김 연구원은 과거 북한 핵 실험에서 나온 제논이 멀리 캐나다에서도 검출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방사성 물질에 의한 오염을 최소화하는 최고의 방법은 핵 실험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최소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의 감독과 사찰을 받아들여 올바른 안전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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