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선제타격 법제화 등으로 핵 위협을 높이면서 한국 일각에선 전술핵 재배치, 나아가 자체 핵무기 개발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만일 전술핵무기가 배치된다면 공중 투하용 B61 전술 핵폭탄 배치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술핵무기는 공격의 표적이 되고 핵확산금지조약 등 국제규범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로렌스 코브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북한의 잇따른 핵 위협에 대응한 한국 내 전술핵무기 재배치 주장과 관련해, 만일 한국에 전술핵 무기가 재배치된다면 공중 투하용 B61 전술핵폭탄이 가장 유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렌스 코브 /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
“미국은 현재 200기의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B61 전술핵폭탄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폐기했죠. 200기 중 절반은 유럽에 배치됐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를 한국에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술핵무기는 수십 kt(킬로톤) 안팎의 저위력 핵탄두를 순항미사일이나 어뢰, 야포, 중력폭탄 등 단거리 투발 수단에 탑재해 운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1991년 주한미군에 배치했던 전술핵을 철수했는데 북한이 핵 위협을 높이면서 한국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보유한 전술핵폭탄과 전투기가 소수에 불과해 한국으로의 재배치가 어려운 데다 북한의 공격 위협에 노출된다는 점 때문에 전략적 효과가 적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브루스 클링너 /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의 핵 공격 기준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가치가 매우 높은 목표가 고정 장소에 있기 때문이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를 넘어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득보다 손실이 크다는 것이 미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한국에 핵무기를 두는 것은 북한에게 표적을 만들어준다는 지적과 함께, 자제 핵무기 개발은 핵확산금지조약 NPT 등 국제사회와 미국과 맺은 규범과 협정을 파기하겠다는 뜻이라는 겁니다.
미국의 핵우산에 포함된 한국이 핵무장을 요구하면 오히려 미국 내 소수 주장인 미한 안보 동맹 무용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한국이 NPT에서 탈퇴하고 국제적 고립을 감수할 정도로 핵무기를 간절히 원한다면 미국이 동맹을 지속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논란이 미국 내에서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아시아 담당 국장은 당장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한국이 자체 핵을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단계는 아니지만, 이제는 여러 다양한 핵 선택지를 살펴봐야 할 시기가 분명히 온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