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국방력 강화와 함께 민생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9차례에 걸쳐 미사일 발사를 지도한 데 이어 함경남도 온실농장 준공식에 참석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상당히 바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9월 25일부터 10월 14일까지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을 직접 지휘했습니다.
이 기간 북한은 일본 상공을 통과한 화성-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9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북한은 9월 25일 평안북도 태천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평양 순안(9/8) 평안남도 순천(9/29) 평양 순안(10/1) 자강도 무평리(10/4) 평양 삼석(10/6) 강원도 문천(10/9) 평안남도 개천(10/12), 평양 순안(10/14) 등 전국을 돌며 미사일을 쐈습니다.
김 위원장도 발사장을 돌아다니며 명령을 내리고 발사 장면을 지켜본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 당국은 노동당 창건일인 10일 `노동신문’을 통해 김 위원장의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 지도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당 창건 77주년인 이날 1면부터 8면까지 김 위원장의 군사훈련 지도 관련 기사와 40장 이상의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 내부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그동안 보도를 안 하다가 10월 10일 아침에 모아서 발표를 했거든요.지금 북한 내부가 미사일 발사를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닌데, 당 창건 77주년을 맞아 김정은 위원장이 뭔가 보여줘야 하는 상황인데, 경제는 어렵지만 국방력 분야는 성과가 있다. 이걸 충격 요법식으로 당 창건 기념일에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죠.”
김 위원장은 노동당 창건일인 10일에는 함경남도 함주군의 “연포온실농장 준공식”에 참석했습니다. 북한 군인들이 건설한 연포온실농장은 280정보(84만평) 부지에 온실과 살림집이 들어선 농장입니다.
온실농장 준공식에 이어 김 위원장은 12일 평안남도 개천을 방문해 전술핵 부대에 배치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를 현지 지도했습니다.
이로 인해 김 위원장은 10일 평양에서 있었던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는 불참했습니다.
이날 자정 조용원 조직비서를 비롯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지만 김 위원장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9-10월 북한의 핵미사일 무력시위가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지수를 끌어올려 한국에 대해 핵 우위를 확실히 하고 미국을 압박하는 겁니다.
대내적으로는 전술핵 훈련 모습을 부각해 `군사강국’을 이룬 김 위원장의 업적을 부각시켜 체제결속을 다지려 한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9번에 걸친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전술핵 사정권에 넣으려는 그의 전략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연이은 대남 핵 위협에 직면한 한국 윤석열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1991년 미-소 냉전이 종식되면서 주한미군에 배치됐던 전술핵은 한국에서 철수됐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핵 위협의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전술핵으로 맞서는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우리나라와 미국의 조야의 여러 의견들을 잘 경청하고 또 따져보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를 오래 관찰해온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대남 핵 위협이 역효과를 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오히려 역효과죠, 북한의 전술핵 시위로 인해 한국에서는 전술핵 도입부터 자체 핵무장론이 일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이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기저기서 역풍을 맞고 있는 셈이죠.”
북한은 미국을 압박하는데도 실패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며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자 미국은 10월 5일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호를 다시 동해에 전개했습니다.
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존 커비 전략소통 조정관은 11일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김정은과 전제조건 없이 마주앉을 의향이 있다고 말해왔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습니다.
[녹취: 존 커비 NSC 조정관] “But again, our goal is the complete, verifia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and we believe that there's still a diplomatic path forward to this.
미-북 관계를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에 별 관심이 없을 뿐아니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위기를 고조시키면 대화를 제의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방식인데, 바이든이 이를 따라 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는 겁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Biden doing something Trump doing, I don’t think Biden administration doing looks like Trump…”
북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낮은 우선순위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터뷰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CNN’ 방송과의 15분에 걸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전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에너지 가격, 인플레이션, 중간선거, 아들인 헌터 바이든,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 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는 질문도 없었고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도 전혀 없었습니다.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을 김정은 위원장의 미사일 발사와 온실농장 준공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탈북민들은 북한 주민들이 미사일 발사에 부정적이거나 무관심하다고 말합니다.
함경남도 함흥에 살다가 2001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민 박광일 씨입니다.
[녹취: 탈북민 박광일 씨] ”보통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미사일을 쏘든 무관심이구요. 미사일을 쏘면서 선전사업을 많이 하겠지만, 주민들은 식량난으로 어렵기 때문에 미사일을 쏘든 핵을 만들던 관심이 없어요.”
박광일 씨는 또 10일 함겸남도에서 열린 ‘연포온실농장’ 준공식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박광일 씨] ”당 창건일을 맞아 인민들의 식생활을 돌보는 지도자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온실농장 준공식에 참석한 건데, 이미지 부각을 위해, 그런데 온실농장이 완공된다고 해서 거기서 나는 남새가 주민들에게 얼마나 혜택이 있겠습니까, 전부 평양에 올라가고…”
실제로 북한에서는 가을걷이가 시작됐지만 식량난을 비롯한 경제난, 그리고 코로나 사태와 부정부패 등 경제적, 사회적 위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 올해 24차례나 발사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7차 핵실험으로 위기를 한층 고조시킬지, 아니면 새로운 선택을 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