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잇따른 무력 도발로 2018년 맺은 ‘9.19 남북 군사 합의’를 위반하자 한국 정부는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규탄하고, 엄중한 경고와 함께 9.19 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9.19 합의를 위반한 것이 맞다면서도 한국은 합의 파기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규)

과거 미국 정부를 대표해 북한과 협상에 참여했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관은 14일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어겼다고 지적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그러나 향후 예상되는 대화 국면을 감안해 한국은 9.19 군사합의를 유지하는 것이 향후 대화 국면에서 한국에게 유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 전 미국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과거 사례에 따라 김정은이 연속적인 시험 발사 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9.19 합의는 현재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 중요한 조항들을 담고 있습니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국장도 지금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를 유지하면서 국면 전환을 기다리는 것이 더 낫다고 조언했습니다.

켄 고스 / 미국 해군분석센터 국장
“9.19 합의를 유지함으로써 한국이 도덕적 우위를 점하게 합니다. 또 북한이 향후 대치 국면에서 벗어날 때 다시 준수할 수 있는 합의가 계속 남아있게 됩니다. 이 합의는 한반도 안보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상 효력이 없는 군사합의에 대해 파기를 선언한다고 해서 한국에 득이 될 게 없다는 지적과 함께 9.19 합의가 파기될 경우 북한의 도발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성윤 / 미국 터프츠대 교수
“한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이든 누구든 9.19 합의를 철회한다는 것은 화가 났다는 것을 표출할 뿐 실질적인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문제만 키우는 것입니다.”

스콧 스나이더 /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
“만약 한국이 9.19 합의를 아예 제쳐 놓는다면 이는 이미 합의를 위반하고 있는 북한이 더 악랄한 방식으로 위반할 가능성을 열 수 있습니다.”

앞서 한국 대통령실은 북한이 동해와 서해 해상완충구역으로 방사포 수백 발을 발사하고 군용기 위협비행 등 도발을 감행하면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데 대해 규탄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북한이라고 지적하고, 합의에 대한 유지나 파기는 북한 태도에 달려 있다면서 남북 합의·협약에 대해 한국 정부는 존중한다는 입장이며 당연히 북한도 합의와 협약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