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로 사격이 금지된 동해와 서해 완충구역으로 또다시 수백 발의 포 사격을 실시했습니다. 북한이 남북 간 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한 잇단 행동은 한국을 자극해 고강도 도발 상황을 만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북한이 18일 심야부터 19일 오후까지 동해와 서해 완충구역으로 350여 발의 포사격을 가하면서 또다시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해상완충구역 내 포사격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며 이러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로 엄중 경고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앞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제5군단 전방 일대에서 적들이 또다시 10여 발의 방사포탄을 발사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고 이에 경고 사격을 지시했다며 책임을 또 한국에 떠넘겼습니다.
현재 한국의 전방 지역인 강원도 철원에서는 17일에서 21일 일정으로 다연장로켓 MLRS 사격 훈련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이 같은 한국 내 통상적인 군사훈련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았는데 갑자기 트집 잡으며 연일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포사격을 하고 있어 배경이 주목됩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9.19 군사합의 파기론을 자극하고 격한 반응을 유도해 위기 조장의 책임을 한국 측에 떠넘기면서 추가 도발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호령 / 한국국방연구원 박사
“결국에는 한국에게 9.19 군사합의 파기를 말하게끔 만들어서 모든 위기 조성을 한국이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거죠.”
북한의 행위는 근본적으로 미한 연합훈련 강화에 대한 반발로 전술핵무기를 앞세워 군사적 우위을 점하려는 의도라는 진단도 나옵니다.
조한범 / 한국통일연구원 박사
“9.19 군사합의가 북한에게 유리한 상황이지만 그러나 한미가 군사연습을 재개하고 고강도의 북한에 대한 압박을 사실 시작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고요. 그렇다면 북한 입장에선 9.19 군사합의가 본인들에게 나쁜 건 아니지만 지금 그것보다는 더 큰 전략, 군사적 대치국면에서의 우위가 더 우선 목표가 되는 거거든요.”
또 북한이 잇단 대남 도발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과 미한 동맹강화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분명하지만, 이런 식의 도발이 장기화하면 경제난이 심각한 북한에게도 유리할 게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성묵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이렇게 해서 김정은이 얻을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한국을 피곤하게 만들겠지만 북한 도발 수위가 높아질수록 한미 대응은 더 강력해지고 또 한국 국민들의 안보 의식은 더 높아지고 그렇다면 김정은이 얻을 게 뭐가 있겠느냐는 거죠.”
한편 중국에선 시진핑 주석의 3 연임이 결정될 공산당 당대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북한의 포 사격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도발 수위를 조절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