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중갈등 고조 속에 북중관계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북한의 무력 도발조차 전략적 이익으로 여긴다고 미국의 중국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다만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 민간연구소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자오통 핵정책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2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 지도부는 역내 안보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북한의 7차 핵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북한을 멈추게 할 역량은 없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자오통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I think China doesn't like another nuclear test, given all the far reaching implications for regional security. It could be further from the Chinese perspective. It's going to be a key excuse for the U.S. to strengthen its ally in the region. It would give the U.S. and its allies excuses for the U.S. to deploy strategic assets, even promote the idea of nuclear sharing between the U.S. and allies so, but I don't think Beijing feels he has the leverage, the capability to fundamentally change this region. All China could do is to influence the timing of this, so that it doesn't cause trouble for China…”
중국 출신으로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자오통 선임연구원은 중국 지도부는 북한의 핵실험이 역내에서 미국과 동맹들의 협력 강화와 미 전략자산의 역내 배치를 위한 좋은 명분이 되고,나아가 미국과 동맹국 사이의 핵 공유 구상까지 촉발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 북한 핵실험을 바라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자신들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지렛대를 가진 것으로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중국 지도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중국에 중요한 때에 북한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일 것이라고 자오 선임연구원은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현재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끝낸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특히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가 끝난 지금부터 미국 중간선거 전인 11월 7일 사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 국가정보원은 최근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26일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중국은 대립적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우리대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중국식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중국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우리는 묵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올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추가 조치에 모두 제동을 걸었으며, 7차 핵실험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태도가 지속되는 ‘미중갈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워싱턴 민간연구소인 독일마셜펀드(GMF)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중국은 오랫동안 '대미관계'라는 렌즈를 통해 북한과의 관계 등 한반도 문제를 접근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중 경쟁이 심화하면서 북중관계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마셜펀드 아시아담당 국장] “I believe that Beijing has long viewed the Korean peninsula, including its relationship with North Korea, primarily through the lens of its relationship with the United States. As US-China competition has intensified, the value of its ties with North Korea have increased.”
글레이저 국장은 중국이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핵실험에 대해 과거와 같은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추가 대북 제재를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글레이저 국장] “China would not favor a 7th nuclear test, but I doubt that the Chinese will be as critical as they have been in the past and I think it is unlikely that Beijing will support new sanctions at the UN. Just as the Chinese blame NATO as creating the circumstances that led Russia to invade Ukraine, they would likely blame the US and possibly Japan as well for driving North Korea to take actions to defend its security.”
글레이저 국장은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자국 안보를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을 비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자오통 선임연구원도 “미중경쟁이 중국의 대북 인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북한의 군사적 행동이 역내 불안정을 초래함에도 잠재적인 이익인 것으로 인식하는 중국 내 전략가들이 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자오통 선임연구원] "As the geopolitical tensions between the U.S. and China grow, I think there are a increasing number of Chinese strategists who see a potential benefit of North and military behaviors despite the destabilizing impact of those behaviors. So those North Korean provocations could help to deflect American attention away from China, saying North Korea helps create a greater breathing room for China and North Korean provocations also help divert resources in American regional allies away from China related contingency scenarios.”
자오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도발이 역내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중국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또한 유사시 역내 미국 동맹들의 재원을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며 타이완 상황을 예로 들었습니다.
일본이 유사시 타이완 방어에 많은 역할을 할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은 대북 대응을 위해 일정 역량을 남겨두도록 하기 때문에 타이완 유사시 일본의 역량을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자오 연구원을 말했습니다.
또 중국이 서방 국가로부터 정치적으로 더욱 고립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외교적 지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신장 위구르 인권문제, 홍콩과 타이완 문제 등에서 공개적으로 중국을 지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더욱 강력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이념적 ‘공통 분모’를 공유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자오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6일 VOA에 중국은 북한의 행동이 북중 국경 지역의 안정을 해치지 않는 한 북한의 도발을 계속 묵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 "Beijing has long since decided to look the other way as North Korea expands and enhances its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capabilities. As long as North Korea's actions do not undermine stability on China's border, Beijing seems likely to continue to look the other way. Indeed, the PRC probably sees a benefit from any North Korean actions that complicate U.S. and ROK security calculations. When North Korea conducts its next nuclear test, China's reaction will tell us a lot about what we should expect from the PRC going forward."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역량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은 오래 전부터 다른 방향을 보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실제로 중국은 미국과 한국의 안보 셈법을 복잡하게 하는 북한의 그 어떤 행동도 자신들에게 이익인 것으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했을 때 중국의 반응은 우리가 앞으로 중국에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잘 말해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베이징과 평양이 밀착하고 있지만 ‘동맹 관계’가 그렇게 견고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5일 서울에서 열린 미한동맹 행사에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미국과 한국처럼 동맹관계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아주 정확한 설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I think about China's relationship with North Korea. And some would say that they have an allied relationship like the U.S. and South Korea. I don't think that's quite accurate. There's not much love between the two, there is love between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So the relationship is fundamentally different”
미국과 한국 관계에는 ‘애정’이 존재하지만 북중 관계에서는 그런 것이 거의 없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중국 전문가인 마이클 스웨인 퀸시연구소 동아시아국장도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관계가 항상 ‘장밋빛’은 아니라며, 특히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마이클 스웨인 퀸시연구소 국장] “North Korea decides after the party Congress now is over that it is in a better situation with likely to be better still Chinese support for engaging in some actions then it could very well be could lead North Korea to do certain things but the Chinese may not necessarily support that. I don't think the Chinese are going to now full-throatedly come out and start supporting North Korea provocations They don't need it.”
북한이 중국의 당대회가 끝난 만큼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감행하기 좋은 여건이라고 판단하고 행동에 나설 수 있지만,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중 갈등 때문에 북한이 도발해도 중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으로 평양이 생각한다면 이는 상황을 오판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중국이 대화 재개를 위해 제재 완화 등 더욱 유연성을 발휘할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미국을 북한 문제 해결의 주요 장애물로 여긴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실험 재개를 무턱대고 용인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현 시점에서 북한이 미국에 맞서고 미국과 실제 대립할 가능성을 만드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스웨인 국장은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