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재임 당시 직접 북한을 상대로 강경한 정책을 펼쳤던 내용을 소개하면서 ‘최대 압박’은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도발에 다시 나서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평화는 힘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 최대 압박’ 정책이 북한을 다루는 데 효과적이었다며, 이를 통해 평화는 힘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말했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 ‘신이여 나를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에서 자신이 직접 상당부분 관여했던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 “Applying maximum pressure had worked. President Trump’s willingness to answer threats with counterthreats of fire and fury had worked. Kim Jong-un came to the negotiating table and never returned to the missile-testing and nuclear threats while we were in office. Our administration created a pathway for th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펜스 전 부통령은 “최대 압박은 효과적이었다. 위협에 대응해 ‘화염과 분노’라는 위협을 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효과적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정은은 협상장에 나왔고 우리가 재임하는 동안 미사일 시험과 핵 위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며 “우리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길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새 대통령이 취임하자 김정은은 다시 미사일을 발사하고 도발과 위협의 옛 행태로 돌아갔다”며 “나약함은 악을 일으키며, 우리 정부는 평화가 힘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과거 미국 정부들이 ‘김씨 독재 정권’과 기다림과 희망의 게임을 했다”며 북한의 핵야욕을 다루기 위해 제재를 가하고 외교적 만남을 가지며 합의를 이뤘지만 북한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최대의 압박’ 정책…평창올림픽 때 “김여정 무시”
펜스 전 부통령은 강력한 제재, 트럼프 대통령의 거칠고 충격적인 ‘화염과 분노’ 언급, 평창 올림픽 당시 미국의 강경한 태도 등이 모두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이었고 이를 통해 북한을 대화로 이끌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2017년 8월 북한의 위협적 언사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 위협이 수개월 간 지속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북한이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점을 상기시키며 “때로는 비합리적인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적국과 대화할 때 거친 말을 하거나 위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며 “그는 적국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뜻을 전달하는 법을 직감적으로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위해 방한했을 때 전 세계에 대한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과 자국민에 대한 야만적 대우를 전 세계가 잊지 않도록 하는데 집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방한 당시 북한이 폭침한 천안함을 기리는 기념관을 방문했고 북한 억류 중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와 함께 탈북민들을 만났다는 것입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전후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등 북한측 고위 대표단과 마주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한국의 재통일’이었고, 따라서 내가 김정은의 여동생과 김영남과 관여하기를 열망했다”고 펜스 전 대통령은 회고했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 “South Korean president Moon’s priority was Korean reunification, so he was eager for me to engage with Kim’s sister and Kim Yong-nam, North Korea’s ceremonial head of state and the highest-level official ever to go to the South.”
2018년 2월 9일 열린 평창올림픽 환영 리셉션의 헤드 테이블에 펜스 전 부통령 부부와 김여정, 김영남의 자리가 함께 마련돼 있었다는 것입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문 대통령이 김영남과 나의 만남을 정중하게 강요하려는 것이 분명했고, 성사된다면 북한에 아주 큰 상징적인 승리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자신은 리셉션 장에서 모든 귀빈과 악수하고 바로 퇴장했다고 밝혔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올림픽 개막식장 귀빈석에서도 김여정을 ‘무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자신의 왼편에 문재인 대통령 부부, 오른편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가 앉았다며, 미한일이 단결해서 북한의 도발에 맞선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신의 “뒤쪽 줄 오른편에 김정은 여동생이 앉았지만 그를 무시했다”는 것입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자신의 방한 당시 북한 정부가 비공식 채널을(back-channel) 통해 만남을 제안해 2018년 2월 10일 청와대에서 양측이 만나기로 했지만 예정 시간 2시간 전에 북한 측이 “평양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며 만나지 않겠다고 해 무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여정과 공개적으로 악수를 할 마음은 없었지만 카메라가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말이 있다면 들어 볼 의향이 있었다고 펜스 전 부통령은 밝혔습니다.
미북 정상회담…북한 비핵화 약속∙미군 유해송환 성과
펜스 전 부통령은 제 1차 미북 정상회담을 열기 전 김영철 당시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당시의 소회도 밝혔습니다.
김영철은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김영철은 북한의 전 정보수장이자 북한군 장성이었다”며 “그가 대통령 집무실에 서 있었고,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 초상화 아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사진 찍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는 그 장소에 열광하지 않았다”며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독재자 중 한 명의 심복이 독립선언서 작성자(토머스 제퍼슨)의 그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한 부조화를 인지했다”고 말했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이 신성한 장소는 아니지만 생명과 자유, 행복 추구 등 미국을 대표하는 가치에 맞는 사람들만이 그곳에 들어갈 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왜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을 백악관에서 환영했는지, 왜 김정은의 모욕과 위협에도 많은 힘과 시간을 들여 대북 외교를 모색했는지 이해했다며 “우리의 진정한 목표는 무엇보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북한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족 왕조가 통치하는 억압적인 강제수용소 국가인 북한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펜스 전 부통령] “But we knew who we were dealing with: an oppressive concentration camp state run by a family dynasty. Our goal, above all else, was to end North Korea’s nuclear program.”
펜스 전 부통령은 1차 미북 정상회담이 일부 성과를 냈다며 김정은이 ‘이론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종료하기로 합의했고, 한국전쟁 참전 미군 유해가 담긴 55개의 상자를 돌려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와이 펄하버-히컴 합동기지에서 열린 미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에서 자신이 직접 유해를 맞았다며, 한국전에 참전했던 자신의 아버지를 봉환식 내내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자신의 부통령 임기 중 그 순간을 아버지가 가장 자랑스러워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 아버지 에드워드 펜스는 한국전에 소위로 참전했고 ‘폭찹힐 전투’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1953년 동성훈장을 받았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2017년 4월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서울에 걸린 환영 플래카드에 ‘에드 펜스 당신의 헌신에 감사드린다’는 문구를 보고 “눈물을 참아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당시 방한 중 비무장지대(DMZ)를 찾았을 때 비밀경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강경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북한군이 보이는 군사분계선 가까이로 접근했다고 밝혔습니다.
“나는 그 곳에 메시지를 보내러 갔으며, 북한인들이 내 얼굴을 보길 바랬다”며 “중무장한 북한군이 시야에 있었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지만 난 그렇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펜스 전 부통령은 밝혔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당초 계획은 ‘자유의 집’ 속 방탄유리 뒤에서 브리핑을 받는 것이었다며 “수십년 간의 ‘전략적 인내’ 이후 북한 주민에 대한 잔인함, 핵 야욕과 도발의 시간이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펜스 전 부통령은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25m 떨어진 최북단 ‘오울렛 초소’를 방문했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한편,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 상태로 미국에 돌아온 지 며칠 만에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과 백악관에서 만나 “즉각적으로 유대감을 형성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오토 웜비어의 부모는 “지옥을 경험했다”며 “오바마 정부 당시 국무부는 그들에게 조용히 있을 것을 권고하며, 오토의 이야기로 북한 정부를 화나게 하지 않으려 했다”고 펜스 전 부통령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은 과거 모든 미국 정부들이 취한 접근법인데, 미국 정부들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길 바라며 북한 정부에 굽실거렸다”고 지적했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5월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을 워싱턴 DC 인근 앤드류 공군기지에서 직접 맞이한 내용도 소개했습니다.
그들이 건넨 카드에 “부통령님 우리를 고국에 데려오는데 있어 당신의 역할에 감사드립니다”라는 말과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려 보내실 때에 우리는 꿈꾸는 것 같았도다”라는 성경 구절이 써 있었다며, 매우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펜스 전 부통령은 회고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