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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가스 가격상한제 도입 실패...일본 도쿄 소비자물가지수 40년 만에 최대폭 상승


독일 서부 도르트문트에 있는 트럭 액화천연가스(LNG) 충전소. (자료사진)
독일 서부 도르트문트에 있는 트럭 액화천연가스(LNG) 충전소. (자료사진)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유럽연합(EU)이 천연가스 가격상한제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11월 일본의 '도쿄 소비자 물가지수'가 40년 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습니다. 러시아와 미얀마 두 나라가 올해 대인지뢰를 사용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유럽연합(EU)이 천연가스 가격상한제 합의에 실패했군요?

기자) 네. EU 27개 회원국 에너지 장관들이 24일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 모여 EU 지도부가 제안한 해당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회원국 간 입장차만 드러내고 합의하지는 못했습니다.

진행자) EU 지도부가 내놓은 방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죠?

기자) 네.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가격상한제 발동 기준은 1메가와트시당 275유로, 미화로 약 284달러입니다. 현재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은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데요. TTF 선물시장에서 상한선을 넘는 상황이 2주간 지속되고, 동시에 상한선과 국제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차가 10일 연속 58유로 이상이면 가격상한선을 자동 발동하자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날 회의는 집행위가 내놓은 방안을 최종 검토하고 채택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한 자리였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미 EU 집행위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던 상황이라 합의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실제로 회의가 시작부터 매우 격렬했다고 하는데요. 올해 EU 순회의장국인 체코의 요제프 시켈라 산업장관은 “논의는 상당히 뜨거웠고 모두 알다시피 매우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회원국별로 의견이 어떻게 갈렸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그리스,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 폴란드 등 적어도 15개국은 가격상한제 도입 자체는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집행위가 내놓은 상한선이 너무 높다는 입장인데요. 안나 모스크바 폴란드 기후환경부 장관은 집행위가 ‘농담’하는 거냐면서 집행위가 제안한 상한선으로는 에너지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EU 핵심국인 독일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 독일은 당초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와 함께 가스 가격상한제 도입 자체를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하는 가스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가격상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다수 회원국 주장에 밀려 가격상한제 도입은 찬성하되, 상한선을 너무 낮게 잡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독일이나 네덜란드 같은 나라가 왜 가격상한제 도입에 부정적인 거죠?

기자) 네. 가격상한제를 도입해서 일정 가격 이상으로 가스를 사고파는 것을 막으면 유럽의 가스 공급선이 위험해진다는 겁니다. 하지만 다른 회원국은 이들 나라가 이기적이라고 비판했는데요. 지금 러시아가 원유와 가스 공급을 축소해서 유럽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있지만, 독일이나 네덜란드 같은 부자 나라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기 때문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 몇 달 동안 우여곡절 끝에 가스 가격상한제를 도입하자고 합의했지만, 결국 상한선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기자) 네. EU 회원국들은 다음 달 13일경 다시 만나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롭 제튼 네덜란드 에너지 장관은 회원국 간 이견이 정말 큰 문제라면서 “이는 앞으로 2주 동안 할 일이 엄청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안나 모스크바 폴란드 기후변화장관은 지금 폴란드가 기온이 이미 영하 10도라면서 회원국들의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서 우크라이나 상황도 좋지 않죠?

기자) 네. 우크라이나 상황은 훨씬 혹독합니다. 집요한 러시아군 공격에 에너지 기간시설 대부분이 기능을 상실했고 일반 가정은 물론이고 병원에도 전기가 끊겨서 병원 운영이 중단되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수술이 진행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력망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러시아군의 추가 공격 위협 아래 크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회사인 ‘우크레네르고’는 24일 저녁 7시 기준, 전체 전력의 50%가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24일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만 9개월이 되는 날이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월 24일 새벽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면전을 단행했죠? 러시아가 빠르게 승기를 잡을 거라는 당초 전망과는 달리 전쟁이 길어지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지난달부터 거의 1주일에 한 번꼴로 우크라이나 내 에너지 기반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면서 우크라이나 안에서 인도주의 위기 우려도 고조되고 있는데요. 러시아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 사실 러시아는 군이 우크라이나 기반 시설들을 공격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그러면서 이건 우크라이나 전투력을 떨어뜨리고 협상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요.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24일 또다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원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정권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고통을 겪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지구의 한 상점 주인이 물건을 진열하고 있다.(자료사진)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지구의 한 상점 주인이 물건을 진열하고 있다.(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일본으로 가 봅니다. 일본의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 가운데 하나가 기록적으로 올랐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달 '도쿄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여 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일본 총무성은 25일, 이 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 올랐다고 밝혔는데요. 이건 지난 198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으로 당시에는 전년 동기 대비 4.2% 오른 바 있었습니다.

진행자) 일본에는 전국 CPI뿐만 아니라 도쿄 CPI라는 것도 있는 모양이군요?

기자) 네. 이 도쿄 CPI는 전국 CPI에 앞서 나옵니다. 그러니까 이게 전국 물가지수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건데요. 그러니까 도쿄 CPI가 상승했다고 하면 전국 CPI도 오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도쿄 CPI를 산정하는 데 모든 품목이 다 들어가는 건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변동이 큰 신선식품은 제외됩니다. 그런데 이 신선식품에 연료비까지 제외하는 '도쿄 핵심 중의 핵심 물가지수(cc CPI)’도 있는데요. 이번 달에 이 지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2.5% 올랐습니다.

진행자) 도쿄 CPI가 지난달에는 얼마로 나왔나요?

기자) 네. 10월 도쿄 CPI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4% 상승했고요. ccCPI도 2.2% 올랐습니다. 참고로 지난달 전국 CPI는 3.6% 상승했습니다.

진행자) 최근에 일본 내 물가가 계속 오르는 추세죠?

기자) 그렇습니다. 도쿄 CPI는 올 1월에만 해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2% 상승하는데 그쳤는데요. 하지만 상승폭이 계속 커지면서 지난달엔 3.4%까지 올랐고요. 결국 이번 달에 40년 7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보인 겁니다.

진행자) 도쿄 시민들이 물가상승 여파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겠군요?

기자) 네. 특히 에너지 관련 가격이 24.4%나 상승했는데요. 이 가운데 가스비가 32.5%, 전기료는 26%나 올랐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일본 물가가 상승하는 요인이 뭡니까?

기자) 네. 전기요금과 식료품 가격이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는데요, 그밖에 달러 대비 엔화 가치 하락도 주된 요인입니다. 엔화 약세로 수입 비용이 증가하자 기업들이 가격을 올려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네. 엔화 약세 현상은 미국과 일본 사이 금리 차이 때문입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서 지난 3월부터 기준금리를 0.25%에서 3.25%까지 공격적으로 인상했는데요. 반면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고금리를 감당하기에는 일본 경제가 여전히 취약하다면서 0% 이하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일본 내 자금이 금리가 높은 미국 쪽으로 빠져나가면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바르빈코베 근처 길 위에 대전차 지뢰들이 놓여 있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동부 바르빈코베 근처 길 위에 대전차 지뢰들이 놓여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올해 대인지뢰를 사용한 나라들이 밝혀졌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와 미얀마가 올해 대인지뢰를 사용한 유일한 나라들이라고 ‘지뢰금지국제운동(ICBL)’이 밝혔습니다. ICBL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지뢰금지협약 연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진행자) ICBL이 어떤 단체죠?

기자) 네. 지뢰의 위험성과 피해를 전 세계에 알리고 지뢰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비정부 민간 기구입니다.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가 의장으로 있고요. 1997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대인지뢰는 국제협약으로 금지된 무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1997년 160여 개국이 대인지뢰금지 협약을 채택했습니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채택돼 일명 ‘오타와협약’이라고도 하는데요. 하지만 미얀마와 러시아는 둘 다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나온 ICBL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항목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네. 먼저 우크라이나 항목이 눈길을 끕니다. 보고서는 올해 우크라이나에서 대인지뢰 때문에 적어도 277명이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군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우크라이나 내 광범위한 지역에 지뢰를 설치했는데요. 보고서 편집인인 메리 웨어햄 휴먼라이츠워치 무기 담당 국장은 사람이 손으로 지뢰를 매설하기도 하고, 항공기나 박격포, 로켓을 통해 투하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대인지뢰가 종류가 다양하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웨어햄 국장은 VOA에 러시아군이 지난 2월 이래 대인지뢰를 적어도 7가지 종류를 썼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러시아군이 급조폭발물을 사용한 증거들도 있다고 전했는데요. 이것도 오타와협약이 금지하는 무기입니다.

진행자) 지금 전쟁 중이라 우크라이나 안에 매설된 러시아군 지뢰를 제거하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죠?

기자) 네. 이와 관련해 메리 아코프얀 우크라이나 내무부 차관은 지뢰제거반이 작업 중이긴 한데, 작업이 헤르손시 등 수복한 지역에만 국한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또 지금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에서 지뢰로 가장 많이 오염된 나라라면서 아직도 20만㎢에 달하는 지역에서는 지뢰가 있는지 조사조차 못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외에 올해 대인지뢰를 사용한 나라가 미얀마라고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얀마는 24년 전에 ICBL이 처음 보고서를 발간한 이래 꾸준하게 대인지뢰를 사용해왔습니다. 웨어햄 국장은 최근 미얀마에서는 정부군뿐만 아니라 반군들도 대인지뢰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주로 통신탑이나 파이프라인, 에너지 기간 시설 주변에 지뢰를 매설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올해 대인지뢰를 사용한 나라가 러시아와 미얀마 두 나라지만, 적어도 60개국에 여전히 지뢰가 매설돼 있습니다. 2021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지뢰나 폭발물 잔해 때문에 생긴 희생자가 사망자 2천 명을 포함해 5천500명이 넘는데요. 죽거나 불구가 된 사람 가운데 절반이 어린이들입니다.

진행자) 지뢰 때문에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이 난 나라가 어디인가요?

기자) 네. 시리아입니다. 시리아에서 지난해 지뢰 때문에 숨지거나 불구가 된 사람이 1천200명이 넘었고요. 다음은 아프가니스탄으로 희생자가 1천 명 이상 나왔습니다. 보고서는 또 최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 콩고민주공화국, 인도 등지에서 무장 반군들도 대인지뢰를 사용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는데요. 지금 정부군과 후티 반군 간에 수년째 내전이 진행 중인 예멘에서도 지뢰가 여전히 위험한 무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이 지뢰금지협약에 가입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미국은 지뢰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바이든 행정부의 궁극적인 목표가 오타와협약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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