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중국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내 주요 도시 곳곳에서 정부의 엄격한 코로나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틀째 이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타이완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진당이 참패했습니다. 차이잉원 총통은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 주석직에서 사퇴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까지 끌어올리라고 지시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주말 새 중국 도시 곳곳에서 큰 시위가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수도 베이징과 제2 도시 상하이, 남부 대도시 광저우 등 곳곳에서 정부의 엄격한 코로나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상하이에서는 현장을 취재하던 영국 `BBC’ 방송 기자가 공안에 끌려갔다 풀려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에서 이런 시위가 벌어지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 아닙니까?
기자) 네. 이번 시위는 중국 서북단 신장 우루무치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이 사단이었습니다. 우루무치 자치구는 코로나 방역 때문에 지난 8월부터 대부분 지역이 봉쇄된 상태인데요.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1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습니다. 그런데 당국 봉쇄 때문에 제때 진화하지 못하고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SNS에 급속히 퍼져나갔는데요. 그러자 26일 우루무치를 시작으로 상하이와 베이징 등 여러 지역으로 항의 시위가 급속하게 확산했고,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 대학가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진행자) 지금 중국은 3년 가까이 초강력 코로나 방역 조처를 적용하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단 1명의 코로나 감염자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제로 코로나(Zero-Covid)’ 정책을 고수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감염자가 나온 지역 전체를 봉쇄하는 등 초고강도 방역 조처를 적용했는데요. 이번 시위는 이런 조처에 지친 주민들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시위 현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네. SNS에 시위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들이 속속 올라왔는데요. 상당히 격했습니다. 우루무치 지역에서는 성난 시민들이 간이 버스정류장을 부수고 공안과 맞서는 등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고요, 상하이시에서는 시진핑 주석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싶지 않다. 코로나 검사를 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라며 제로 코로나 철폐를 촉구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시민은 아무 구호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지를 들고 시위에 나섰습니다.
진행자) 백지가 뭘 뜻하는 건가요?
기자) 네. 당국 검열에 저항한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이 백지 시위는 지난 2020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을 때도 등장한 바 있습니다. 현재 중국 SNS에 올라온 영상과 사진이 속속 삭제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곧바로 다른 영상이 올라와 현지 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경찰과 물리적 충돌도 있었습니까?
기자) 네. 곳곳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폭언과 몸싸움, 구타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상당수 사람이 경찰에 체포됐는데요.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체포됐는지는 파악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상하이시에서는 27일 밤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영국 ‘BBC’ 방송 에드 로런스 기자가 경찰에 연행됐다가 풀려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SNS나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중국 공안 여러 명이 수갑이 채워진 로런스 기자를 거칠게 질질 끌고 가는데요.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풀어주라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진행자) 로런스 기자는 지금 풀려났습니까?
기자) 네. BBC는 로런스 기자가 몇 시간 동안 공안에 붙잡혀 있다 풀려났다고 밝혔습니다. BBC는 또 붙잡혀 있는 동안 공안들이 로런스 기자를 손과 발로 구타했다면서 로런스 기자가 승인받은 언론인으로 현지에서 일하던 중이었다고 비난했습니다. ‘로이터’ 통신도 27일 밤 자사 기자가 공안에 붙잡혔다 90분 만에 풀려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시위나 시위대 요구에 대해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다만 제로 코로나 정책이 현시점에서 꼭 필요하고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그러면서 중국이 전체 인민의 협력과 지지 속에 반드시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자오 대변인이 BBC 기자 연행 사건에 대해서 언급했습니까?
기자) 네. 자오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해당 기자가 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기자증도 자발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외신 취재진은 중국에 있는 동안 중국 법률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28일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28일 아침까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새로운 시위 조짐은 없었습니다. 상하이시의 경우 공안들이 2인1조로 경계를 강화하고 있고, 경찰차와 오토바이들이 수시로 거리를 순찰하고 있는데요. 로이터통신은 현지 직원 말을 인용해 일부 상점과 카페가 문을 닫을 것을 요구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타이완 소식입니다. 타이완 정국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군요?
기자) 네. 지난 25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참패하고 제1야당인 ‘국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타이완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차이잉원 총통이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 주석직에서 사퇴했습니다.
진행자) 선거 결과를 좀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기자) 네. 이번 선거는 모두 21개 현과 시의 수장을 뽑는 선거였는데요. 차이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이 내세운 후보들이 겨우 5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당은 13곳에서 이겼고요. 무소속 후보가 2곳, 또 다른 야당인 민중당 후보가 1곳에서 당선됐습니다. 한편 남은 1곳은 후보자 1명의 유고로 다음 달 별도로 선거가 실시됩니다.
진행자) 이번 지방선거가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타이완이 2024년에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이번 선거는 차이 총통과 집권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참패로 내후년 총통 선거에서 정권 재창출을 노리고 있는 민진당으로서는 어려운 길이 예상됩니다. 특히 이번 선거 결과가 1986년 민진당 창당 이래 최악의 성적이라는 것도 민진당으로서는 뼈아픈 점입니다.
진행자) 민진당이 참패한 요인이 뭘까요?
기자) 네. ‘AP’와 로이터 등 주요 매체들은 전문가들 분석을 인용해 민진당이 내세운 `반중국 안보’ 카드가 통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은 중국 위협에 맞서 민심 결집을 호소하는 전략을 펼쳤는데요. 하지만 코로나 대응과 경제 등 민생 문제에 묻혀 실패했다는 분석입니다. 거기에 일반적으로 중간선거에서 나타나는 집권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진행자) 반면 제1야당인 국민당은 크게 선전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두 차례 총통 선거에서 연패한 국민당은 이번 승리로 2024년 총통 선거에서 정권 탈환 동력을 얻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총통 선거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국민당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뒀지만, 총통 선거에서 차이 총통 재선을 막지 못했습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타이완 초대 총통인 장제스의 증손자 장완안 후보가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차이 총통이 민진당 주석직에서 물러났죠?
기자) 네. 차이 총통은 선거 다음 날인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겸허히 결과를 수용하고 타이완인들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 주석직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차이 총통의 당 주석직 사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네. 당에서 새로운 얼굴을 내세워 민진당이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차이 총통은 2020년 5월 집권 2기를 시작했고요. 3 연임 금지 조항에 묶여 총통 선거에 다시 출마할 수 없습니다. 차이 총통은 26일 당원들에게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을 시간이 없다면서,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는데요. 하지만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는 일축했습니다.
진행자) 차기 주석으로 누가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까?
기자) 네. 타이완 매체들은 민진당 주석 후보로 전 입법원장인 쑤자취안 타이완일본관계협의회 회장, 정원찬 타오위안 시장 등이 현재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차이 총통이 민진당 주석 대행으로 천치마이 가오슝 시장을 낙점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천치마이 시장이 차기 주석 선거에 나설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국방예산’, 즉 ‘방위비’를 획기적으로 증액하라고 지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은 28일 기시다 총리, 그리고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기시다 총리가 앞으로 5년 안에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까지 증액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일본 방위비가 GDP의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기자) 네. 2022 회계연도 방위비가 약 400억 달러인데요. 이게 일본 GDP의 1%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이걸 현 GDP의 2% 수준까지 올리면 방위비가 앞으로 800억 달러가 되는 겁니다. 기시다 총리가 방위비를 GDP의 어느 수준까지 책정하라고 지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일본 방위비가 상당 기간 GDP의 1%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키 다케오 총리 시절인 지난 1976년 이래 지금까지 일본 방위비는 일반적으로 1% 안팎으로 책정돼 왔습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 정부는 점증하는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응해서 방위비를 실질적으로 증액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고요. 집권 자민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국방예산을 증액할 움직임을 보이자 방위비를 GDP 2%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해 왔습니다.
진행자) 일본이 최근 방위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관련 부처와 자문 위원회가 해당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반격 능력’ 강화가 전력 강화 방안의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격 능력이라면 일본을 공격하는 적 미사일 기지나 여타 목표물들을 공격하는 능력을 말하는데요. 앞으로 대폭 증액될 방위비에서 이런 반격 능력 획득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관련 보도를 보니까 일본이 반격 능력 확충을 위해 특히 미사일 전력을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기존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하고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몇몇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이 방위력 강화를 위해 소형 위성 50기를 발사할 예정이라고 28일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위성이 반격 능력 강화에 꼭 필요한 자산인 모양이군요?
기자) 네. 위성을 써서 반격할 목표물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를 위해 ‘광학 위성’과 ‘합성개구레이더’를 탑재한 위성 두 가지가 사용될 예정이라면서 위성들이 오는 2024 회계연도에 처음 발사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전력을 강화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갈 텐데 여기에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건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기시다 총리가 올해 말까지 필요한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하라고 내각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예산 확보를 위해 2027 회계연도까지 임시로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허용할 뜻도 밝혔다는데요. 동시에 세입과 세출 개혁 등을 통해 재정 자원을 확충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내각에 요청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