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진행된 분쟁지역 내 성폭력 방지를 위한 국제회의에 탈북민 박지현 씨가 참여해 북한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성폭력 피해를 알렸습니다. 박 씨는 앞으로 북한 군대와 경찰, 감옥에서 자행되는 성폭력에 대한 세부적인 연구 조사와 발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에 정착한 탈북민 박지현 씨가 28일과 29일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분쟁지역 내 성폭력 방지를 위한 국제회의’ (Preventing Sexual Violence in Conflict Initiative Conference 2022)에 참여해 북한 여성들이 국내와 해외에서 겪는 성폭력을 알렸습니다.
약 70개국 정부 대표들과 생존자들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 박지현 씨도 영국 외무부의 정식 초청을 받아 ‘북한인권 여성 활동가’라는 직함으로 참여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분쟁지역으로 분류 되지않아 직접 증언자로 나서지는 못했고 스스로 회의실들을 찾아다니며 질의응답 시간에 북한의 실상을 알렸습니다.
[녹취: 박지현] “참석할 때 들어가서 얘기했거든요. 북한이 안 언급되는 것. 한반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고, 여전히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잖아요. 북한의 여성과 소녀들이 받고 있는 성폭행, 강간 이런 부분들이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했고.”
박 씨는 행사에 자신이 유일하게 북한 대표로 참석했다며,
행사장 곳곳을 다니며 명함을 돌리고 북한 여성들이 겪는 고통을 알렸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이 행사가 분쟁 지역에서 특히 군과 경찰 등이 자행하는 성폭력에 집중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 단체들도 보다 세부적으로 관련 내용을 수집하고 공개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모든 행사에서 북한이 안 나왔어요. 북한에 대해서 언급이 없었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너무 화나고, 정부들이 북한을 아직까지 분쟁지역으로 안 보고 그냥 평화로운 지역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황당하긴 하지만, 이것 또한 저희 잘못인 것 같아요. 이런 보고서들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우리가 여성 인권 보고서들은 나왔지만 세부적인 것이 아니고 그냥 통틀어서 나온 보고서이고, 특히 분쟁지역 하면 특히 군인들하고 경찰들, 감옥 안에서의 성폭력 문제들이 많이 언급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국제사회에 많이 언급이 안 됐기 때문에 북한이 들어가지 않은 것 같아요.”
또 탈북 여성들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겪는 성폭력도 분쟁지역에서 겪는 일로 봐야 한다고 박 씨는 말했습니다. 두 나라가 한국전쟁에 참여했고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박지현] “저는 분쟁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왜나면 중국은 한국전쟁 가담국이잖아요. 그 나라들에서 북한 여성들과 소녀들이 인신매매, 성폭행, 성추행 당하고 있는 문제가 있고.”
영국에서 활발히 북한 인권 운동을 펼치고 있는 박지현 씨는 지난 해 유엔 여성기구 영국 국가위원회 (UN Women UK)가 진행한 ‘젠더 기반 폭력 추방을 위한 16일의 캠페인’에 참석해 북한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폭력 피해를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박 씨는 ‘분쟁지역 내 성폭력 방지를 위한 국제회의’와 관련한 글을 발표하고 내년에는 회의에서 북한 여성들의 인권 문제가 좀 더 부각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국제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보스니아, 콜롬비아,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이라크, 남수단의 성폭력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습니다.
영국이 올해 회의에서 주도한 ‘분쟁지역에서의 성폭력 근절 선언’에는 50개국 이상과 유엔이 서명했고, 영국 정부는 앞으로 3년간 관련 활동에 1천250만 파운드, 미화 1천 500만 달러를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미 국무부도 이번 국제회의를 계기로 30일 성명을 내고 유엔 성폭력 근절 특별대표실에 매해 4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하고, 시민 사회 단체들에 1천만 달러를 지원해 분쟁지역의 성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기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영국에서 열린 회의에는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이 참여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조직적이고 공개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르면서 이를 전쟁 도구로 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