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대북 제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가 지적했습니다.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사용하며 북한을 비호하고 자국 내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의 외화벌이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엘리엇 강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1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무력화에 앞장서고 있는 실태를 비판했습니다.
강 차관보는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이 주최한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러시아가 최근 몇 년간 국제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켰다며 그 중 한 예로 북한에 대한 접근법을 꼽았습니다.
[녹취: 강 차관보] “Using its role as a permanent member of the UN Security Council, Russia has gone to great lengths to shield the DPRK from accountability for increasingly provocative behavior.”
강 차관보는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활용해 갈수록 도발적인 북한의 행동을 감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안보리 결의들을 위반하며 탄도미사일을 60발 이상 발사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현 유엔 제재 체재를 강화할 목적의 결의안 초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엔이 북한의 미사일 활동에 조치를 취하는 것을 거듭 가로막았다”고 강 차관보는 말했습니다.
이어 러시아가 스스로 찬성한 대북 제재 결의를 자국 내에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강 차관보] “For example, Russia continues to allow numerous DPRK laborers to earn income in its jurisdiction in defiance of UNSCR 2397. And currently like the case just discussed regarding Iran, Russia is in the process of acquiring prohibited munition from the DPRK to support Russia’s further invasion of Ukraine.”
강 차관보는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 2397호를 무시하고 수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자국 관할권 내에서 소득을 얻는 것을 계속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모든 유엔 회원국이 북한 노동자를 2019년 12월까지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노동자가 아직도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도록 하는 것은 대북제재 위반입니다.
강 차관보는 이 외에도 러시아가 이란과 군사 협력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침략에 활용할 목적으로 북한에서 금지된 탄약을 확보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차관보는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에너지 제재를 가한 것을 언급하며 “이러한 노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수입을 얻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이란과 북한 등의 무기 확산 시도를 막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러시아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갱신하고 대러 제재를 충실히 이행해 러시아의 해로운 활동에 대가를 물려야 한다고 강 차관보는 말했습니다.
“대북 압박 강화해야… 해외 노동자∙석탄 수출 겨냥”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대북 압박 캠페인을 다시 활성화해야 한다며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 등을 추가 제재 분야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연구원] “So the sanctions, so why should we do it? We should do it because it reduces their revenue streams. Right now North Korea is getting – and this is the Biden administration saying this earlier this year- hundreds of millions of dollars from overseas laborers, up to 100,000 of which are in China.”
트럼프 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루지에로 연구원은 제재가 북한의 수익 흐름을 끊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바이든 정부는 올해 초 북한이 해외 노동자를 통해 수 억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밝혔고, 중국에만 10만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부분을 겨냥해 추가 제재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도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루지에로 연구원은 실질적으로 강력한 대북 제재가 유지됐던 기간은 2016년에서 2018년 초까지였다며 다시 그 때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연구원] “The reason that that three year period was so impactful was because Obama and President Trump to their credit were willing to dispel the conventional notion and go after Chinese banks, Chinese companies and Chinese individuals, they went after them directly.”
루지에로 연구원은 “그 당시 제재가 강력했던 이유는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인식을 거부하고 중국 은행과 중국 기업, 중국인들을 직접 겨냥해 제재를 가했기 때문”이라면서 이 때 중국 정부도 실질적으로 협력에 나섰고 북한이 중국에서 물품을 조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건설적 역할’ 않을 것… 북한 문제 후순위”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확산국장을 지낸 마이클 앨런 ‘비컨 글로벌 전략’ 국장은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막는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앨런 국장] “It was an article of faith in the Bush administration and I think for other administrations that we needed the Chinese to help us and our maximum pressure campaigns, they were maybe somewhat helpful but now arguably the Chinese like that we’re somewhat distracted by the North Koreans…”
앨런 국장은 부시 정부를 비롯한 미국 행정부들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데 중국이 동참할 것을 기대했고, 중국도 과거에는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틀림없이 우리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마음을 쏟는 등 주의를 분산하는 것을 중국이 좋아한다”며 “우리가 아시아에 집중하고 중국의 타이완 침공을 억제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앨런 국장은 말했습니다.
앨런 국장은 또 “미중 경쟁의 시대에 양국 간 현안 중 ‘북한 비확산’ 문제는 가장 뒤로 밀린다”며, 바이든 정부는 타이완, 아시아에서의 외교적 역할, 팬데믹, 기후변화, 경제 문제를 북한 문제보다 더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