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 가능성을 시시한 것과 관련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계속된 합의 위반을 꼬집으며 한국의 전방 준비태세가 약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효력을 정지해 관련 역량을 회복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가능성을 거론한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이 합의가 아직도 중단되지 않은 것이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전 대사] "I completely agree with Pres. Yoon's stance on suspending the inter-Korean summit agreement. Actually, I'm surprised that it hasn't been suspended already. Clearly, North Korea feels no obligation whatsoever to maintain it...each of the 70 missiles that were launched in 2022 attest to this. As do the recent drone incursions across the DMZ."
해리스 전 대사는 5일 VOA에 "북한은 합의를 유지할 의무를 전혀 느끼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지난해 70여 발의 미사일 발사와 최근 무인기의 한국 침범이 이것을 입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4일 북한 무인기의 한국 영공 침범과 관련해 “북한이 다시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9.19 군사합의는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 9월 19일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입니다.
접적지역에서의 군사적 우발 충돌 방지가 목적이며 군사분계선 즉 MDL을 기준으로 비행금지구역과 포병사격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구역, 군사행동을 금지한 완충수역 등을 설정했습니다.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수도권 영공을 침범한 것은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입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총 17차례 이 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한국 국방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지티재단 선임연구원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정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대응 선택지를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9.19 군사합의가 북한의 관련 도발을 막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인식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he wants to have some options for responding to North Korean provocations or future provocations. Also, it's a realization that the inter-Korean comprehensive military agreement has not prevented North Korea from violating that agreement. So as with North Korea's violation of the armistice, and other previous documents, the question might be why should one side South Korea maintain adherence to the document while the other side is violating."
북한이 '정전협정'을 비롯해 여러 기존 합의를 위반하는 상황에서 왜 한국만 이를 준수해야 하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9.19 군사합의가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확전 위험성 방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전방 지역에서 훈련과 정찰 등 한국 측의 군사 활동을 제한해 억제력과 방어력 저하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9.19 군사합의가 결과적으로 미한 연합군의 전방 준비태세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However, South Korea implemented the agreement in good faith. North Korea made a couple of token steps the Joint Security Area, removed some guard posts and then did nothing in support of a comprehensive military agreement. But most importantly, there was no reduction of the threat from North Korea due to the comprehensive military agreement, while South Korea reduced the readiness of the Alliance because of the no fly zones. The restrictions are training along the DMZ."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9.19 군사합의가 한국의 안보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반대했다면서 "한국은 선의로 합의를 이행했지만 북한은 공동경비구역 일부 초소를 제거하는 정도의 시늉만 냈을 뿐 포괄적인 군사합의를 지탱하는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북한발 위협은 전혀 감소하지 않은 반면 한국은 DMZ 주변 비행금지 구역과 실사격 훈련 중단을 비롯해 합의를 이행하면서 전방에서의 연합 준비태세를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입니다.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검토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북한 무인기 침범 '부실 대응'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미국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미한정책국장은 한국 군당국이 북한 무인기 침투에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북한 도발에 대한) 잠재적인 대응 수단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ere is a broad perception that the North Korean drone incursions were not responded to quickly or effective. And so he has to work very closely at his toolbox of potential responses in order to try to show to the public that he is doing his job well. But I don't think it's likely to be effective, because I think that the North Koreans have already decided that they are going to do what they are going to do. And I don't think that they're going to be deterred by a threat to pull out of an agreement."
하지만 "북한은 이미 자신들이 할 일을 결정했기 때문에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경고가 북한을 억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스나이더 국장은 말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도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최근 무인기 도발에 대응해 '무언가'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는 국내적 압박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나 "9.19 군사합의를 취소하거나 효력을 정지하는 조치는 매우 근시안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랩슨 전 대사대리] "I understand the domestic pressures on the Yoon administration to be seen as doing “something” in response to the recent NK drone incursions, but I believe it would be a very short-sighted move to cancel or even suspend the CMA. It would not deter Pyongyang in any way, and may even prompt them to conduct more incursions or similar actions, thus also raising tensions instead of reducing them"
이런 조치가 북한을 억제하지 못하며 오히려 더 많은 침입이나 유사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길 수 있고, 긴장을 줄이기보다 높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9.19 군사합의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 어떤 형태의 회담이나 협상이 재개될 경우 한국에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랩슨 전 대사대리] "With the longer game in mind, best to keep to the higher ground of maintaining the agreement to hold over NK if/when some form of talks or negotiations resume. It‘s also necessary to recall that it could be an armistice violation should the ROK engage in any retaliatory measures across the DMZ (e.g., sending drones into NK). Lastly, important for the Yoon administration to be consulting with the US on any measures along these lines which directly affect alliance equities.”
또한 한국은 드론을 북쪽으로 보내는 등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보복 행위'에 관여하는 것이 정전협정 위반일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동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어떤 조치에 대해서도 미국 측과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랩슨 전 대사대리는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헤리티지재단의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합의 철회가 아닌 '일시 정지'를 언급한 것에 주목하며 "향후 북한과의 협상 여지를 열어 놓은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한국이 관련 합의의 효력을 일시 중단한 뒤 추후 이를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차원에서 북한과 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합의를 전면 철회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일부 조항을 정지하는 것은 한국 측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what I would recommend to President Yoon is not to pull out of the agreement, but to suspend the parts of the agreement that the North has violated and allow return of surveillance flights along the DMZ. The return of training of frontline forces live fire exercises in the vicinity the DMZ to maintain readiness. "
김정은 위원장에게 9.19 군사합의는 아무것도 아니며 한국 측이 이를 철회해도 전혀 개의치 않으면서 오히려 선전에 이용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합의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이를 위반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군사 역량을 강화하면서 북한에 책임을 묻는 것이 한국 방어를 위해 더 효과적이라고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특히 한국은 북한이 위반한 부분에 대해서만 효력을 정지하면 된다면서, 한국 측은 '효력 정지'와 관련해 DMZ 비행금지를 해제해 해당 지역에 대한 정보수집과 감시정찰 역량을 개선하고, 전방지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포함해 전면적인 훈련 재개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